"성장의 시대 지나 효율의 시대로 …앞으론 큰기업 역할 커질 겁니다"

(주)경한·네비엔 박영동 대표 신년인터뷰

2013-01-04     박준영기자

대기업 재무통 출신 전문경영인
위기 때마다 돌직구 구원투수로
이익 안나는 야드 과감히 정리
원리원칙과 효율성이 성공 열쇠
회사 밖에선 20년 경력 합창단원

   박영동 대표는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면 체질과 체계가 기업화되고 원리원칙 대로하는 회사들이 경쟁력을 얻는다"며 "향후 2~3년이 될지 5년 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되면 기업형태의 운영이 먹히는 때가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사진=윤연순 기자>
원래는 (2012년)12월 14일 오후 대구에서 갖기로 했던 인터뷰 일정이 펑크 나고 말았다. 그 날 박영동 대표를 태운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받고 두 바퀴를 구른 것이다. 퇴원 뒤 21일 만났을 땐 아직도 눈 주변에 검붉은 멍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일주일 2~3일 간격으로 당진과 포항을 오가고 때때로 서울에서 일을 보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사고가 있던 날 아침에도 급히 지역 송년간담회와 인터뷰 일정 때문에 대구로 내려오던 길이었다. 

스크랩업계에서는 드물게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으로서 온유함과 친화력을 갖췄다. 자수성가 오너 CEO가 많은 업계에서 평판도 좋다. 20년 합창단 활동 이력이 융합과 협력의 성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줬을 것이다. 

- 2010년 1월에 (삼표그룹 경한·네비엔) 환경물류 사업부로 자리를 옮기셨다가 2012년 3월에 스크랩사업부로 복귀하셨지요. 2년 만에 돌아온 시장은 얼마나 변해 있었나요?

“그 전에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스크랩사업부) 3년을 했었죠. 특별한 경우이긴 했지만 그 때 리먼 사태가 터졌어요. 2012년 다시 와보니 그 때보다 체감적인 경기가 더 어려워요. 분위기가 냉랭해 골프도 안칩니다. 업계를 둘러봐도 인력과 장비 줄어든 게 눈에 확연히 들어와요. 3년 전(리먼 쇼크 때)엔 어렵다 어렵다해도 얼굴 표정들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는데”

- 그럼 지난 10개월 동안 무엇에 역점을 뒀나요?

“전국에 야드 12개 가운데 5개를 폐쇄했어요. 대구 쪽은 더 키우고 광양 구미 포천 천안은 정리했습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죠. 자연히 전체 인원도 100여명에서 70명 수준으로 줄었고요. 사업구조를 차분히 뜯어보니 이익이 안 나는 사업장들은 접근성에 문제가 있었어요. 원인 파악이 정밀하게 안 되는 야드도 일단 접었습니다. 우선은 살아야 하니까. 올해 수집·판매 100만톤을 목표했는데 실제로는 70만톤 수준에 그칠 것 같아요.

크게 보면 2009년 이후 현재도 우리를 포함한 스크랩업계가 구조조정 기간을 지나고 있는 거죠. 가장 큰 변화는 시장 가격이 오픈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선 중간 유통과정을 줄이지 않으면 이익을 못 내요. 구조조정이 능사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효율성을 찾아야 합니다.”

- 어떤 식으로 효율성을 찾나요?

“생산·영업·장비운영에 관한 모든 사고의 틀을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가령 예전에는 노는 땅만 있으면 야드를 만들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철저한 입지분석을 통해 선정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2013년부터 지역별로 사업장 특성에 맞는 창조적인 운영형태를 시도해 보려 해요. 모든 변화의 중심엔 수익성이 있어야 하죠. 수익성 개선이 안 되는 변화는 무의미 한 겁니다.

그는 알다시피 강원산업 출신이다. 강원산업-인천제철 재직 시절 30년 가까이 관리와 재무통으로 있었다. 그만큼 지키는 능력이 강하다. 2008~2009년에 이어 2012~2013년 어려운 시기에 스크랩사업부를 다시 맡은 것은 우연인지 모르지만, 업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경한·네비엔 그리고 계열 야드를 합쳐 연간 100만 톤 수집 공급능력을 갖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스크랩기업으로서 앞으로 사업방향을 어떻게 잡아가야 한다고 봅니까?

우선 우리나라에서 나오거나 수입하는 스크랩의 30%를 소비하는 (현대제철)회사에 ‘납품 1위’하는 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해요. 시장이 점점 요구하는 품질과 세무투명성도 솔선수범해서 만들어 나갈 겁니다. 다만 제강회사에 아쉬운 점도 있어요. ‘품질을 원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제강사와 공급사 사이에 시장원가에 대한 괴리가 너무 커요. 최초 매입단가에서 20~30원(kg)이면 (마진이)된다는 생각은 실상과 맞지 않아요. 상하차-운반-가공-로스-납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해보면 원가는 훨씬 더 많이 듭니다. 우리 같은 회사는 재무 세무비용까지 원가에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현실과 차이가 크죠. 그렇다고 스크랩 대기업 입장에서 대충 섞어 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에요. 그런 점에서 현재까지 스크랩은 기업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죠.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면 체질과 체계가 기업화되고 원리원칙 대로하는 회사들이 경쟁력을 얻겠죠. 향후 2~3년이 될지 5년 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되면 기업형태의 운영이 먹히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 경한·네비엔을 한국의 심스메탈이라 할 수 있을까요?

“크게 보면 미국식과 일본식 사업형태로 나눠 볼 수 있어요. 미국은 대형 기업들이 지역마다 거점을 만들고 시황과 가격에 따라 스탁(재고) 장사를 합니다. 그에 비하면 일본은 계속 물량을 흘려보내는 유통 사업에 가깝죠. 여기에서 중요한 변수는 ‘자급이 되느냐 안 되느냐’겠죠. 단기간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자급하기 전까지는 물량을 흘려보내는 형태가 될 것이고, 잉여가 된다면 미국 비즈니스모델 쪽에 가까워 질 것 같아요.”

- 시황 판단은 주로 무엇에 의존하고 있나요?

“가격정보야 워낙 리얼해졌지요. 스크랩워치나 외국자료 보며 국내외 시황트렌드를 읽고 대형모선 (계약)잡는 거와 현대제철, 포스코 야드 상황 모니터링도 하지요. 그렇지만 분명히 한계는 있어요. 매주 월요일 전체 회의 때 영업직원들로부터 바닥시장 얘기를 직접 들으며 흐름을 잡고 있어요”

- 그렇다면 2013년엔 어떻게 가격 전망을 하고 있습니까?

“현재 수준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 같아요. 밋밋하게 갈 것이라고 봅니다. (영남권) 생철단가 기준으로 보면 420~430원(kg) 정도?. 환율이 변수에요. 달러와 엔화에 비해 원고(元高)가 되다보니까 수입경쟁력이 높아져요. 값싼 수입물량이 2012년 처럼 대량 들어오면 국내 가격상승을 견제하고 수급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