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워싱’ 중단하라 … 전기로업계 탄소배출량 측정방식 놓고 날 선 비판

범람하는 탄소배출 측정방법들 전 세계적으로 20여가지 중구난방 합의된 기준 없어 시장에 혼란가중 방법론 단일화하자는 데 공감하지만 선호 방식 놓고 입장차이 못 좁혀 고로社 유리한 기준案 만들려 하자 美·유럽 전기로협의체 만들어 견제

2023-06-07     김지선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실 수석연구원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과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정책을 강화하고 EU 탄소국경조정조치(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비롯한 제품 내재 탄소배출량 기반 규제 및 정책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제품의 탄소배출량이 경쟁력의 척도이자 글로벌 시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통한 경쟁력 비교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품 단위 배출 측정방법과 저탄소·그린 철강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기준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방법론과 기준은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철강 탄소배출량 산정에는 서로 다른 20여개 이상의 방법론이나 이니셔티브(실천방안)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론과 이니셔티브의 확산은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논의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기준의 범람은 철강사에게 부담을 주고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사회 차원의 철강산업 탈탄소화 촉진을 위한 공통의 배출 측정방법과 기준마련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WTO는 사무총장 주재로 주요 철강사 및 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철강 탈탄소 기준에 관한 무역포럼’을 개최해 배출 측정방법론의 범람에 따른 이슈와 단일화된 방법론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또 4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는 철강산업 탈탄소화 촉진을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제안한 철강 생산 및 제품단위 배출량 측정을 위한 공통의 측정방법론 도출과 새로운 글로벌 데이터 취합 프레임워크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국제기구와 세계 철강업계가 배출량 측정방법론이 범람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과 국제적인 기준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선호하는 방식에 대한 철강업체 간의 입장 차이는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작년 11월 미국, 유럽연합(EU) 전기로제강사들과 관련 기관들은 ‘글로벌철강기후위원회(GSCC, Global Steel Climate Council)’를 출범시켰다. 이 협의체는 철강산업 탈탄소화 촉진의 목적과 함께 고로사 주도의 배출 측정방법론과 기준마련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GSCC는 지난 4월 발표한 ‘철강기후표준(Steel Climate Standard)’ 보고서에서 최근 고로사가 주축이 되어 논의 중인 고로와 전기로 생산방식별 별도기준 설정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며 이러한 이중잣대는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촉진을 저해하고 그린 워싱(친환경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미는 행위)을 야기한다고 비판하였다. GSCC는 글로벌 철강산업 차원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전제로 생산방식(고로, 전기로)과 기술을 차별하지 않는 단일화된 기준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향후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철강 배출량 측정방법과 저탄소·그린 철강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역별 생산여건, 생산방식 등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철강기업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합의 도출에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논의는 글로벌 시장에서 철강 탄소경쟁력과 직결되는 이슈이므로 한국철강업계도 대내외적인 환경과 생산 여건, 탄소중립 로드맵 등을 감안하여 입장을 정리하고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의견을 개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