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넉달간 일본産 스크랩 점유율 사상 최고행진 … 이유는?

2023-02-21     박준영 기자

1월 일본産 수입시장 점유율 86.7% 역대 최고치 경신
과거 3대장이던 미국 러시아는 한 자릿 수 점유율 몰락
일본산 점유율 급등은 일종의 착시현상 국내 수급구조 변화 탓
지난 10여년간 일본산은 300~400만톤 꾸준히 수입
반면 전체 수입량은 800~900만톤 → 400만톤 반토막

지난달 한국이 수입한 철스크랩 물량 가운데 일본산 비중이 86.7%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올 1월 철스크랩 31만6000톤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산은 27만4000톤이었다. 수입시장에서 일본산 스크랩 비중이 80%를 넘은 것은 역사상 두 번째로 작년 10월(84.0%) 이후 석 달 만이다. 한 때 일본과 함께 수입시장에서 3파전을 치렀던 미국과 러시아는 올 1월 점유율이 각각 5.2%, 2.6%를 기록해 한 자릿 수로 몰락했다. 

최근 10여년간 한국 철스크랩 수입시장에서 일본산 점유율은 동일본대지진이 발발했던 2011년 34.3%를 ‘바닥’으로 2012~2016년 40~50%대, 2017~2022년까지 60%대 중반을 나타냈다. 월별로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4개월간 평균 80%를 넘어 계속 상승 중이다. 

 

한 때 세계 2위 수입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큰 손을 자처했던 한국 수입시장에서 일본산 스크랩 점유율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발(3월) 충격으로 5월 15.4%까지 폭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2016년 일본산 스크랩 방사선검사 법정의무화(7월)나 2019년 하반기 정치·무역 갈등 격화로 인한 ‘No재팬’ 캠페인 때도 50% 안팎을 기록해 웬만한 외풍에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일본산 스크랩 점유율이 지난 10년간 서서히 상승하다가 지난해부터 갑자기 급등한 이유는 일본산 스크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라기보다 국내 수급구조가 변화한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물량 자체가 큰 폭으로 감소한 와중에 상대적으로 일본산은 덜 줄어 점유율이 올라가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물량기준 일본산 스크랩 수입은 지난 10여년간 매년 300~400만톤을 나타낸 반면에 같은 기간 전체 수입물량은 한동안 800~900만톤, 한 때 1000만톤(2012년 1013만톤)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400만톤대로 반토막이 났다. 2021~2022년 한국의 철스크랩 수입량은 2년 연속 400만톤대를 기록해 1992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영향으로 지난 20년간 전체 공급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였는데 최근 2년간 16%대로 곤두박질 쳤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요 제강사들이 시중 구매를 우선 구매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수입의존도가 낮아지자 자연스럽게 중장기 수급계획을 동반해야 하는 원거리 구매비중이 줄고 短납기 대응이 빠르고 가격변동성 리스크가 적은 근거리 시장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신규 성약부터 국내 도착까지 리드타임은 미국 서부를 기준으로 2개월, 일본은 2~3주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