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스크랩통신] 스크랩은 장비빨 … 정작 관리할 사람이 없다

2022-12-02     김호석 Primetals 대표 ·在美 경영인

미 스크랩업계, 젊은 인력양성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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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를 방문할 때마다 나름 루틴이 있다. 우선 사무실에 들러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한 다음 현장담당자와 야드를 한바퀴 돌면서 어떤 종류의 물건들이 있는지, 새로운 장비가 있는지 눈 여겨 본다. 특히 개인적으로 장비분야에 관심이 많아 ISRI컨벤션(매년 4월경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규모 스크랩장비전시회)에 가서도 장비 공부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세일즈맨이나 엔지니어들과 만나 관련지식을 쌓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장비회사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필자에게 제품 카탈로그를 보내주고 있으며 거래처 장비 담당자들은 최근에 어떤 장비가 출시되었는지, 특정 작업에 경쟁사들은 어떤 장비를 쓰고 있는지 등을 자주 묻곤 한다.

우리 스크랩산업의 경쟁력은 그야말로 ‘장비빨’이라고 할 만큼 장비에 많은 것을 의존한다. 작은 장비 하나라도 고장 나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다른 공정까지 멈춰 현장 전체가 마비되기 일쑤다. 美스크랩산업단체인 ISRI가 지역을 순회하며 가공장비 관리세미나를 열고 엔지니어들을 훈련시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몇 주전 방문했던 회사에서는 집게장비가 고장나 현장에 비상이 걸려 있었다. 경영진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다 타 지역 경쟁사가 최근 구매한 집게장비에 대해 말해줬더니 어느 회사 제품이냐고 물어, 해당 브랜드와 스펙을 알려줬다. 그리고 최근 다시 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몇 주 전 알려줬던 그 장비가 있었다. 회사의 장비담당 부사장은 새로 장만한 집게의 성능과 작업효율성에 매우 만족하면서 좋은 제품을 소개받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다른 업체에서는 운송차량이 한 대도 보이질 않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계근대가 고장나 출하업무를 못하고 있었다. 그 회사 사장은 계근대 관리자를 불러 닦달하다가 나를 보자 ‘매일 아침 입이 닮도록 장비관리의 중요성을 얘기하는데도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며 하소연을 했다. 

여러 자료와 경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경우 장비의 고장과 문제발생은 결국 수리기술자와 관리인력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당수 업체들은 현장의 장비 관리자가 부족한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필자에게까지 구인을 부탁할 정도다.

현장 장비관리의 인력난을 부채질하는 것은 젊은 훈련생들을 찾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인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현장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편한 직종으로 자리를 대거 옮기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요즘에는 어떤 현장을 가도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갑작스런 현장의 인력부족 사태는 몇 년 전 대형 슈레더 투자 붐이 일어났을 때와 유사한데 당시에도 수리기술자, 차량기사, 슈레더 운전 보조기사를 구하지 못해 기업들이 설비를 투자해 놓고도 가동에 차질을 빚었었다.

이제 동절기로 접어들면 장비점검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데 스크랩경영자들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영환경 악화와 인력난이 겹쳐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뉴저지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한 중견 스크랩기업은 창업주의 세 자녀가 공동 운영을 하고 있는데 장남은 경영총괄, 여동생은 회계·재무, 차남은 장비관리를 각각 맡고 있다. 

장비관리 담당인 차남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공부보다 장비가 좋아 곧바로 현장에 뛰어든 케이스다. 그는 지난 30년간 장비와 싸우고 기름밥을 먹었지만 지금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다며, 이 참에 은퇴나 하고 플로리다로 이사를 갈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많은 스크랩기업 경영자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미국 스크랩시장은 4분기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계속되다 보니, 연말파티를 즐기기조차 부담스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