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철강업계는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공격적인 스크랩구매정책에 주저하고 있다

2022-09-08     김호석 Primetals 대표 · 在美경영인

[미국스크랩통신]

이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시장은 불확실성의 연속

 
최근 거래처 경영진들은 제강사의 하반기 스크랩 구매정책에 대해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각종 경제관련 지표들은 언론의 과장된 보도와 달리 그렇게 나쁘지 않다. 코로나 이후 보복소비가 이뤄지면서 소비지표가 살아났고 실업률은 거의 완전 고용 상태의 역사적인 수준으로 개선돼 현재 600만개의 일자리가 일할 사람들을 찾고 있을 정도다. 
 

세계

최근 휘발유가격도 떨어졌고 정부의 연 이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소비심리는 더욱 진작되었다. 경제는 건강하고 건설경기에 힘입은 철강소비도 튼튼한데 왜 제강사들은 공격적인 스크랩 구매정책에 주저하고 있느냐는 불평인 것이다. 스크랩소비자인 제강사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협력업체들도 하반기 불확실성과 불안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11월 중간선거는 현재 민주당의 수성이냐 공화당의 탈환이냐를 둘러싼 중대 분수령이 되고 있다. 공화당은 현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면서 다수당이 되면 이런 퍼주기 정책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치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철강업계가 하반기 스크랩 구매정책을 공격적으로 펴는데 주저하는 것 같다.

철스크랩 가격은 연초 50% 이상 상승 출발해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된 4월 들어 약세 전환됐고 현재는 연초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이다. 연초 가격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오른 탓에 해외 바이어와 국내 제강사들이 위축되면서 가격은 후퇴했다. 게다가 해외 주력 시장인 튀르키예, 한국, 중국 등의 생산감소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비철스크랩 가격 역시 연초대비 5~8% 하락해 현재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형 바이어인 중국은 연초부터 수입을 줄여왔는데 아직까지 구매력을 회복하지 못해 당분간 가격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자동차 생산이 줄어든 것 역시 약세요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초 강세장에서 손해를 본 바이어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구매타이밍을 신중하게 늦추고 있는 점을 최근 약세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한다. 공급사는 시황이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고 수요사들은 한결 같은 하락세를 예상하면서 양측이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는 미국 남부의 대형 철강업체 C社의 스크랩 구매담당자에게 하반기 공격적인 구매정책이 지연되는 이유를 물었더니 ‘하부조직인 자신들도 아직 가격정책에 관한 지침을 받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크랩구매전략에 있어 C社의 핵심 지역은, 현재 풀가동 생산에 따라 스크랩이 많이 발생하는, 한국 자동차회사의 부품협력업체들이 모여 있는 지역인데 동시에 이 지역은 경쟁 제강사들이 시장확대를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곳이기도 하다. C社 구매담당자 역시 이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면서 걱정하고 있다. 

한편으로 대형 제강사 뉴코어와 채패럴 스틸이 버티고 있는 미국 동남부에서는 점유율이 높은 두 제강사가 스크랩가격의 하락세를 계속 유도하면서 지역 스크랩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곳은 지역 특성상 역내 발생하는 스크랩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스크랩기업들의 고충이 어느정도 이해된다. 이 지역에서 큰 규모의 스크랩기업을 경영하는 중국인 양모씨는 미국 이민 후 지난 10년간 갖은 고생 끝에 이 회사를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위기로 막대한 손해를 봤지만 회복의 기회를 잡는가 싶었는데 다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몇 년 전 투자한 슈레더는 모재 구득난으로 가동 중단했고 현장인력조차 제때 구하지 못해 차라리 폐업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시황은 항상 변한다. 명확했던 적도 없다.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되는가 싶더니 다시 위기를 느끼면서 스크랩기업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수출도시 코로나 봉쇄, 튀르키예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현장의 의견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