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는 전기로 진출, 전기로는 車강판 도전 … 경계 허문 무한경쟁

2022-07-22     이진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상학박사

일본제철의 전기로 투자전략

단기 탄소배출저감성과 내려면
노후 고로 설비 감축하는 대신
전기로 생산비중 확대가 유일
자동차 등 철강수요 시장에선 
전기로 기반 판재류 수요 커져
기존 전기로업체도 車강판 도전

 

스크랩을 철원으로 쓰는 전기로의 생산비중을 높이고 이 전기로를 통해 고급 판재류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일본 철강사들이 CO2 감축을 위해 내세운 주요 대책 중 하나다. 

일본제철은 기존 고로 설비를 점진적으로 감축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처리용량 300톤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기반으로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해 자동차 외판재로도 사용 가능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인프라, 경제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제약 요건들이 많기 때문에 CO2 저감실적을 단기간 낼 수 있는 방안은 전기로 생산비중을 높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일본제철은 지난 6월말 히로하타 거점에 신설 중인 전기로-전기강판 일관설비를 시운전했다. 이 설비는 연내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일본제철은 2019년 발표한 설비구조대책에서 히로하타의 노후 상공정 설비를 폐쇄하고 최신예 전기로 설비를 신설해 고급 판재류를 생산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이다. 이번에 신설되는 전기로 생산능력은 연간 70만톤 수준으로 초대형 전기로는 아니지만 글로벌 철강기업의 유례없는 ‘전기로를 통한 고품위 전기강판 생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2023년경 해당 설비를 통해 생산된 제품을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핵심 강재로 홍보하면서 판매할 방침이다. 

 

◇ 일본제철의 전기로 투자전략

일본제철의 전기로 투자 확대의 속내는 무엇일까? 먼저 국내 설비 구조조정과 연계하여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일본제철그룹은 본사의 고로 프로세스와 계열사의 전기로 프로세스를 혼용하면서 고급 판재류부터 범용재·봉형강류에 이르기까지 풀라인업의 제품을 생산해 왔다. 본사는 고로 기반으로 고급 판재류를 생산하고, 그룹 전기로사들을 통해 봉형강류를 생산해 온 것이 기존 전략이다. 최근 일본제철은 국내 철강업계의 CO2 저감을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고로 설비는 폐쇄하여 생산 총량을 줄이고, 전기로 생산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구조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본제철은 전기로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판재류 제품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다양화해 향후 고객 니즈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로 기반 판재류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장력 자동차용 강판, 전기강판 등 고급강 시장에서 고로제품 대비 CO2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전기로 제품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독립계 전기로제강사 동경제철은 전기로를 통해 자동차용 강판으로도 사용 가능한 강재의 제조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관련 시장에서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표명 중이다. 향후 관련 시장에서 일본제철과의 경합이 예상된다. 앞으로 일본 고로사와 전기로사간 재편 및 전기로 업체의 판재류 시장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다양한 경쟁 구도가 전개될 수 있다. 

일본제철은 정부의 그린이노베이션 프로젝트 예산을 활용하면서 국가 차원의 전기로 기술 개발을 리드하고 있다. 2024년부터 일본제철 하사키(波崎)연구개발센터에 소형 전기로를 설치하고 ‘직접환원철을 활용한 전기로 불순물 제거 기술’ 등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 글로벌 투자도 전기로 중심

일본제철은 글로벌 전략에도 전기로 투자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설비 포트폴리오 중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최근의 움직임이다. 금년 1월 일본제철은 태국에서 전기로를 통해 열연을 생산하는 메이저 철강사 2개社(G Steel 및 GJ Steel)를 인수하였다. 이는 동남아에서 상공정(전기로) 및 열연 설비를 확보한다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태국에서는 전기로를 통해 생산한 제품으로 우선 범용재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자동차 등 고급강 시장 진입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거점 칼버트에서도 전기로를 통한 고급 판재류 생산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국내외 거점에서 습득한 경험들을 활용해 글로벌 전기로 사업이 시너지를 발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제철의 전기로 투자 계획이 높은 실행력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철강 내수의 정체, 탈탄소 압력 증대 등 우리 철강업계도 일본과 유사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 철강업계도 전기로를 통해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 수준을 제고하고 제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