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컨설턴트가 셀프 컨설팅해 찾은 창업아이템 … 답은 스크랩

2022-03-29     윤연순 기자

설용석 디노코리아 대표 인터뷰

15년간 기업컨설팅회사 운영
제2의 창업아이템은 철스크랩
여러 창업 후보군 조사해보니
古鐵시장 투명하고 비전 밝아
지인 운영하는 고물상 찾아가
6개월 무급 1년 유급경험 쌓고
2019년 시화공단에 야드 열어

 

안전한

15년간 기업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 굵직한 대기업의 기업 분할과 합병, 경영합리화에 관여해 뛰어난 성과를 냈다. 간간이 중소기업 컨설팅도 했는데 재미와 보람이 컸다. 그 뒤론 아예 중소기업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잡았다. 

“돈만 보면 대기업과 일하는 게 좋지만 이런 저런 이권 개입에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반면 중소기업 컨설팅은 변화와 성과가 빠르게 나타났고 보람이 컸지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부족한 자금이 문제였다. 컨설팅 받고 잘 성장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컨설팅 비용을 못 받는 경우가 생겼다. “그분들 입장에선 어려운 상황에 컨설팅을 받는 거예요. 본의 아니게 컨설팅 비용을 못 내는 거죠. 그래서 생각한 게 컨설팅 비용 대신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가입 수수료로 대신하는 방법을 구상했는데 이 역시 문제점이 많더군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서로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회사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죠”

컨설팅 비용대신 보험가입 수수료를 받으며 회사를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는 컨설팅 회사를 정리하고 다른 사업을 고민해야 했다. 환경과 재활용분야를 새로운 사업방향으로 잡아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예전에 재활용기업을 컨설팅한 경험이 있어 자료를 찾아봤어요. 다른 비즈니스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매출도 괜찮게 나오는 기업인데 회계자료 관리에 문제가 있었죠. 결국 부도처리 됐지만 이것 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무엇보다 정부가 지원하고 향후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산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경기도

그는 직접 뛰어들 새로운 사업분야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폐기물수집운반업과 분뇨 그리고 스크랩을 놓고 세밀하게 시장조사를 했는데 고민 끝에 스크랩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돈 거래가 깨끗해야 하고 그 다음 내 자신을 채찍질해 노동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인가 고민했어요. 그게 바로 스크랩이었죠. 하지만 부지를 비롯한 각종 허가사항을 취득하는데 엄청난 고충이 뒤따른다는 걸 나중에 절실히 느꼈죠”

사업분야를 결정한 뒤 경기도 시흥에 지인이 운영하는 고물상에서 6개월간 무급으로 일을 배웠고 1년 정도 정직원으로 근무했다. “스크랩 수집과 유통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했지만 정당하게 주고받는 거래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는 즉시 입출금이 이뤄지고 모든 시스템이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장이 투명했고 비전도 밝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렇게 그는 2019년 경기도 시화공단에 야드를 내고 창업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힘들다지만 재활용 사업은 진입장벽부터 다른 산업에 비해 불필요하게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재활용사업을 할 수 있는 땅이 없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부지를 비롯한 각종 불필요한 시설과 장비 허가사항이 너무 많아요.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서류 준비하고 지자체 기관 쫓아다니면서 힘이 다 빠져요. 정부가 탄소중립 외치며 재활용산업의 진흥을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달라요. 지원은 못해줄 망정 방해는 하지 말아야죠. 업을 시작하는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이 쉽게 이 업에 뛰어 들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다행히 어렵게 시작한 사업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비결을 묻자 아직 스크랩을 배우는 중이라 특별한 게 없다며 자신만의 신념과 시장 규칙을 따를 뿐이라고 했다. “1톤 트럭 사장님들이 많이 와요. 그분들은 신경조직으로 치면 말초신경과 같아요. 말초신경이 온 몸의 각 부분에 퍼져 중요한 장기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것처럼 1톤 사장님들이 그런 역할을 하지요. 그분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야 우리도 살 수 있는 거예요” 

사업 초기부터 1톤차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양이다. 고정 물량이 받쳐주면 야드 운용이 훨씬 수월해 진다. 공장고철(발생처) 영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공장고철을 더 늘리면 좋겠지만 아직도 보증금과 선급금 관행이 남아 있어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당장 고철상 입장에선 독점적으로 고철을 받을 수 있고 제조 공장은 목돈을 쉽게 마련해서 좋지만 결국 이런 관행은 모두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죠. (이런 관행이) 이제는 사라져야 합니다”

설 대표는 탄소중립 이슈 등 환경과 재활용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도록 업계 스스로가 소통해야 하고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보완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새 컨설턴트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