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탄소중립 … 역설과 모순을 낳았다

2021-12-24     박준영 기자

스크랩워치 선정 2021 ‘올해의 뉴스’

올해는 각양각색의 뉴스들이 조합을 이루기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나타난 경제현상과 탄소중립이라는 2개의 거대 트렌드 안에서 파생된 굵직한 뉴스들이 국내외 스크랩시장을 뒤흔들었다. 2021년을 장식한 주요 스크랩뉴스를 4개 섹션으로 정리한다.

◇ 사상 최초·최고·최대·초유의 연속

평균 시장단가 522원(kg, 영남권 제강사 중A 현금 도착도 중심 값 기준), 시중 공급량 1,850만톤(추정치, 제강사 국내구매분), 국내 시장규모 9조7천억원(추정치). 각각 사상 최고, 최대, 초유의 기록이 쏟아졌다. 올해 스크랩기업 평균 매출액은 거의 대부분 전년대비 2배가 넘고, 매출 1천억원 이상 대형 철스크랩기업들이 2020년 6개사에서 금년 30개사로 급증할 전망이다. 철광석 가격은 5월 12일 233달러(Fe62%, 중국 청도항 도착도), 제철용 원료탄도 11월 1일 403달러(호주 강점결탄 FOB)로 역시 사상 최고가를 찍었고 동스크랩 유통가격은 지난 5월 사상 첫 1만원(kg, 고급동 기준)을 돌파한 이후 역대 최고가 행진 중이다. 스크랩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올해 집게차(車) 판매량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집계가 완료된 금년 상반기 기준 집게차 판매량은 770대로 전년동기(450대)대비 71% 급증했다. 보급형 스크랩가공설비에 속하는 압축기의 수주와 판매도 역대 최대수준이라고 한다. 스크랩 최종 소비자 전기로제강업계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이 13.5%(8개사 기준)로 전분기(10.3%)에 이어 2분기 연속 사상 최고의 수익을 남겼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대책과 양적 완화가 동시다발 시작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국제 원자재시장을 강타했다. 스크랩가격과 수요가 동시에 폭발했다는 점에서는 2008년 이상 급등현상과 닮아 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기 힘들 것 같았던 2008년의 상황이 13년 만에 재현됨으로써 스크랩업계 종사들에게 값진 경험을 안겨주었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의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스크랩시장이 국제 원자재시장과 국내외 경제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조화하는지 성찰의 기회로 삼는 스크랩기업 경영자들에게는 불확실성의 미래가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 사건·사고·안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철스크랩 구매담합을 통해 시장경쟁을 제한했다며, 7개 전기로 제강사에게 시정명령과 총 3,000억 8,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개 제강사를 검찰 고발했다. 이는 2018년 1,194억원(철근가격 담합혐의)을 뛰어 넘는 철강업계 역대 최대 과징금으로 기록됐고, 관련 제보자에게는 공정위가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최대액인 17억5천만원의 포상금을 안겼다. 공정위의 3천억 과징금 유탄은 뜻밖에 철스크랩산업 상생협의체인 한국철강협회 산하 철스크랩위원회로 떨어졌다. 공정위 조사와 과징금 부과 전후 과반수의 회원사들이 탈퇴신청서를 냈거나 탈퇴의사를 밝힘으로써 사업예산편성이 중단되는 등 2005년 설립이후 16년 만에 갑자기 공중 해체위기를 맞았다. 철스크랩위원회는 주요 회원사 불참과 사업예산 미결로 1년째 개점휴업상태다. 방통차 구조변경 승인, 표준등급 제정, 부가세매입자납부제 시행 등 철스크랩위원회의 성과들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다.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묶지 말라고 했던가. 담합 의혹이란 매서운 눈초리 앞에서 협력은 온데 간데없다.

10월 초 한국특강 칠서제강소 전기로 폭발사고로 20여일간 가동 중단과 함께 스크랩구매가 중단됐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밀폐용기가 로(爐)내부에서 1차 폭발했고 그 추진력이 내부의 냉각수 파이프를 파손시켜 누수가 발생하면서 2차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전기로 폭발의 가장 흔한 원인이 밀폐용기다. 전기로와 스크랩은 서로에게 없어 선 안될 존재지만 때론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출입 모든 철스크랩 납품차량 기사들에게 강화된 안전보호구 착용지침을 적용해 5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 지침에 따르면 기존 안전모, 안전화 상시 착용과 함께 보호안경이 새롭게 추가됐고 이후 반팔 차림의 복장도 금지됐다. 기사들의 보호안경 착용 의무화는 제강사 최초다. 안전을 위해서 라면 편함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것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전기로가 없으면 스크랩도 필요없고 스크랩이 없으면 전기로도 필요 없다. 순환경제 안에 또 하나의 순환경제라고 해야하나.

◇ 탄소중립 열풍과 파생효과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세계철강업계의 전기로 투자열풍과 스크랩공급망 확보경쟁이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전기로메이커 누코어와 스틸다이나믹스, 대형 고로사 US스틸이 전기로 신증설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북미 최대 전기로-열연업체 클리브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 호주 철강그룹 블루스코프(BlueScope), 누코어, 스틸다이나믹스(SDI) 등이 미국내 전기로 증설에 따른 스크랩공급망 확충을 위해 미국 유력 스크랩기업들의 잇따라 인수하거나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수직계열화를 위한 거대 철강사 자본의 스크랩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세계 2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 스페인에 세계 최초 탄소배출제로 전기로 공장건설을 발표했고, 일본에서는 동경제철이 가동중단 8년만에 오카야마 공장 전기로 가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최대 철강사 일본제철은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해 300톤급 초대형 전기로 가동계획을 발표했고 포스코는 2025년 광양제철소, 2027년 포항제철소에 각각 전기로 1기씩 신설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은 고로사의 스크랩소비증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고로사의 스크랩배합비율이 종전 10%에서 올해 15%로, 내년 이후 20~30%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영향으로 국내 스크랩소비량은 2년 안에 지금보다 300만톤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로사의 스크랩소비 증가는 주로 고급스크랩에 집중되면서 생철과 중량 경량스크랩간 가격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통상 20원(kg)인 생철-중량스크랩 스프레드가 80원까지 벌어졌고, 한국향 신다찌-H2 스프레드가 평상 시 3천엔에서 금년 하반기 최대 1만8천엔까지 확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탄소중립은 ‘중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양극화를 촉발하고 있다. 중립과 양극화는 언제부터 같은 의미가 된 것일까.

◇ 전 세계 자원무기화 확산

EU집행위원회는 11월 17일 그린 딜의 일환으로 오염방지 및 순환경제촉진을 위한 ‘폐기물 운송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표면상 폐기물 처리비용이 저렴한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증가로 수입국 환경오염과 인체유해가 속출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지만 전문가들은 자국내 철 비철스크랩, 비철금속, 희유금속의 유출을 막으려는 제도적 장치로 보는 시각이 있다. 수출업자에게 무거운 책임과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수출중단의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58유로(t당)의 철스크랩 수출관세를 180유로로 12월 2일 갑자기 3배 인상했다. 사실상 수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앞서 11월 유럽 최대 철스크랩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철스크랩 수출관세를 t당 70유로에서 100유로로 43% 인상한데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반면에 중국은 1월부터 스크랩수입규제를 철폐해 늘어나는 스크랩소비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또 세계 최대 스크랩수입국 터키는 금년 수입량이 2,500만톤으로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수입하려는 나라들은 늘고 수출하는 나라들은 점차 문(門)을 닫으려 한다. 순환경제사회는 아이러니 하게도 국가간 순환경제를 막고 있다. 대의 앞에서도 현상은 명분을 거스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