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in 철근시장프리뷰] 제강사 재고 '바닥' … 높아진 수급긴장감

2021-11-22     정호근 스틸in 기자

[지난주] 극명해진 실수요 vs 유통 명암…’수입산 선호 가시화’

11월 하순에 진입하면서 철근 시장의 명암이 뚜렷해졌다. ‘수급 긴장감이 높아진 실수요’와 ‘극심한 거래침체의 압박감이 커진 유통’ 시장의 대조가 극명했다. 실수요 시장은 동절기 진입을 앞두고 공사현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강사의 보유재고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수급 긴장감이 높아졌다. 철근 가공업계는 주요 제강사의 원철 공급이 원활치 못한 탓에, 가공장 운영의 불안감이 커진 실정이다.

유통은 정반대의 시황이다. 11월 들어 극심한 거래침체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유지되는 수요를 두고는 갈등이 커졌다. 이미 1차 유통가격이 마감가격과 맞붙은 구조에서, 마진을 줄여가면 판매에 나서던 동력과 변별력을 상실했다. 지난 주에는, 마감가격(=유통원가)을 밑도는 직송판매까지 잇따라 등장하면서 유통 시장을 바짝 긴장하게 했다.

하치장을 운영하는 유통 대리점은, ‘자체 보유재고’와 ‘제강사 출하물량’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동절기를 앞두고 자체 보유재고를 줄이는 것도 마음이 급하지만, 제강사의 출하물량을 받아내야 하는 압박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마감가격을 밑도는 직송판매가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 철근 시장은 웃지 못할 거래증가가 연출됐다. 지난 주 수입 철근 거래가 전주보다 확연히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었다. 국내산 대비 톤당 6만원~8만원이나 밑도는 수입 철근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대다수 수입업체가 톤당 10만원 이상의 적자판매를 감수하고 있는 현실에서 결코 웃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판매를 선택하는 수입업계의 속사정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번주] 역할 커진 제강사, 결국 선택의 문제

마지막 한 주를 남겨둔 철근 시장의 진통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반대의 수급불균형이 연출되고 있는 실수요와 유통 시장의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숙제다. ‘제강사의 역할’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실수요와 유통의 수급 안배로, 각각의 불균형을 줄여가는 것이 급선무로 지목된다. 수요가 몰려 있는 실수요에 최적화된 생산과 재고 안배가 우선적이다. 유통향 판매에 대해서는, 무리한 배정을 줄여서 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소진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실수요와 유통 판매구성이 다른 제강사 간의 갈등은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각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당장 명분 없는 감산보다, 유통향 출하를 줄여 제강사의 보유재고를 일정수준까지 회복하고, 확보된 재고를 실수요 대응에 안배하는 것이 남은 11월의 모범답안이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국내산 철근 유통시장은 마진 없는 판매에 대한 기피현상이 뚜렷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맹목적인 유통향 판매의 강행은 시장의 붕괴를 부추길 뿐이다. 이 또한 선택의 문제이지만, 유통시장의 하향압박이 지속될 경우, 제강사의 가격정책에 대한 압박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거래침체의 늪에 빠진 철근 유통시장에서 ‘물량’과 ‘가격’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번 주 철근 시장의 주안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수입 철근 선호 현상의 확산 여부다. 이미 톤당 8만원을 넘나드는 국내산-수입산 가격차가 지속되거나 확대될 경우, 수입 철근에 대한 선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그 여파로, 국내산 철근 유통시장의 거래침체가 더욱 심각해지는 풍선효과의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 두번째는, 운송대란 변수다. 화물연대의 25일(목)부 총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그 전부터 지속돼 온 운송차질의 체감은 ‘가공장 출하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와 ‘수입 철근 출하’에서 두드러졌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운송차질 여파가 철근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운송대란 변수가 철근 시장의 거래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