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 熱과 반응한 물은 순식간에 1,700배로 … 로켓을 봤다

2021-10-19     손동일 알엔씨모터스 대표 · 前기아특수강 원료팀장

전기로 폭발사고 원인과 대책

가장 위험천만 물질은 폭발물
밀폐압력 용기 폭발사고 최다
물이 1,600℃
熱과 반응하면
1,700배 크기 폭발하며 기화
두 세 원인 겹칠 때 대형 사고


전기로(電氣爐)는 철재로 된 껍질 내부에 내화물을 쌓아 올려 쇳물 담을 공간을 만든 뒤 위쪽을 통해 전극봉을 집어 넣고 전기 아크 열을 이용해 스크랩을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설비다. 이 때 1,600℃ 이상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기로 안팎은 엄청나게 뜨겁다. 열(熱)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 파이프를 전기로 몸체 내·외부와 천장에 둘러 감싼다. 제강 기술자들은 로(爐) 곳곳에 부착된 열 감지 장치를 활용하여 특정 부분에 이상 온도가 감지되면 즉시 조업을 중단하고 원인을 찾아 조치한다. 자칫 이상유무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조치가 늦어지면 1,600℃ 이상 쇳물이 외부로 흘러나오는, ‘로빵꾸’의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로내 폭발사고는 폭발에 의한 스크랩 파편이 냉각수 라인이나 전극봉을 때려 못쓰게 만들기도 하고, 전기로 상부와 하부의 틈을 뚫고 나와 인적, 물적 피해를 주기도 한다. 로내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조업 현장에서는 설비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십중팔구 ‘스크랩이 문제’라고 판단한다. 사실 로내에서는 매번 쇳물을 끓일 때마다 크고 작은 폭발 현상이 감지된다. 다만 그 폭발정도가 미미하고 관리가능한 범위의 것이라서 조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로내 폭발의 원인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폭발물 혼입이다. 석산(石山) 또는 발파 현장의 다이나마이트나 폭탄이 스크랩에 섞여 들어오는 경우 대형 폭발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그런 폭발물이 제강사 공장에 들어올까? 필자는 러시아산 어뢰도 봤다. 방심은 금물이다. 가장 흔한 폭발 원인은 크고 작은 압력 용기, 쇽업쇼바(자동차 등의 완충장치), 밀폐용기 등이다. 로 내부 열로 인해 팽창하여 터지거나 부품 일부가 외부로 날아가는 경우 잘못되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장입 크레인 운전자가 2차 장입을 마치고 바스켓을 올리는 순간 퍽 소리가 나더니 크레인 운전석 유리가 깨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동차 쇽업쇼바의 앞 부분이 코 앞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이후 쇽업쇼바 세 개 이상이 발견되면 퇴송 조치하는 것으로 검수규정이 강화되었다.

절단되지 않은 압력용기와 LPG 탱크 등은 황동 밸브가 있는 쪽이 먼저 녹아 그쪽으로 팽창가스가 방출되면서 로켓처럼 날아간다. 엄청난 힘으로 爐내부를 부수고 어떤 경우에는 전기로 몸체 틈을 뚫고 날아가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소규모 폭발은 수분이 용탕에 떨어져 튀는 경우이다. 물은 기화하면 1,700배로 부피가 커진다고 한다. 1차 장입 시에도 로 바닥에 잔탕이 있고, 로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물은 쉽게 기화하여 외부로 증기를 배출한다. 전기로는 완전 밀폐된 설비가 아니어서 상·하부 사이에 큰 틈이 있고 상부 꼭대기에서 전극봉이 내려오기 때문에 구멍(Hole)이 많다.

밀폐용기에 물이 들어있는 상태로 장입되면 문제가 생긴다. 어느 해 겨울 고의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우유를 담아 옮기는 버켓(Bucket)에 언 물이 뚜껑이 닫힌 상태로 장입되었다. 하필 뚜껑 쪽이 용탕 쪽으로 기울어 있어 즉각 고열에 노출된 버켓 내부 얼음은 순식간에 증기로 기화하여 분출되면서 로켓처럼 로의 천장을 통과하여 공장 지붕을 뚫고 나갔다. 아찔한 사고였다. 이때부터 밀폐용기는 절단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는 규정이 생겼다. 수분 감량이라는 제도를 검수 규정에 넣는 회사도 있다.

전기로 폭발사고가 위험한 것은 치명적인 인명사고를 유발하고, 폭발에 의한 2차 화재가 전기적인 손상을 입혀 장기간 조업을 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일어나는 사고의 경우 대책도 단순하다. 그러나 두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경우 대형사고가 된다. 수 없이 강조하는 말이지만 나 편하자고 남을 위험하게 하는 일을 절대로 해선 안된다. 압력용기는 선별해 길로틴 가공업체로 보내거나 절단해서 납품하고, 제강사 규정에는 없지만 산소통, LPG통은 가운데를 절단하고 밑바닥에도 구멍을 뚫어 물이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제강사가 잘 돌아가야 스크랩업체도 잘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