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크랩기업들의 경영권 분쟁

2021-06-10     김호석 Primetals 대표 · 在美경영인

[미국스크랩통신]

美 재활용기업들도 후계갈등 빈발
회사 키우는 것 만큼 어려운 숙제
공든 탑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
경영권 후계분쟁 반면교사 삼아야

미국 재활용업계는 어느덧 3, 4대(代)로 경영권이 넘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재산상속과 경영권 싸움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어 업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평소 존경하고 사업상 고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부탁하던 회장님이 2주전 돌아가셨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지낸 그는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 나이를 속인 채 군에 입대했고 한국전에도 파병되었다. 헌데 평소에는 전쟁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너무 고통스러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마땅한 직업을 구할 수 없어 고물차 한 대를 구해 동네 가죽가공공장을 돌며 폐가죽을 수거하는 넝마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딸과 사위가 경영을 맡아 직원 50여명이 있는 대형 스크랩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장례식장 분위기가 너무 썰렁한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경영분쟁과 후계자 갈등으로 2남 1녀 자식들간 싸움이 2년 이상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어서 그렇지 미국 스크랩업계에 재산상속과 후계자 문제로 갈등을 겪는 기업들이 꽤 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 한 기업들이 소송 중이다. 냉정하리 만큼 철저한 재산 분배와 경영권 이관을 미리 정해 놓다는 미국기업에서 조차 돈문제와 얽힌 분쟁은 반복된다. 경영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미국 스크랩업계 대표기업으로 손꼽히는 H社는 다른 회사와의 합병으로 이제 명목상 존재하고 있는데 최근 소식에 따르면 창업자 손자들과 삼촌간 재산싸움이 또 다시 발생했다고 한다. H社 창업자는 2차대전 후 유럽에서 건너와 최대규모의 고철회사를 키웠다. 그러나 자식 형제들간 치열한 재산싸움은 지역신문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성공한 자식들 중에 아무도 사업을 물려 받지 않으려 해 후계문제를 겪는 기업도 있다. 이 회사 창업자는 어렵게 사업을 일으켜 자식들을 모두 좋은 학교에 보내 많은 공부를 시켰다. 

미국 동남부 대도시에서 가장 큰 이 회사는 수출용 부두까지 소유하는 등 입지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했다. 정작 문제는 창업주의 잦은 병치레로 후계문제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잘 키운 3남매는 모두 사업승계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 변호사, 고급 공무원, 군 장성으로 자기분야에서 촉망받는 자식들로서는 굳이 고철업을 이어받을 생각이 추호도 없단다. 변호사인 장남은 가끔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 의하면 지역에서 인정받는 정치인으로 거론되고 있고 나머지 형제들도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 어느 누구도 경영승계에 전혀 미련이 없다고 한다. 전문경영인을 발탁할 만한 내부 사람도 없고 외부에서 영입하자니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소자본 동업으로 창업해 성공한 기업들 중에는 경영권 갈등이 더욱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 시키고 근교 최대 비철금속 재활용업체는 5개 야드와 소규모 용광로, 피복선 가공공장을 갖출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동업자들의 자식들간에 지리한 소송과 과다한 소송비용 지출로 결국 회사는 세 동강 나, 각각 소규모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시 분쟁은 정치인까지 개입될 정도여서 지역사회에 까지 좋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다. 

우리나라 스크랩업계도 이제 2세 경영자들이 일선에 참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을 텐데 후계수업을 게을리 하거나 시간을 놓치면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숱한 고민을 하겠지만 어떻게 다음세대에게 기업을 물려줄 것인지는 회사 존속과 안정적인 고용에 있어 매우 중대한 일이다. 삼성 창업주 故이병철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에 보면 일본의 가업경영을 부러워하는 내용이 나온다. 스웨덴 최고의 재벌 발렌베리 가문은 5대째 가족경영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