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비축원자재 할인판매 논란

2021-04-13     전민철 메탈씨 대표

[오피니언 칼럼]

LME 급등하자 조달청 원자재 실수요자 지원 
전기동 판매가의 3% 할인율은 kg 300원
50원(kg) 마진 보는 銅스크랩유통업자들 허탈
50여개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갈 깜짝 지원이
1천여 개 銅스크랩업계엔 충격과 손해 끼쳐
중국 수출 늘어나고 물량부족 악순환도 우려
가급적 시장 개입 안 하는 게 최선

LME 비철금속 가격이 급등하자 조달청이 4월 중 알루미늄, 전기동, 주석 등 비축 원자재 가격을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할인판매기간은 지난 7일부터 월말까지며, 할인율은 알루미늄·주석이 1%, 전기동은 3% 등이다.

할인판매의 취지는 LME 비철금속 가격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업체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고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상승을 억제해보자는 뜻도 담겨 있을 것이다.

조달청의 할인판매 재원은 어디서 충당되는 것인지 궁금한데 조달청이 비축 운영을 잘해서 큰 이익이 발생했는지는 몰라도 공공기관이므로 결국 세금의 범주에 있을 것이다. 세금을 쓰는 것이므로 집행에 있어서 배분의 공정성과 당위성을 가져야 할 것이며 그 효과에 대해서도 살펴볼 일이다.

3% 할인판매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한 전기동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전기동 가격에 할인율 3%를 적용하면 kg당 300원 정도다. 동스크랩 유통업체 실질 수익이 50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조달청 판매가는 나름 정교한 가격기준을 갖고 시장가격에 근접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그런 가격에서 선심성(?) 파격할인이 이뤄진 것이니 시장에 큰 충격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조달청의 할인판매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전기동을 사용하는 50여개 실수요자들로서 조달청의 거래처라 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인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조달청과 거래하지 않는 실수요자들과 조달청의 경쟁업체인 전기동 공급업체 및 대체재인 동스크랩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들이다.

동스크랩 유통업체들은 조달청이라는 경쟁업체의 제살깎이식 판매로 국내 유통가격이 하락하여 영업부진과 손실을 볼 수밖에 없고 설상가상 가격우위에 있는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 물량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세금을 투입해 50여개 실수요업체를 지원하는 동안 시장이 왜곡되어 1,000여개 동스크랩업체가 손실을 보고 있으며 원자재가 해외로 반출되게끔 하고 있어 결국에는 50여개 거래처들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조달청의 할인판매 정책은 세금을 투입할 정도의 사안이 아닌 것이며 오히려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일이다. 조달청이 가격 할인 등 수단으로 시장에 개입하려는 것은 그 취지와 다르게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하며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