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야드

2021-02-17     유정수 日도호쿠대학대학원 교수

지난달 한 소각장서 발생한 화재 일주일간 진압 못해
작년 잡품처리 야드 화재엔 소방대원 1,360명 출동
리튬이온전지 사용량 급증 리사이클 처리과정서 화재 빈발
기존 선별기술로는 예방 어려워 철저한 분리배출 홍보 병행돼야

몇 년 전부터 스크랩야드나 폐기물처리 공정에서 화재 발생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최근에는 스크랩야드 뿐 아니라 산업폐기물 처리공장, 일반 생활폐기물 소각로 등에서도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올 1월 히로시마시의 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소각량 400톤/일 규모)에서 발생한 화재는 일주일이 넘도록 진압을 못할 만큼 큰 화재였다. 2019년 5월 이바라키현의 폐가전과 잡품 야드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12일이나 계속되었다. 당시 출동한 소방차가 무려 240대였고 화재진압에 투입된 소방대원이 1,36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일본 용기포장리싸이클협회에 따르면 2013년 32건 정도였던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현장의 화재는 2019년 230건으로 늘어났고, 코로나사태 이후에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소형가전 등의 폐기물 발생이 증가하면서 화재 발생건수가 더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화재가 빈발하고 있는 것일까? 생활폐기물의 수거과정, 폐기물의 파쇄공정(대형 슈레더)이나 파쇄잔재물(슈레더 더스트)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는데, 생활폐기물의 화재는 주로 부탄가스용기나 라이터가 원인인 경우가 많고, 대형 파쇄기에서의 화재는 차량용 가스통이 폭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쇄 잔재물은 보관하는 과정에서 잔재물의 축열에 의한 발화가 많기 때문에 화재발생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의 화재는 기존의 발화원인에다 리튬이온전지가 더해진 상황이다. 전자담배, 휴대전화, 장난감, 게임기, 전자시계, 가정용 의료기기, 기타 소형가전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배터리로 기존 망간 및 알카리 전지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전지가 늘고 있다. 생활폐기물을 배출할 때 이것들을 어떻게 재활용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시민들은 리튬이온전지를 제거하지 않은 채 무의식 중에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게 된다. 재활용품이나 유가물로 배출한다고 해도 리튬이온전지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항상 화재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테라헤르츠파(THz)를 이용해 리튬이온 전지를 비롯한 각종 금속 및 플라스틱류의 새로운 선별기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얼마 전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건설폐기물 처리회사가 폐기물 선별, 파쇄공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자문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스크랩이나 폐기물을 취급하는 공장의 야드는 선별공정에서 직경 1㎝도 안되는 리튬이온전지를 찾아내는 게 가능할까? 기존의 선별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물며 제품 안에 들어있는 리튬이온전지를 일일이 찾아내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전지가 있는 장소를 특정하기도 어렵고 장소를 안다 해도 분리가 용이하지 않다. 파쇄 전에 사전 선별을 하려면 넓은 장소에서 펼쳐 놓고 수작업이 필요하고 파쇄 후에 선별을 하려면 파쇄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각종 폐기물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경우에는 밑에 숨어있는 전지를 찾아낼 수가 없다.  

아무튼 일상생활에서 소형배터리의 사용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화재발생의 리스크도 커진다. 전지자동차를 비롯해서 각종 가전제품에 쓰여지는 리튬이온전지가 화재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제조단계에서 화재발생의 위험이 없는 전지를 개발하든지, 소비자들이 폐기물을 배출할 때 철저하게 분리배출 하든지(분리배출이 쉬운 제품의 제조와 철저한 홍보가 전제), 폐기물 처리공정에서 전지를 식별해 분리할 수 밖에 없다. 이 세가지 방법이 모두 실현되어야 화재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