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공식이 뭐길래 … 지붕에 막힌 제강社 결국 바닥 뚫는다

2021-01-19     박준영 기자

독특한 철근가격 공식에 묶인 제강업계

주원료 가격 아무리 많이 올라도
현재 제품가격 3월까지 조정 못해
메탈스프레드는 한계구간 이미 진입 
스크랩 인하보다 재고조정에 안간힘
반대로 2분기에는 수익 대폭 개선돼

 

국내 스크랩 시장이 4개월만에 하락세로 전환된 가운데 철근계 전기로 제강사들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의 단가인하와 입고제한이 병행되고 있다. 20일 주요 제강사 세 번째 인하 예고로 영남권에서는 일주일 사이 가격이 30원(kg) 빠지고 경인·충청권도 같은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스크랩업계는 연말연시 상대적 고가(高價)로, 가격격차가 크게 벌어진 수입계약이 부진했고 가용재고가 얼마 전까지 적정 수준을 밑돌아 비축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인하기조 시작과 동시에 입고제한을 거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입은 2020년 11월까지 12개월 연속 평균 30% 이상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2020년 연율로 28년만에 최저치가 예상된다.

◇ 단가인하보다 재고 줄여라

현재 철근계 전기로 제강사가 주원료의 단가인하 못지않게 재고증가를 막으려는 것은, 스크랩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지만 직접적으로는 한 번 정하면 분기가 끝날 때까지 조정이 불가능한 독특한 철근가격 산정방식 탓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철근 기준단가는 전분기대비 30원(kg) 인상한 705원(1차 유통판매단가 기준, 실수요는 715원, 고장력 10mm)으로, 이 가격이 오는 3월까지 변동 없이 유지된다. 스크랩가격이 최근 3개월간 130원 이상 올라 1월 초 한 때 한계원가를 초과했기 때문에 팔면 팔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철근은 보통강 전기로업계 제품 포트폴리오의 70%를 차지하는 핵심인데, 실수요자인 건설사들과 오랜 갈등 속에 가격결정 구조를 협의하면서 지금과 같은 공식을 만들어 분기단위로 운용하고 있다. 오로지 주원료인 스크랩가격 변동폭만 갖고 전분기대비 비교해 등락폭만큼 다음 분기 철근 가격에 적용한다. 기준지표인 스크랩 가격은 국내 중량A 70%, 수입 30% 가중치를 각각 적용한다. 수입가격 표본의 가중치는 일본 H2 20%, 미국 HMS No1 10% 등이다. 특히 2021년 1분기는 기준단가와 고시단가 병행, 월별 고시단가 발표 같은 복잡한 가격체계를 없애고 오직 분기 기준단가 하나만 두고 운용하기로 결정한 첫 번째 시기다. 때마침 발생한 주원료의 이상 급등현상으로 제강사들이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지만 시작부터 가격체계를 흔들거나 깬다면 이는 제2, 제3의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제강업계가 철근가격 산정방식을 뒤집을 수 없다는 예기다.  

철근의 한계 판매원가는 제강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철스크랩 구매단가 + 260원(kg)으로 추정된다. 260원 안에는 제강 + 압연비가 200원 내외, 판매관리비 50원 정도 포함된다. 산술적으로 올 1분기 철근 제품가격이 705원에 묶인 상황에서 중량A 기준 구매단가가 445원을 초과하면 메탈스프레드는 260원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 때부터 적자판매가 시작된다. 중량A 가격은 새해 들어 첫 2주간 450원까지 올랐다가 이제 막 하락세로 돌아섰다.

 

◇ 2분기엔 상황 역전 … 제품값 역대 최대폭 인상 가능성

철근계 제강사 입장에서는 3월까지 구조적으로 주원료 인상분을 철근 값에 전가할 수 없기 때문에 역으로 스크랩가격을 빠르게 내리는 동시에 재고조정과 감산을 통해 현재의 한계원가 구간에서 신속하게 빠져나오는 것이 최상책이다. 3월까지는 가급적 재고를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뜨리려 할 것이다. 

반대로 지난분기 주원료 인상분이 제품 값에 새로 반영되는 2분기(4~6월)에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2011년 1월 이후 10년래 최고수준인 현재의 스크랩가격이 2~3월 꾸준히 하락해 3월말에는 고점대비 60원 떨어진다는 가정 아래 2분기 철근판매가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전분기대비 80원 이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기 가격체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폭 인상이던 2017년 4분기(고장력 10mm 실수요 625→685원) +60원 인상폭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