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 줄게 품질 지켜

2020-11-10     정호영 정흠 대표

[중국 내년 철스크랩 수입재개]

수입봉쇄 후 내수가격 상승 부작용 커지자 정책 급선회 
수입 스크랩 국가표준 제정 가공 정제 철강원료만 허용
14·5규획 맞춰 철스크랩산업 고도화 급물살

요즘 국제 철스크랩시장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수입 철스크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선회일 것이다.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강력한 규제를 통한 수입제로화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듯 보였다. 실제로 2019년 7월 1일 철스크랩을 수입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이후 두 달 만인 9월 통관실적이 0을 기록했다. 금년 들어 9월까지 수입은 2만톤 수준에 그쳐, 과거 1천만톤이 넘었을 때(2009년 1,370만톤 최대기록)를 떠올리면 지금은 정부의 방향대로 수입시장이 완전히 닫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철스크랩 수입제로화는 100억톤 넘게 중국 전역에 축적된 거대한 철강자산을 바탕으로 여기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올 자원(철스크랩)을 활용해야 하는 당위성과 그렇게 하기 위해 수집-유통-가공체계를 고도화 해야 하는 필연성에 의한 기획 정책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부작용이 드러났다. 수입을 막았더니 공교롭게도 내수가격이 비상식적으로 올라 철강업계를 곤경에 빠트린 것이다. 스크랩워치에 따르면 한국 내수가격 대비 중국 내수가격 상대지수는 2019년 7월 수입규제 시행 이전 6개월 평균치가 119였다. 그러나 규제 이후 6개월 평균치는 141로 대폭 상승했다. 이해하기 쉽게, 원화기준으로 비교하면 규제 이전 중국 내수 가격은 한국보다 70원(kg) 높았는데 규제 이후에는 130원 높아진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가 철강업계의 이런 애로사항을 받아 들여 급히 정책선회에 나선 셈이다.

 

중국 정부는 철스크랩 수입규제를 잠정적으로 푼다는 원칙에 동의했지만 조건을 달았다. 수입규제를 풀되 폐기물 수입금지와 환경개선정책 틀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수입 스크랩의 국가표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해서 최근 제정된 수입 스크랩의 국가표준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의해 발표됐다. 이 표준안에 따르면 수입 스크랩 종류는 중량(重量), 중량(中量), 경량(輕量), 슈레디드, 압축, STS 등 총 6개 등급(15개 수입코드)으로 구분되며 품질 및 규격 기준이 적용된다. 예컨대 스크랩의 길이는 1.5m 이내로 이는 통상 국제 수준인 단척(1m)보다 완화됐다. 또 플라스틱 고무 섬유 등 이물질 혼적률이 총 중량의 0.3%를 초과할 수 없고, 더스트 허용치 역시 1.5%를 초과하면 안 된다. 

최근 들어 중국 관련매체와 정부 문건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사실은 폐강철(廢鋼鐵)과 재생철강원료(再生鐵鋼原料)를 확실히 구분 짓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폐강철과 재생철강원료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공한 폐강철만이 비로소 재생철강원료가 된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수입 스크랩의 국가표준 제정이 금년 말 확정되면 수입자율화는 이듬해인 2021년 3분기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철스크랩 수입규제를 풀었을 때 주변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은 수입규제 이후 고평가된 내수가격이 국제 수준에 맞춰 제자리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둘째 중국 수입재개의 최대 수혜국은 일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시장이 닫히자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등 신규 판로를 뚫었는데 다시 중국시장이 열리면 그만큼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옵션이 다양해질수록 일본 제강사들의 가격주도권은 약화될 것이다. 셋째 수입규제가 풀리는 것처럼 형평성 차원에서 수출 규제 또한 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40%의 높은 관세로 수출 문이 막혀 있다. 중국의 잠재적 공급능력을 고려하면 조만간 자체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잉여 스크랩이 주변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세계 최대 철스크랩 소비국으로서 중국이 ‘폐강철’의 가공화 및 고품질화를 선도함으로써 아시아 철스크랩 시장의 품질상향 평준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21년부터 14·5규획이라는 새로운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한다. 다양한 경로와 매체보도를 통해 드러나는 철스크랩 산업의 발전목표는 가공집약화와 품질개선, 소비촉진에 맞춰져 있다. 14·5규획의 마지막 해인 2025년 조강생산대비 철스크랩소비율 목표는 30%(현재 20%)다. 중국 철스크랩산업의 고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