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없는데 가격 오른다고?’ … 그것이 스크랩시장

2020-07-22     아마노 히로야스(天野弘康) 日텍스리포트 기자

강세派와 약세派로 갈린 日스크랩시장
동네 수급논리 vs 글로벌 시장논리 충돌  
금년도 철근출하 44년만에 최저 예측
수급상 H2 1만엔대 돼도 이상하지 않아
경기침체 땐 공급도 줄어 결국 수급균형
중국, 철광석 등 외부요인 강세 이끌어 


개인적으로 금년 하반기 철스크랩 시장은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평균 시장가격은 상반기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더라도 수요 감소 못지않게 발생도 동시에 줄기 때문에 반드시 스크랩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는다. 코로나 확산 → 건설중단 및 지연 → 전기로 감산 → 철스크랩 수요감소 → 철스크랩 가격하락으로 연결되는 연쇄작용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엄연히 지금 시장에서는 하반기 스크랩시장에 대한 「약세파」와 「강세파」가 확실하게 갈려 있다. 약세파는 국내요인에, 강세파는 해외요인에 무게를 두고 시장을 바라본다. 다시 말해 강세파는 중국의 철스크랩 수입재개 가능성과 높은 수준의 철광석 가격 등 외부 환경에서 전망의 근거를 찾고, 약세파는 비관적인 국내 수요환경을 통해 시장을 예측하고 있다.

기자는 이 가운데 강세파의 견해를 갖고 있다. 향후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연말로 갈수록 상승할 것”이라고 대답했더니 반론이 이어졌다. 국내 철근 수요가 저조하고 앞으로 더욱 침체될지도 모를 일인데 스크랩가격이 어떻게 상승할 수 있겠느냐는 반박이다.

‘국내 수요만 놓고 본다면 수요 증감에 따라 가격이 연동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것이 꼭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수요와 별개로 수급밸런스에 의해 가격은 결정되며, 때로는 수출가격이 상승해 국내 수요와 관계없이 오를 때가 있다. 그러니 내수가 저조하다 해서 반드시 스크랩가격이 하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지만 질문한 사람도 그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내 수요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스크랩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 철근출하 44년만에 최저 예측

굳이 약세파의 입장에서 일본 국내 수요환경에 초점을 두고 스크랩시장을 조망해 봤다. 전기로 메이커 주력제품인 철근의 생산추이를 보면, 5월 생산은 61만3천톤으로 전년동월대비 10.6% 감소했다. 그래프상 2018년 이후 점진적인 감소추세가 보인다. 가령 월 생산 70만톤을 넘은 달은 2018년에 9개 달이었고 2019년에는 4개 달, 2020년에는 5월까지 전무하다. 생산감소세가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추세는 코로나 영향까지 겹쳐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로제강사들의 단체인 보통강전로공업회가 7월13일 발표한 2020년도(2020년4월~2021년 3월) 철근수요예측은 매우 비관적이다. 

이 예측치에 따르면 2020년도 일본 국내 출하는 680만5,348톤에 그쳐 전년(730만4,232톤)대비 6.8%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건축용은 전년대비 5.4% 감소한 504만6,572톤, 토목용은 14.0% 줄어든 113만 726톤, 기타 6.8% 감소한 62만8,050톤 등 부문별로 모두 마이너스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연간 700만톤 미만 실적은 지난 44년간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금년도 출하량이 예측치 대로 680만톤 수준에 그친다면 1976년도(686만1,884톤) 통계 작성 이래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 심지어 리먼쇼크가 발발했던 2008년도를 100이라고 했을 때 금년 예측 출하지수는 78.2에 불과하다.

착공에서 강재출하까지 평균 타임래그를 9개월이라고 할 때 2019년도 토목실적이 4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결과, 금년도 토목용 철근 출하량은 전년대비 3%(약 22만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의 역풍에 의한 건설현장의 작업효율성 저하와 코로나 사태로 22만톤(-3%), 주택착공 및 건설투자 침체로 추가 22만톤(-3%) 줄어, 총 66만톤 전년대비 9%의 수요감소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에서는 동경올림픽이 1년 연기됨에 따라 올림픽 직후 진행되기로 했던 공사가 앞당겨지면서 15만톤의 수요증가를 예상하는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약 7%(50여만톤) 감소한다는 게 보통강전로공업회 측의 설명이다. 보통강전로공업회는 용도별 철근 수주통계를 토대로 건축·토목·기타 부문별 비율을 추산하고 그것을 통해 출하량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의 정확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7월 규슈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 피해가 발생해 향후 재해복구 신규 수요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예산 집행시기상 본격적인 수요는 내년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금년도 재해복구 수요는 한정적이다. 게다가 이번 예측은 코로나 2차, 3차 확산을 포함하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변수에 따라서는 예측치를 하회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근 수요가 나아질 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 암울안 선행지표

철근경기 선행지표인 건축통계도 좋지 않다. 건축착공통계(全구조)를 보면 5월 전년동월대비 11% 감소해 2019년 9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합계도 전년동월대비 8% 감소하고 있다. 타임래그를 감안하면 지난 9개월간 마이너스 결과는 금년도 철근 출하에 그대로 반영되는 등 건설용 강재시황의 침체가 선명하다. 

주택착공 호수 역시 감소경향이 뚜렷하다. 5월 주택착공호수는 전년동월대비 12% 감소해 2019년도 내내 단 한 번도 플러스를 기록한 달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2019년도 실적은 전년대비 7% 감소했다. 그래프상 ‘우하향’ 방향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철근생산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마이너스 행진 중인 선행지표(건축착공실적) 추이는 향후 철근 수요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로 생산은 2020년 하반기 내내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국내 철스크랩 수요 역시 침체기를 피할 수 없다. 약세파는 이러한 배경으로 비관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기로제강사가 적극적으로 철스크랩을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수요측면에서 강세요인은 찾아 볼 수가 없다. H2 가격 2만엔은 커녕 연내 1만5천엔, 아니 1만엔대가 무너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약세파가 내세우는 논리는 일면 설득이 있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낮은 수요환경에서도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스크랩시장이다. 수요감소와 가격하락은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 이것을 지금까지 수없이 봐왔다. 국내 수요환경을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비관 일색이 될 이유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