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脈은 이 안에 있다

2020-07-16     박준영 기자

창간특집 기획 : 센서 선별시대 가속화

<strong>가네무라

일본 규슈 구마모토의 노포(老舖) 스크랩 대기업 가네무라 에코웍스는 2019년 2월 세계 최고·최첨단 혼합금속 스크랩 선별기술의 총체로 평가받을 만한 슈레더 다운스트림 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메탈소팅 플렌트 Metal Sorting Plant’라고 자체 명명한 슈레더 후단 공정 설비투자에 110억원(10억엔)을 쏟아 부은 것도 놀랍지만 미래 스크랩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과감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 가네무라 코오헤(金村 康平) 사장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2000년 선수 은퇴 후 가업을 승계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창업 70년이 넘었고 비철금속 선별만 30년인 뿌리 깊은 이 회사가 환골탈태급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스크랩시장에 불어 닥치고 있는 새로운 기류변화를 예사롭지 않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가네무라 사장은 “미래를 위한 세계 최고의 기술투자가 되길 원했으며 가동 5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 잔재물 속 金脈 찾아라

슈레더는 혼합금속물질을 모재로 이를 파쇄해 1차로 철스크랩을 선별하고 2차로 비철스크랩을 회수한다. 나머지는 파쇄잔재물(ASR)이라고 하여, 일부 시멘트 회사에 공급하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매립 소각을 통해 최종 폐기되고 있다. 모재는 주로 폐차인데 최근에는 소형 폐전자기기를 포함한 저급 경량스크랩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모재 100을 투입하면 55는 철스크랩이, 5~10은 비철스크랩, 나머지 35~40이 잔재물(폐기물)이라고 한다.

슈레더 기업들은 비철스크랩 회수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수(手)작업 외에 별도의 악세서리 라인을 갖추기도 하는데, 와류(Eddy Current)와 중액 방식이 일반적이다. 와류 선별은 고주파 자기장의 유도원리를 이용한 것이고 중액은 특수 액체의 비중을 활용한 것이다. 와류와 중액 방식 모두 큰 입자의 알루미늄 회수에 용이하지만 입자가 작아질수록 회수율이 떨어지고 STS, 구리, 황동, 아연 등 그 외 비철을 완벽하게 선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중액 방식은 막대한 물과 값 비싼 첨가제(페로 실리콘)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과 환경문제가 걸림돌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로 중액 방식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미래 스크랩기업의 경쟁력은 이 35~40%에 달하는 파쇄잔재물 안에서 유가금속을 얼마나 최대한 많이 회수하느냐 동시에 폐기물 처리량을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어찌 보면 유가금속 회수의 극대화보다 폐기물 최소화가 더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폐기물 처리비용이 급등하고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능력은 감소하고 있다. 일본 가네무라 에코웍스가 단일 스크랩기업으로서는 엄청난 규모의 설비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네무라 사장은 “지난 30년간 일본은 인건비와 효율성, 환경문제로 100% 재활용 하지 않아도, 중국으로 폐자원을 보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이 엄격해지면서 이른바 자기 완결 리사이클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폐기물 처리문제와 함께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역시 보다 ‘촘촘하고’ 자동화된 선별공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유가금속 극대화·폐기물 최소화

폐기물 처리비용은 우리나라에서 매립 소각 시 180~190원(kg)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2~3년전 120~130원(kg)에서 최대 6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폐기물 처리비용의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특히 매립 소각 시설의 확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처리능력의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게다가 스크랩의 잉여시대에서는 저급 경량스크랩의 판로가 사라지게 될 것이고, 최종 소비자인 제강업계의 품질요구 조건은 매우 까다로워지게 된다. 폐휴대폰, 소형 가전제품을 포함한 저급 경량스크랩의 재활용과 스크랩의 품질고급화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슈레더의 모재로 경량 스크랩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가네무라 에코웍스 역시 원활한 모재수급과 환경변화에 맞춰 모재 투입에서 폐차 비중을 줄이고 잡품 같은 경량스크랩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부광자원이 이미 경량스크랩을 슈레더의 주 모재로 해 수익성과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 메가 슈레더 설비투자가 유행하면서 스크랩 등급을 여러 단계로 나눌 필요 없이 깡통부터 폐차, 각종 저급 경량스크랩을 파쇄기에 넣어 뜯고 털고 골라서,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스크랩은 슈레디드(Shureded)와 보너스 등급으로 단순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슈레더에 의한 등급의 간소화가 본격적인 잉여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시 시도될 수 있다. 

□ 스크랩, 최첨단 기술의 각축장 

혼합물질로부터 유가금속 스크랩을 선별하는 기술은 전통의 수(手) 작업 방식을 거쳐 풍력, 자력, 와류, 중액 등 기계적인 공정에 도달했고, 최근에는 센서 기술을 응용한 선별방식으로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센서 공학을 응용하는 선별기술은 EM(Electro Magnetic), 카메라 그리고 X-Ray 기술을 통해 각각의 금속특성, 모양, 컬러, 밀도 등을 감지해 좁쌀보다 작은 미립자까지 선별해 내는 것이다. 가네무라 에코웍스가 100억원 넘게 투자한 설비의 핵심은 기능별로 서로 다른 8개의 센서공학 선별 라인과 부대시설들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센서공학 선별방식을 통해 잔재물의 총량에서 최대 20%까지 유가금속을 더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센서 공학기술의 보편화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까지 동원되는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크고 작은 스크랩야드에서 펼쳐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