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kg)씩 두 번 올리는 것과 한 번에 20원 올리는 것 중에 뭐가 나은가

2020-05-08     박준영 기자

데스크칼럼

단기 극약처방에 익숙해지는 건 아닌지
물동량 요요현상 되풀이 물류부담과 피로감 가중
시장에 내성 키우고 투기화 조장 
일관성 지속성 정면 배치, 장기 투자 걸림돌 
 

황금연휴 전(前) 15원(kg) 인상에 꿈쩍하지 않던 시중 매물심리가 연휴 후 추가 20원 오르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제강사들은 기본 10원(kg) 단위로 단가를 조정한다. 한 번에 15원이나 20원 인상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다. 5원, 10원 두 세 번 나눠 올리지 않고, 한 번에 15원 이상 오른 경우(영남권 기준)는 2016년 5회, 2017년과 2018년 각각 6회, 2019년 8회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5월초 현재 벌써 네 번째다. 

반면 일본은 우리만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 한 번에 1,500엔(톤당) 이상 인상한 경우(동경제철 기준)는 2016년 2회, 2017년 2회였고, 그마저 2018년 이후로는 한 번도 없다. 대신 500엔, 1,000엔씩 일정 인상폭을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이틀 사흘 간격으로 빠르게 올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 번에 많이 올리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단가조정 횟수가 현저히 적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2019년 한국은 37회(영남권 인상 12회, 인하 25회), 일본은 39회(동경제철 인상 14회, 인하 25회) 조정했다. 

우리 제강업계가 5원, 10원 단위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리는 방식 대신 한 꺼 번에 두 세 계단을 뛰어넘는 ‘스킵 그레이드’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작은 인상’에는 좀처럼 시장이 움직이지 않아서 일 것이다. 시장에 기대감을 부추겨 오히려 입고흐름에 역효과가 나는 것을 우려한다. 속전속결로 정면 돌파하는 편을 선택하는 이유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남들보다 싸게 사야 한다’는 강박증이 깔려 있다. ‘내리기는 속히 하고 올리기는 더디 하라’는 구매 격언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 같다.  글로벌 상승세가 시작되면 처음엔 부인하고 버티다가 결국 한 꺼 번에 큰 폭으로 올려 줘야 하는 상황과 직면하는 것이다.

제강사들의 자의반 타의반 ‘건너뛰기’식 큰 폭 인상은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시킨다는 효과 외에 시장에 적지 않은 부작용과 충격을 준다. 첫 째는 물동량의 요요현상이다. 물동량이 반짝 집중된 뒤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는 제강사가 그토록 강조하는 입고의 일관성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스스로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위다. 시장에는 물류부담과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내성을 키워 더 큰 인상충격, 투기화를 조장한다.

마치 샤워기의 우(愚)와 같다. 수도꼭지를 갑자기 틀면 찬물이 쏟아지고, 이를 참지 못해 반대쪽으로 재빨리 돌리면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화들짝 놀라 다시 수도꼭지를 반대편으로 돌려 또 찬물이 쏟아지게 만든다. 결국 제대로 씻지 못하고 물만 낭비하는 꼴이다. 

차제에 제강업계는 글로벌 시장과의 동조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예측가능한 시장이 되도록 큰 그림의 구매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회복하는 토대다. 일관성과 지속성이 담보될 때 스크랩업계의 장기적인 투자도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10원씩 두세 번 나눠 서서히 올리는 것보다 한 번에 20원 이상 큰 폭으로 올려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익한 방법인지 철저하게 분석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