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읽고 메모하고 … 답은 창의성에 있다

2020-03-10     노재석 前동부제철 상무·스크랩을 말하다 著者

[시론] 상시 위험사회, 어떻게 살 것인가

눈 부신 과학기술의 발전 통해 수명 늘고 삶의 질 개선됐지만
이면엔 질병과 각종 위험까지 진보 과학이 구축한 超연결망 타고 전염병 확산
오랜 사회적 혐오 내재해 있는 스크랩業, 방역망 뚫릴 땐 2차 피해 우려 있어
상시적 위험관리에 우선순위 둘 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창의성 길러야
창의성은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

중국發 신종 코로나로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국을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감염자의 급속한 증가, 발생지역의 전국화로 일부 지역은 의료시설 부족과 함께 사망자마저 속출하고 있다. 사회안전과 건강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기관, 군, 경찰, 소방서 등도 방역망이 뚫려 일부 마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항공,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자동차, 전자 등 제조 분야까지 가동이 일지 중지되거나 축소되는 등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 IMF 등은 올해 국내외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전염병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사회적 위험이 발생하면 통제관리 주체는 정부가 돼 각종 대책을 수립하여 집행한다. 그리고 사회구성원은 정부지침에 따라 행동하면서 개인에게 닥치거나 닥친 위험을 관리한다. 위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시켜 사회시스템이 하루 빨리 정상가동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와 사회 구성원들의 초기 대응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발생 초기 감염원 차단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금지해야 할 집단 활동 지속, 다중이용시설 출입, 의료당국의 자가 격리 지침을 무시하는 등 마치 감염병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어설펐다. 과거 우리 사회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바이러스에 의한 유사 질병을 경험하였다. 특히 2015년 메르스 감염병 때 의료기관, 정부, 일반 사회구성원 모두 경험하지 못한 신종 질병에 우왕좌왕하여 병원 내 집단감염과 확산으로 많은 사망자를 내는 안타까움을 경험하였다. 이후 감염병 관리 대책이 수립되었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변형된 신종 코로나는 준비된 대책대로 적용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는 변종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으로, 일반감기와 매우 유사한 증상을 보여 전문적인 검사 없이는 감염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또한 감염원을 알 수 없고 치료약도 없어 감염 의심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을 격리하고 다녀간 장소는 일시 폐쇄하는 조치가 방역의 최선이다. 그리고 의료 행정당국의 질병관리 지침에 따라 시민들이 행동하고 개인위생을 엄격히 하여 질병으로부터 스스로 지켜내려는 적극적인 시민의식에 의존하는 것이 전부이다. 치료약은 없지만 질병관리당국이나 의료진이 과거의 유사 질병치료 방법이나 경험을 토대로 나름 창의력을 발휘해 질병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의료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점이 심리적으로 덜 당황스럽게 한다. 

스크랩업계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예외는 아니다. 사회시스템 마비, 경기위축, 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스크랩업계만 비켜가지 않는다. 감염우려로 인한 자동차, 전자 등 생산제조 공장의 가동 중지, 건설 현장 폐쇄로 발생처 스크랩 감소, 관련 근로자 격리로 인한 취급물량 차질을 낳기 시작하고 있다. 

장소와 지역 구분 없이 출입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촉해야 하는 스크랩 업무 특성은 전염병 감염에 누구보다 취약하다. 감염되거나 감염자와 접촉되어 격리되면 스크랩업의 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감염은 스크랩에 잠재돼 있는 사회적 혐오를 더욱 강화하는, 2차 피해도 염두에 둬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한순간에 가격이 대폭락하고 입고중지라는 재앙적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업체별, 지역별 피해는 불가피하다.
 
◇ 스크랩業, 전염병에 취약

위험은 세계화와 함께 상시적인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번 사태처럼 사회를 혼란과 공포로 몰아넣는 재난적 위험은 이제 상시적인 일이 되고 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릴히 벡의 표현대로, 현대 사회는 이제 위험이 중심인 사회가 된 것이다. 위험으로부터 통제 관리는 상시적이며, 사회적 역량을 발휘하여야 할 우선순위가 되었다.

현대사회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어느 때 보다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각종 질병을 극복하고, 인간 유전자 해독, 생명복제 기술 발전으로 인간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수명 연장과 삶을 안락하게 만든 과학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기후변화와 생태환경 파괴, 금융시스템 붕괴, 핵발전소 폭발, 폭탄테러 같은 새로운 위험들이 위협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등은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위험들이다. 2003년 중국發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1년 메르스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과학기술이 진보하는 것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들도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의 위험들은 발전된 과학기술에 의해 발생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 구석구석 촘촘한 연결망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불량 주택담보모기지 문제가 서로 연결된 금융망 구조를 통해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뒤흔들었다. 2003년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사스는 아시아 32개국으로 확산 되었고,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는 더욱 세밀해진 연결망을 통해 전 세계 국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질병은 중국이라는 지역성을 넘어 세계 모든 국가로서 퍼져 간다. 

연결망 사회는 사소한 위험을 거대한 재앙으로 변신하는 일종의 나비효과를 유발한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 3품목을 일시 수출 금지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생산에 압력을 가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정치적 행위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차질에만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관련 전자, IT기기, 자동차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위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극히 작은 반도체 생산 원자재 품목의 문제라 할지라도 연결망을 통하여 그 부작용의 강도는 커지는 것이다.

◇ 위험 상시화 시대 … 연결망 사회가 원인

이제 위험은 상시적 사회적 문제가 되었기에 위험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사회 이슈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각 국가는 정부 주체로 위험 종류별 매뉴얼을 만들고 위험의 사전 방지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위험들은 발생 시기와 크기, 강도가 사전 예측과 달리 나타난다. 준비된 매뉴얼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상황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뉴얼과 함께 위험을 대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침착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이 만들어내는 공포는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켜 효과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태풍을 예보할 때 강도와 크기, 그리고 진로를 수시로 알린다. 이는 알 수 없는 태풍의 위험으로부터 사회가 공포의 포로가 되지 않고 침착하게 대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위험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근거 없는 자의적 판단과 낙관적 접근은 위험으로 인한 피해를 키울 뿐이다. 위험의 크기와 강도를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평가해야 위험이 닥쳤을 때 관리 할 수 있다. 

◇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몇 년 전 광화문 앞 대로의 화단을 정리하여 널찍한 광장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후 그리 많지 않은 강우에 광장이 물바다가 됐다. 배수용량을 초과하여 기능이 일시 상실되었던 것이다. 건설 당시 과거 강우기록을 참고하여 배수시설 용량을 갖췄지만 시설 환경과 기후 변화에 따른 변수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위험을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위험의 엄습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본자세다. 

마지막으로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창의성’은 ‘생각하는 힘’을 통해서 발현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감염원을 알 수 없고, 마땅한 치료약도 준비되지 않았지만 의료진들은 전문지식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인 치료로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창의적인 접근이 질병을 제압하고 있으며 세계 의료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매스컴 보도도 나왔다. ‘생각하는 힘’은 평소에 관련 지식을 쌓아 놓아야 키워지는 것이다. 뇌 과학자나 심리학자들은 많이 읽고 메모할 것을 권장한다. IT기기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간편하게 접하기보다 지면(紙面)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