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한다는 말, 정말 좋아합니다”

2020-02-21     윤연순 기자

[인터뷰] 성찬모 디엠에스 대표

어릴 적 ‘야드’는 놀이터였고 중고교 땐 ‘알바’로 용돈 타
대학 3학년엔 포크레인 上車 家業 이으려 경제 경영 전공
한보 부도 前엔 월 2~3만톤 물량 다뤄
회사는 ‘마당’으로 평가 받아 정리정돈 신경 쓰는 이유
“길로틴 놓고 규모 키울 겁니다”

 

“어릴 적 뛰어놀던 놀이터가 이제 생활터전이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우리 업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은 전혀 없습니다. 중학생 땐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고 고등학생이 되어선 산소 절단까지 했죠. 대학 3학년 때 포크레인으로 직접 상하차 작업을 했고 군 제대와 동시에 포크레인 자격증을 딸 정도로 스크랩은 제 성격과 잘 맞는 일이었어요.”

디엠에스 성찬모 대표는 그의 부친으로부터 스크랩을 배웠다. 어린 시절, 새벽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퇴근해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은 떼 묻은 작업복에 늘 피곤에 절어 있었다. 그는 지금에서야 아버지의 큰 희생을 깨닫는다고 했다.
 

성찬모

“아버지는 스크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세요. 세월이 흐르면 산업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큰 돈도 벌 수 있을 거라며 어린 아들에게 가업을 이어받아 더 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말씀하셨거든요. 아버지의 생각은 옳았고 지금은 아버지께서 일궈 놓으신 터전을 더 단단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는 초중고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는 야드에서 자연스럽게 현장을 익혔고 대학에서 경제와 경영을 전공했다. 가업을 잇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를 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우리 업에서 현장만큼 중요한 게 세무와 회계라고 생각해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이론과 실전은 달랐어요. 책으론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고 특히 우리 업에선 일반적 논리로는 입증할 수 없는 편법과 꼼수가 난무해 열심히 일하는 상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 스크랩을 오랜 세월 해온 대부분의 상인들은 거금을 떼이거나 세금 폭탄을 맞은 경험을 한 두 번쯤은 가지고 있다. 디엠에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공장 발생처 물량이 80% 정도인데 공장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거는 게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덜 하지만 예전엔 보증금에 대한 안전장치가 허술해 몇 억씩 되는 돈을 한순간에 날리곤 했죠. 아직 받지 못한 돈이 20억은 족히 될 것 같습니다.”

디엠에스는 예전 한보시절, 한 달 2~3만톤을 납품하며 충청권에서 제1구좌로 인정을 받았던 기업이다. 한보가 부도나면서 엄청난 손해를 본 그의 부친은 제강이 아닌 주물공장으로 납품처를 옮겨 재기를 노렸다. “당시 한보를 인수한 현대제철이 납품권 제안을 해왔지만 아버지께서 거절하셨어요. 상처를 많이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그 후 주물공장에 물건을 대기 시작했고 경험과 성실로 빠르게 회사를 복구시켜 나갔습니다. 지금에서야 얘기지만 솔직히 제 입장에선 그때 납품권을 받아 놓았으면 좋았겠다 생각을 해봅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는 또 오겠죠.”

현재 디엠에스는 현대제철 패밀리로 납품을 하고 있다. 월 4~5천톤의 물량을 처리하는데 올해는 좀 더 늘려볼 생각이다. “압축기 3대(500톤 사각 2대, 400톤 팔각 1대)로 생철 위주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조심스럽게 길로틴 설비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경량 스크랩을 보강해 월 8천톤 베이스로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고품질 스크랩 가공으로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성 대표는 물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고품질의 스크랩을 공급하는 게 납품 협력사들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제강용 스크랩도 주물용 스크랩만큼 깨끗해야 합니다. 공장에서 직접 가져 오는 스크랩은 문제가 안 되지만 유통에서 받는 건 때론 이물질이 섞여서 들어옵니다. 검수하는 직원에게도 압축물 속 이물질 여부를 꼼꼼히 살피라고 단단히 강조를 합니다. 좋은 스크랩을 꾸준히 납품하는 게 디엠에스의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품질을 높이고 좋은 스크랩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마당이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먼저 본을 보이고 존중하면 상대방도 편법을 쓰거나 부정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출근과 동시에 가장 먼저 야드를 돌아봅니다. 잘 정리된 마당을 보고 사람들은 그 회사를 평가하니까요. 직원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영업계획을 짜면 바로 거래처를 방문합니다. 물량은 늘릴 계획이지만 영업사원을 보강할 계획은 없습니다. ‘맨땅에 헤딩 한다’는 말이 있죠. 조금 무모할 수도 있지만 제가 그런 걸 좋아해요. 아직 젊으니까.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제대로 일해보고 싶습니다.”

성 대표는 “최근 주변에서 스크랩은 경쟁도 심하고 마진도 적은 사양산업이라는 얘기들을 자주 듣는다”며 “하지만 철은 인간과 영원히 함께 존재하는 무한순환자원으로 깨끗한 마인드와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산업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