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전열정비 … 호황사이클 기다린다

2020-01-06     윤연순 기자

2020년 집게차 크레인 전망

2019년 하반기 고철단가 하락
2020년 집게차 판매에 부정적
히아브·광림 점유율 80% 이상
판매와 정비망, 인지도 앞세워
당분간 시장 지배력 유지할 듯

 

[2020년 전망]

작년 하반기 불황, 올 상반기 이어질 듯


2020년 국내 집게차 판매 전망은 결론부터 말하면 암울하다. 집게차 판매량과 철스크랩 가격의 상관관계는 그동안의 통계 자료에 잘 반영돼 왔다. 철스크랩 가격이 오르면 판매량도 오르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판매량도 떨어졌다. 지난 2019년 3~4분기 스크랩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그 하락세는 2020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집게차 크레인 판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기 불황의 여파가 해당 연도가 아닌 다음 연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2020년 시장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 몇 년간의 집게차 크레인 판매에서 확인된 패턴들을 보면 2019년 불황의 여파는 2020년 실적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2008년 8월 이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이라는 주식시장 대폭락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당시 800원대 초반까지 치솟았던 철스크랩 가격은 20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다음해인 2009년 모든 기업군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국내 집게차 판매사들의 실적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8년 연간 판매량이 1,938대에서 다음해인 2009년엔 절반 수준인 1,180대로 40% 가량 급락했다.

# 2014년에도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경기가 악화됐고 제강사의 잦은 입고통제, 급기야 그해 11월 동부제철의 파산으로 철스크랩 구매가 종료되면서 연초 410원(kg당, 생철기준)으로 시작했던 스크랩가격은 연말 26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에도 집게차 판매량의 급락은 2014년이 아닌 다음해인 2015년에 나타났다. 2014년 판매량은 1,002대였고 2015년 판매량은 672대로 33% 급락하며 10년래 최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20년 스크랩시장도 심상치가 않다. 2019년 8월말부터 스크랩 단가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11월까지 9차례 연속해 100원(kg당) 가량 떨어졌다. 이후 소폭의 단가 상승이 있었지만 치고 올라가는 힘이 약해 스크랩 단가 하락세는 지속될 수도 있다고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2019년 3~4분기에 시작된 단가하락이 2020년까지 이어지면서 상반기 내내 불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욱이 2020년 세계 및 중국 조강생산과 철광석, 원료탄, 구리 가격 등 글로벌 철스크랩 가격과 연동하는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감소하거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더한다.

국내 집게차 크레인 주요 4사의 2019년 3분기까지 판매량은 937대로 4분기 판매량까지 더해지면 총 판매량은 최고 1,20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총 판매량인 1,388대 대비 13.5% 가량 부진한 실적이지만 정작 우려되는 것은 2020년 집게차 시장이다. 앞서 2009년과 2015년의 패턴이 재현된다면 2020년 집게차 판매량은 큰 폭의 하락세가 점쳐진다.

[집게차크레인 시장 현황]

히아브·광림 점유율 80%이상, 시장 지배력 굳건해

히아브와 광림은 제품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집게차 크레인 판매량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85%, 2019년 3분기까지 점유율 역시 80%를 넘기며 굳건한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집게차 크레인 판매에서 2015년 단 한 차례를 빼고 히아브가 1위를 수성했고 광림이 그 뒤를 따랐다. 양사간 판매량 차이도 크지 않다. 2019년 3분기까지 점유율은 히아브가 43%, 광림이 40%였다.

국내 집게차 크레인 시장은 1979년 광림산업이 첫 포문을 열었다. 초창기 임대업 위주로 시장에 발을 내디뎠지만 크레인 사업에 치중하며 사세를 키웠다. 그 후 크레인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1990년 광림과 핀란드에 본사를 둔 히아브가 합작법인으로 새롭게 출범을 한다. 하지만 양사간 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5년 광림과 히아브는 별개 회사로 분리됐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갈라진 상태지만 태생적으로 보면 히아브와 광림은 같은 뿌리다. 이 때문일까. 두 브랜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존을 택한 모습이다. 지금 이대로 현재의 시장점유율 수준에서 안정적인 정책을 펼친다. 현 시점에서 양사의 특색을 가려내기는 힘들다. 제품력도 동등하고 판매와 서비스망도 일부 공유한다. 단지 외국계와 국내 기업으로 분류할 정도다.

히아브는 일반 딜러들이 전국적으로 잘 분포돼 있지만 빅딜러로 성장 중인 업체들이 늘고 있고 광림은 빅딜러가 많다지만 최근 이들이 세미딜러들을 보유하면서 시장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어찌 보면 수도권에 한정된 얘기일수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세미딜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세미딜러들은 히아브와 광림 제품을 모두 판매하며 시장 가격을 흐리고 있다. 제살 깎기식 이전투구 양상은 결국 메인 딜러들의 손실로 반영되기도 한다.

시장 지배력은 히아브쪽에 무게가 실린다. 고 판매가와 고 수수료 정책을 고수하며 매번 시장에 선제적 신호를 던졌고 광림은 이를 뒤따르는 양상이다. 작년부터 광림도 히아브와 동일한 수수료(12%)를 책정하는 등 폭넓은 판매와 서비스망,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양 사의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외 DY, 팔핑거, 수산 등이 있지만 시장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들 제품은 히아브와 광림을 모방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시장의 저평가와 판매 및 서비스망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돌파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예외로 팔핑거는 자체 기술력과 넉넉한 자금력 등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지만 대중화 되지 못한 장비와 기존 경쟁사의 촘촘한 방어망을 뚫기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