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제강사 격변 몰고 올 중국 … 2019 스크랩산업 7大 뉴스

2019-12-24     박준영 기자

매년 업황이 어려워진다는 스크랩시장. 하지만 질적인 개선과 성장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수혜업종으로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외 스크랩시장의 2019년 7대뉴스를 스크랩워치가 꼽아봤다. [편집자주]

◇ 잇단 조업중단과 제품부진 … 위기의 제강업계

올해 스크랩업계는 제강업계의 연쇄 입고중단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었다. 영남권의 한국철강이 제강공장 고압전기시설 화재사고로 78일간(4월15일 ~ 6월30일), YK스틸도 인명사고에 의한 조업정지명령으로 12일간(8월10일 ~ 21일) 각각 구매를 중단했다. 그런가하면 제품시황부진을 이유로 세아베스틸(7월29일 ~ 8월10일) 동국제강 인천제강소(10월1일 ~ 5일) 한국특수형강(10월 8 ~ 19일) 등이 1~2주 입고를 중단했다. 그 외 검수시간단축, 물량할당 방식으로 예년에 비해 잦고 강도 높은 입고통제가 실시되며 스크랩업계는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판로(販路)의 위기’를 겪었다. 혹자는 스크랩업의 장점으로 ‘판로 걱정 없는 사업’임을 꼽는데, 영원할 것 같지 않다. 제강사의 위기는 실적악화로 나타났다. 2019년 3분기 전기로제강사(9개사 기준) 평균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38.9% 각각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1.4%로 곤두박질쳐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 한일 관계악화로 조명된 對日 스크랩의존도

7월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韓日)갈등은 8월초 일본산 스크랩에 대한 지역세관의 방사능 검수강화로 스크랩시장에까지 확전됐다. 한국의 일본산 스크랩수입 비중은 금년 상반기 60.6%로 2위 미국(19.0%), 3위 러시아(10.7%)에 비해 압도적이다. 일본 역시 연간 700~800만톤을 수출해야 하는 수급 구조로 2018년 일본의 한국 수출비중은 54.9%(407만톤)로 1위다. 2위 베트남(21.2%), 3위 중국(14.4%), 4위 대만(6.1%)과 비교해 절대적이다. 일본 입장에서 연간 400만톤을 소화할 수 있는 대체시장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의 대일 수입비중 역시 높지만 대체시장이 있는 반면, 일본은 대체 수출시장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악화는 일본 스크랩업계에 더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되레 스크랩시장에서 역풍을 맞을 뻔 했다.

◇ 방통車 캐노피 확산 … 안전불감증 전환점에

스크랩업계에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올 들어 개선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통차 안전 캐노피 설치가 대표적이다. 방통차 안전 캐노피는 철스크랩 운반차량(일명 방통車) 기사들이 상차(上車) 후 운행 전, 또는 하화 시에 높이 3.5m 적재함 위에 올라가 방진 덮개를 씌우거나 제거를 해야 하는데, 이 때 낙상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자의 몸통에 안전줄을 매달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물이다. 제강업계에서 2018년 현대제철, 동국제강을 시작으로 금년 세아창원특수강(5월), 환영철강공업(11월)이 가세했고, 스크랩업계에서는 대한강업(2월), 에스피네이처(5월)가 각각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안전한 야드와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제강·스크랩업계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여전히 대부분 야드에서는 안전모조차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곳이 많다. 이것이 세계 4대 스크랩강국의 현주소다.

◇ 스크랩산업에 불어 닥친 4차 산업혁명 … AI 검수 시도

9월 일본의 한 기술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철스크랩 등급판정 자동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신코엔지니어링&메인터넌스(神鋼エンジ&メンテ)는 전기로제강사에 입고되는 철스크랩 이미지의 영상을 데이터화한 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반복 학습하는 방식으로 철스크랩 등급을 자동 판정하는 AI 검수시스템을 개발했다. 영상데이터의 확보와 인공지능의 추가 학습을 통해 판독기술을 정밀화 한 뒤 2020년 전기로제강사를 대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본 최대 전기로제강사 동경제철도 글로벌 철강설비 엔지니어링기업 다니엘리(Danieli)사(社)로부터 4차 산업협력 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자동 스크랩 분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양한 자체학습(self-learning) 단계를 거쳐 스크랩을 완전 자동으로 분류하는데 이른다. 동경제철 큐슈(九州) 공장에서 최초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철스크랩산업의 AI관련 기술을 선도할 국가로 평가된다. 높은 수준의 IT응용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프라 덕분에 방통차 GPS, 영상검수, 무인계근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축적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은 AI기술개발의 중요 자산이 된다. AI 기술을 응용한 검수, 선별, 가공, 재고관리 시대가 멀지 않았다.

◇ 중국, 스크랩 수입 ‘제로화’와 철강축적량 100억톤 시대

9월 중국이 철스크랩 수입 ‘0’을 기록했다. 20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 2009년 철스크랩 1,370만톤을 수입해 정점을 찍은 뒤 2010~2013년 평균 500만톤, 2014~2017년 200만톤대를 유지했다. 2018년 수입은 134만톤이다. 중국정부는 2020년 철스크랩 수입 제로화를 선언했다. 배경에는 엄청난 규모의 철강축적량이 있다. 중국은 매년 6억톤씩 철강축적량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90억톤을 돌파하고 2020~2021년 사이 100억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의 노폐스크랩회수율을 평균 1.4%로 가정했을 때 철강축적량 90억톤에서 발생한 노폐스크랩만 1억3천만톤 수준이다. 여기에 가공스크랩, 자가발생 스크랩을 합치면 합계 2억5천만톤을 훌쩍 넘는다. 2018년 중국의 철스크랩소비량은 1억7,800만톤으로 사상 최대기록을 세웠다. 향후 대대적인 스크랩소비 촉진정책을 펴더라도 중국의 스크랩소비는 제한적이고 공급량은 무한정이다. 중국의 철스크랩 수입제로화는 필연적이고, 가까운 시일내 수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인도, 한국 제치고 세계 스크랩수입 2위에

금년 상반기 인도의 철스크랩 수입은 390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35% 급증했다. 360만톤의 한국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세계 2위 조강생산국 인도는 스크랩소비에도 규모의 경제가 시작되면서 세계 무역지도와 영향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도 철강부(Ministry of Steel)는 10월 철스크랩 이용률 확대와 수입 스크랩 비중축소, 가공시설에 관한 외국인 투자유치 혜택 등을 포함한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 정책은 궁극적으로 인도 철강산업 성장기반으로써 안정적인 원료공급과 자국내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 생활주변 등 다양한 스크랩 공급원에 대한 기준과 이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중간 처리단계의 시설 및 환경기준이 제시해 수집가공시스템을 선진화 하려는 것이다. 인도 스크랩산업의 성장과 도약이 예상된다.
 

◇ 철광석-스크랩 동조화 패턴 균열

‘스크랩은 철광석에 수렴된다’된 오랜 시장의 격언이 깨졌다. 올 여름 철광석 대비 스크랩가격이 역사상 가장 저(低)평가된 것이다. 철광석 가격을 ‘1’이라고 했을 때 최근 5년 평균 스크랩가격계수는 4.2539다. 철광석가격이 80달러일 때 스크랩가격은 340달러 정도라는 의미다. 하지만 철광석 가격이 5년만에 100달러를 돌파한 5월 17일 이후 평균 스크랩가격계수가 2.6637로 역사상 가장 低평가됐다. 이런 배경에는 금년초 브라질, 호주의 공급차질 이슈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지배구조의 관점에서 해석된다. 철광석은 과점화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스크랩은 철강축적량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공급잉여 구조가 두드러진다. 2019년 기준 세계 철강축적량은 330억톤으로 추산되며 중국은 이 가운데 거의 3분의 1을 갖고 있다. 여기에 연산 1억톤을 돌파한 스크랩 대체재 DRI의 도전도 스크랩가격이 저평가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크랩시장과 가격흐름을 읽는 중요한 지표로서 철광석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변수와 새로운 변수의 결합을 통해 스크랩의 가치는 변화무쌍한 방향성을 나타낼 것이다. 이것이 스크랩시장을 지나치게 단면적으로 봐선 안되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