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은 확인 … 관건은 속도

2019-11-01     윤성칠 하이투자선물 Commodity Analyst

LME워치

美中 무역협상 합의 가능성에 중국 추가적 부양책 기대감
노딜 브렉시트 우려 사라져 미 달러화 약세 흐름 지속돼
美 연준 금리인하 기조도 호재, 구리 Al 니켈 공급차질 우려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던 비철금속 시장에 드디어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주요 품목 대부분 하락세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비철금속 구리는 10월 들어 6천달러 가까이 올라왔다. 알루미늄도 박스권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비철금속 시장에 볕이 든 건 내적인 요인보다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가장 큰 악재였던 美中 무역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11월 정상회담에서 1차 무역합의가 있을 거란 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누그러지고 수요증가 기대감은 살아났다.

중국효과도 비철금속 가격을 견인했다. 10월 중국 상황만 놓고 볼 때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해석은 긍정적이다. 10월 발표된 중국의 실망스런 경제지표가 독이 되기 보다는 득이 된다고 보았다. 중국 당국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추가 부양책을 강력하게 시행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특히 비철금속 수요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낸 것도 긍정적이다.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우려가 사라져 유로와 파운드 가치가 상승하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 역시 비철금속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기조 역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방향은 결정되었는데 속도가 문제다. 긍정적인 재료들이 계속 작용할지 아니면 매번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틀어져 시장을 흔들지 그 결과에 따라 속도가 결정될 것 같다.

일단 11월에도 가장 큰 재료는 美中 무역협상이 될 것이다. 아직 1차 무역합의 가능성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아무도 100% 믿지 않는다. 이번 1차 합의가 전체 내용 중 일부분만 먼저 합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협상결렬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이 마저도 힘들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크다. 실제 11월 합의가 불투명하다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이런 우려를 심화 시켰다. 지난 10월 2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美中 중간 무역합의가 예상처럼 다음달 칠레 정상회의 때까지 완료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나, 합의 결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미국 정부의 한 관리가 밝혔다.

더 큰 문제는 APEC 정상회의 취소다. 당초 오는 11월 16~17일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칠레의 비상사태로 정상회의가 취소되며 향후 정상회담이 언제 개최될 지 알 수 없다.

10월 30일자 칠레 현지 일간 엘메르쿠리오에 따르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11월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APEC과 COP에 생길 문제와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언급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이 이번에도 상승세 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중국의 수요회복 기대는 긍정적이다. 게다가 중국 비철금속 공급둔화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에 이어 중국은 겨울철 환경규제로 비철금속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규제 강화시기를 지난해보다 한달 앞당긴 10월 1일부터 적용했다. 중국 환경보호국이 중국 북부 지역의 초미세먼지(PM 2.5)를 전년대비 4% 줄이라고 명령했다. 이는 지난해 3%보다 늘어난 규모다. 실제 지난 10월 중국 철강생산 도시들에서 레벨2의 스모그 경보가 발동된 이후 생산량을 50% 가까이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감산으로 중국발 공급둔화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의 약세흐름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감소하며 달러약세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10월 FOMC에서 연준은 올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1.50~1.75%로 인하)를 단행하며 향후 달러약세 지속 가능성을 키웠다. 다만 성명에서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해, 당분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었지만, 시장은 연준이 유연성 있게 시장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판단했다. 달러 강세보다 약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美中 협상이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하락세보다 상승세 지속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이지 방향성에 있지 않다. 품목별로 보더라도 하락이 아닌 상승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일단 구리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칠레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칠레 광산 노조들도 총파업에 가세하며 공급차질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전세계 구리 공급의 28% 차지). 거기에 페루 최대 광산(Las Bambas)의 도로 봉쇄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공급 차질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구리 공급차질 우려를 증폭했다. 반면 수요는 우려와 달리 중국의 부동산 경기 회복과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수급이 타이트해지며 상승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알루미늄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크사이트(Bauxite) 수출을 최대 60만톤(한달 기준)으로 제한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도 보크사이트 수출에 부과하는 로열티세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공급차질 우려를 심화 시켰다. 게다가 알루미늄 최대 생산국인 중국 역시 겨울철 환경 규제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알루미늄 추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니켈은 내년 인도네시아 니켈 원광 수출 금지가 다가오면서 이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부각되며 상승세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수요는 중국의 스테인리스 강 수요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