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저감운동과 스크랩 프로세스

2019-10-10     유정수 日도호쿠대학대학원 교수

전세계 이산화탄소 저감대책 강화
철강산업, 日 배출량 14%로 최대
궁극적인 제철법 혁신 요구되지만
당장엔 스크랩 소비확대 모색할 듯 
유통가공 환경평가 기준 강화될 것 

지난달 일본 아베 정부의 개각 때 가장 주목 받은 인물은 고이즈미 환경성 장관이다. 고이즈미 전 수상의 둘째 아들이라는 이력 외에 집권 자민당의 젊고 잘생긴 국회의원으로서 전국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성 장관지명 전, 동경올림픽 유치 활동을 통해 유창한 영어와 미모로 주목 받았던 유명 여자 아나운서와 결혼 발표를 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고이즈미 장관은 주목 받은 만큼이나 취임 직후 구설에도 올랐다. 취임 후 데뷔한 유엔 지구온난화 대책회의에서 한 기자가 장관이 생각하는 향후 일본의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을 묻자, ‘섹시(Sexy)하게 대처하겠다’고 해, 일본 국민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석탄화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줄이겠다’고만 대답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매일 같이 미국산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말해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축산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세계 각국 언론사로부터 일본의 환경성 장관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노력할 의지가 있기는 한 거냐는 의문을 낳았다.

사실 일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은 철강이다. 일본철강연맹은 2018년 11월, 2100년까지 탄소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기술 개발로 탄소배출제로를 목표한다는 온난화 대책 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은 연간 12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 중 철강업은 연간 1억6,600만톤(약 14%)을 배출하고 있다.

특히 일본 철강업계는 전체 제조업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원자력 발전의 재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전력업계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이 철광석을 사용하는 고로보다 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전기로 비율이 낮은 일본(24.2%)은 전기로의 비중을 올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다른 나라(2016년 기준으로 미국 68.4%, EU 40.3%, 한국 32.9%)에 비하면 일본의 전기로 사용비중은 낮은 편이다.

국내 전기로 비율이 낮은 것이, 결과적으로 귀중한 철스크랩 자원을 해외로 유출시킨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소형가전 리싸이클법은 도시광산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있고, 고품위 기판류의 수입을 완화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국내 철스크랩 역시 도시광산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 일본 철강업계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30% 삭감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새로운 목표를 70년 후로 늦춘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광석 환원에 의한 제철 1톤당 약 2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철스크랩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에서는 0.5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크랩도 최초에는 철광석을 원료로 만들어진 철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환경영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종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확립하면서 제철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회수와 재자원화가 궁극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전기로 확대와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 철스크랩 유통, 가공, 운반 과정의 환경영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관해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리라 예상된다.

1~2%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철강업계는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제철 기술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 당장에 실감할 수는 없겠지만 철스크랩업계도 각국의 전기로 확대에 따른 국제 자원순환 여건의 변화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노력 요구에 대비해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