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성장시대에 흥하는 스크랩기업의 비결

2019-10-02     아마노히로야스(天野弘康) 日텍스리포트 기자

지금 스크랩업계 경쟁은 제로섬 게임
‘高價매입’은 궁극적으로 경쟁력 안돼
저성장 시대의 非가격경쟁력은 ‘평판’
고객 중시 경영자, 친절한 직원들이
지속 성장가능한 스크랩기업의 근간

수개월 전 일이지만, 기자가 신입시절부터 알고 지낸 스크랩회사의 폐업 소식을 들었다.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은 진작에 들어 알고 있었는데,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업계와 시장지식이 부족했던 당시 기자를, 이 회사 창업자인 前 사장은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래서 이 회사의 폐업소식은 개인적으로도 안타깝다.

이 회사가 폐업에 이른 이유는 첫번째 타사(他社) 경쟁에서 밀렸고, 두번째 후계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후계와 관련해서는 창업자가 회장으로 물러나고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을 임명한 이후 고객이 서서히 떠나 취급물량이 감소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임 사장의 낭비는 계속되었다고 한다. 비단 스크랩업계 뿐만아니라 창업자로부터 성공적인 경영승계를 이뤄내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 기자가 굉장히 신경 쓰이는 것은 타사와의 경쟁측면이다. 지금 되돌아보면 2008년 리먼 쇼크 직전 스크랩가격이 급등하고 있을 때, 이 회사 근처에 한 대형 스크랩기업이 새로 공장을 짓고 들어왔다. 그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이 회사는 내리막길을 탔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바 대기업의 출점공세(出店攻勢)에 패하고 만 것이다.

일본의 철스크랩 발생량은 인구감소시대를 맞아 이미 고점을 지났다. 전체 시장규모가 좀처럼 확대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제로섬게임 같다. 어느 기업이 취급 물량을 늘렸거나 중국계 신규 사업자가 등장했다면 그만큼 기존 사업자의 취급 물량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하는 회사가 있으면 한쪽에선 폐업으로 몰리는 회사가 생겨난다.

◇ 가전양판점의 가혹한 생존경쟁 

기자가 초년시절부터 알고 지낸 스크랩기업의 폐업소식을 접하고 나서, 대학시절 친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오버랩됐다. 그 친구는 졸업 후 주택판매회사에 취업했다. 놀랍게도 그 친구가 다니는 회사는 후에 일본 최대 가전판매점 야마다전기에 인수되었다.

야마다전기는 일본내 745개 점포를 둔 업계 1위 가전양판점(家電量販店)이다. 일본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회사다. 가전양판과 주택판매는 서로 다른 업종으로 얼핏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존, 라쿠텐으로 대표되는 온라인마켓의 성장으로 단순히 가전양판점 형태의 사업은 점점 더 힘든 상황과 직면하고 있다. 주택판매나 주택개조 회사를 잇따라 인수해 가전과 생활공간을 연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전개하겠다는 의도도 현재의 어려운 시장환경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고객편의성을 높여 나간다는 최근 트렌드는 스크랩업계가 종합리사이클 기업을 목표로 스크랩에서 폐기물까지 폭넓게 취급하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와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야마다전기의 출점공세(出店攻勢)를 목격하고 그 방식에 놀랐다고 했다. 일본 가전양판점에서는 「경쟁점포(他店)보다 1엔이라도 반드시 싸게 판다」는 「가격보증」을 어필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어떤 상품에 대해 A점포의 가격을 B점포에 알려주면, B점포는 A점포보다 반드시 싼 가격으로 할인판매 하는 것이다.

야마다전기의 출점공세를 보자. 도심과 가까운 어느 도로에 야마다전기의 점포(A店)와 경쟁사 점포(B店)가 나란히 위치해 치열한 할인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얼마 후 야마다전기는 같은 도로의 B店 근처에 신규점포(C店)을 출점시켰다. 야마다전기가 운영하는 A店과 C店의 거리는 불과 차(車)로 15분 거리다. 같은 간선도로상에 3개씩이나 가전양판점이 늘어서자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불필요한 출점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도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양쪽에 낀 B店이 결국 문을 닫은 것이다. 큰 간선도로상에서 점포가 양쪽에 끼일 경우 일반적으로 가운데 위치한 점포에는 고객의 발걸음이 줄어든다. 가운데 점포가 폐점하자 남은 양쪽의 두 점포는 때를 봐서 하나로 합쳐 지역상권을 독점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스크랩회사가 폐업한 것도, 경쟁사에 밀려 상권을 빼앗겼다는 점에서 가전양판점의 사례와 닮아 있다. 흰말(白)에게 둘러 쌓이면 모든 검정말(黒)은 흰말로 바뀌는 오셀로게임처럼 상대에게 포위되면 순식간에 궁지에 몰리는 것이다. 저 성장시대의 일본 스크랩업계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 평판은 회사경쟁력의 근간

폐업한 스크랩회사의 창업자는 경쟁회사가 신규 공장을 짓고 들어왔을 때 「좀더 젊었더라면, 걸어온 싸움을 받아줘야 하지만 너무 늙어서 지금은 갚아 줄 힘이 없다」고 했었다. 기자는 「그런 약한 말씀 하지 마시라」고 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경쟁사의 출점공세에 대해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 않았을까. 회사의 명운을 걸고 항전을 하든지, 아니면 그 옆에 새로운 야드를 열어 확전을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야마다전기로 대표되는 가전양판점의 경우 타사와 완전히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어서, 입지여건의 차이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판매단가가 곧 경쟁력이 된다. 애프터서비스(A/S)를 강화하는 등 부가가치를 얼마나 충실히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상품 자체에서 차별화되지 않는 이상 큰 차별화는 어렵다.

스크랩기업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매입할 때는 단가가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변공장보다 비싸게 사서 취급 물량을 늘릴 때까지는 좋은데 그 대가로 수익성은 악화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스크랩업계에서 법과 제도를 준수하면서 취급 물량을 늘리고 동시에 실적도 증가해 나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주변회사보다 특별히 높은 단가로 사고 있지 않는 데도 착실히 성장하는 회사가 존재한다. 그런 회사 대부분은 고객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非가격 부문에서의 강점, 즉 고객에게 「기분 좋게 오게 하고, 기분 좋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마음 씀씀이」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자주 전화해 「오늘 와 주실 줄 알았는데, 안 오셨네요. 내일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넨다든지, 실제 물건을 가지고 오면 「날도 더운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잊지 않고 정중히 인사를 한다든지, 만나면 소소하게 「사람」과「사람」의 관계를 아주 소중히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런 회사는 당연히 직원교육도 철저히 하기 때문에 회사 안팎의 평판과 인상이 아주 좋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회사의 좋은 평판과 평가야말로 애당초 경쟁사가 출점공세 계획조차 못하게 만드는 굳건한 방어벽이 되는 것이리라. 기자초년시절 만나 특별한 감정을 주었던 한 스크랩기업의 폐업소식을 접하면서 다시금 통감하는 금언(金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