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땐 찔끔 오를 땐 껑충 … 공급과점화 효과

스크랩워치 창간 10주년 하반기 철강원료시장 트렌드 철광석 원료탄 메이저 영향력 확대 작은 공급차질 요인에도 가격 들썩 벤치마킹 가격체제 사실상 붕괴돼 공급자 중심 시장 가격변동성 커져

2019-07-09     김영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근 철광석 가격이 초강세다. 지난해 톤당 60~70달러대(분광)의 흐름에 올해 1월말 80달러대를 넘어섰고 7월 들어서는 120달러대를 돌파했다. 세계철강업계의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인은 1월말 브라질 Vale사의 댐 붕괴 사고와 이후 주요 광산의 생산중단이다. 2019년 1월 25일 브라질 남부 지역 광산에서 철광석 품위를 높이는데 활용되는 부산물 저장 댐이 붕괴되며 토사가 인근 마을을 덮쳤다. 이로 인해 마을 주민 300명 가량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브라질 정부는 사고 댐과 동일한 방식으로 지어진 댐에 대해 운영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에 철광석 생산량이 감소하고 철광석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Vale사는 다수 광산의 생산중단 영향으로 올해 자사 철광석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14~21%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가격급등의 표면적 원인은 Vale사 사고에 있지만 이면에는 글로벌 철광석 시장의 공급과점화가 깔려 있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은 이미 2017년부터 Vale, Rio Tinto, BHP Billiton 등 메이저 3사의 비중이 40%를 넘었다. 메이저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번 사고가 철광석 가격급등의 계기를 만든 것으로 분석되며, 사고를 계기로 철광석 시장에 대한 공급사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원료탄(강점탄) 시장은 2017년 이후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특히 코크스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강점탄(Hard Coking Coal) 시장은 과점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역적으로 동(東)호주 비중이 매우 높다. 해상 수출량 중 동호주 비중은 2011~12년 약 47% 수준이었으나 이후 빠르게 상승하여 2015년 이후 50%대 후반까지 올라갔다.

강점탄 공급 과점화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첫째 가격상승기와 하락기 패턴에 있어서 비대칭적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철강가격이 하락할 때 일반적으로 강점탄 가격도 동반 하락하는데 과점화 이후 강점탄 가격 하락폭은 철강가격 하락폭 보다 작았다. 반면 철강 경기가 상승세로 전환되어 철강가격이 오를 때는 강점탄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강점탄 가격이 수요요인 보다는 공급요인에 민감하게 변동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남방구의 여름인 10월부터 다음해 4월 사이에는 강우량이 증가하고 종종 사이클론이 동호주를 강타하여 일시적인 강점탄 공급 장애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강점탄 공급에 대한 동호주 의존도가 높아진 2015년 이후 작은 공급장애에도 강점탄 가격이 크게 변동하였다. 그에 반해 같은 기간 세계경기둔화, 중국 성장률 하락 등 수요 요인의 변화는 강점탄 가격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세번째, 강점탄 공급사들은 강화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분할하여 철강사들에게 다른 가격을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호주 업체들은 강점탄 중국 도착도 가격보다 호주 출발 가격을 비싸게 부르고 있다. 호주 출발 가격은 중국 도착도 가격보다 해상 운송비용 등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저렴한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호주에서 직접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철강사들에게는 비싸게 파는 정책을 펼쳐 시장 과점에 따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

네번째, 한번 크게 상승한 가격 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새로운 가격 변동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이다. 강점탄 가격은 2014년부터 2016년 상반기에는 톤당 100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이 위 아래로 변동하였다. 그런데 2016년 하반기 이후에는 톤당 200달러선을 기준으로 등락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격 기준선이 크기 높아진 원인에는 대규모 공급 감소 이벤트와 BM(Bench Mark Price)체제의 붕괴에 따른 철강사들의 협상수단 상실이 있었다. 2016년 9월, 2017년 1월과 3월 동호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철도운송 및 항만선적이 마비되는 공급 장애가 발생하였다. 여기에 2017년 4월에는 초대형 사이클론 Debbie가 동호주에 상륙하면서 공급 불안이 발생하였다. 당시 강점탄 가격은 단기간에 톤당 300달러까지 급등하였고, 공급사와 철강업체들은 분기 단위로 이루어지던 협상에 의한 가격결정체계(BM)를 버렸다. 이후 강점탄 가격은 Spot시장의 가격 흐름에 연동하여 산정되고 있다.

최근 철광석 시장에서도 강점탄 시장의 사례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Vale, Rio Tinto, BHP Billiton 등 철광석 메이저 3사의 생산 비중이 2018년 41%를 기록하는 등 공급과점화가 심화되고 있다. 둘째 2019년 상반기 발레의 댐 붕괴 사고라는 대규모 공급리스크가 발생하였으며 철광석 공급 불안정성은 2019년 내내 지속될 우려가 있다. 셋째, 철강사들의 시장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BM체제는 이미 2010년에 종료되어 현재는 강점탄 시장과 동일하게 철광석 거래가 Spot가격에 연동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미 철광석 시장은 메이저 공급사들이 확대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이익 극대화를 펼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다. 결국 철강사들이 철광석 시장의 공급 과점화 현상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강점탄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급 과점화 부작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 6월말 서호주 지역의 철광석 메이저 공급사인 Rio Tinto, BHP 등은 기존 설비 교체 등을 이유로 올해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높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고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향후 철강 원료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흐름 속에 고가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자 중심으로 철강원료 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철강 원료 가격은 공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