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과 함께한 한 시대의 종언 … 새 역사 기대감

平成 30년을 마치며 장기 불황 속 세계 2위 스크랩 수출국 전환 찰나 같은 활황의 정점 찍고 오랜 침체 늪으로 니케이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직후 곤두박질 16년간 주식가치·땅값 1,400조엔 증발 韓中印 조강생산 10억톤 증가하는 동안 일본 조강생산량은 거꾸로 400만톤 줄어 헤이세이 30년 경제후퇴의 아픈 기억 탓에 레이와·令和 시대 맞이하는 기대감 커

2019-04-24     아마노히로야스 日텍스리포트 기자

헤이세이(平成·일본 연호)가 얼마 남지 않았다. 5월부터 새 일왕(日王)의 즉위에 따라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가 시작된다. 연호가 바뀐다고 해서 일상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옛 연호가 끝나가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요즘 TV와 잡지에서는 「平成를 돌아보며」류의 프로그램과 특집물을 흔히 볼 수 있다. 「平成 마지막의~」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편의점에서는 「平成 아리가또우」나 「사요나라 平成」 문구가 새겨진 한정판 과자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일본지폐(日本銀行券)의 새로운 디자인도 발표되었다. 1만엔, 5천엔, 1천엔 등 3종류 지폐 인물이 모두 교체되었고, 500엔 주화도 새로 제작된다고 한다. 신지폐(新紙幣)는 2024년 상반기, 즉 5년 뒤에나 발행되지만 이례적으로 미리 발표한 것은 개원(改元)에 맞추기 위함이다.

일본 대중매체 시사통신(時事通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금년 골든위크가 신천황(新天皇) 즉위와 겹쳐 장장 열흘간 이어지는 것에 대해 40%는 「기쁘지 않다」고 응답했다. 「매우 기쁘다」 9.3%, 「그냥 기쁘다」27.2% 등 긍정적으로 반응한 응답자는 전체의 36.5%였다. 반면 「전혀 기쁘지 않다」 14.8%,「그다지 기쁘지 않다」 26.2%로 41.0%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기쁘지 않은 이유는, 「일하고 있지 않아 관련 없다」가 2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을 쉴 것 같지 않다」19.3%,「가사부담이 증가한다」10.8%,「일에 지장이 생긴다」9.6% 순이다. 주로 고령자와 주부들이 응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연휴 기간 의료, 금융서비스 불편, 영업일수 감소에 따른 매출부진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상 초유 10연휴는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다양한 반응만큼이나 혼란을 초래할 것 같다. 

◇ 30년간 세계조강생산 10억톤 이상 증가 ... 거의 전부 중국 한국 인도 증가분

한국 독자들을 위한 스크랩워치 칼럼 역시 「平成 마지막 원고 」가 된다. 이를 기념해 헤이세이 원년(元年)인 1989년과 현재의 상황, 즉 지난 30년간 스크랩시장과 주변의 변화를 비교해 보려고 한다.
 

1989년 세계 조강생산은 7억 8,597만톤이었다. 당시 전세계 생산량은 2018년 중국 생산량보다 1억 4천만톤 이상 적다. 세계 조강생산은 지난 30년간 2.3배, 물량으로 10억 2,000만톤 이상 증가했다. 선철생산도 30년간 똑같이 약 2.3배 늘었다.

세계 철스크랩 소비는 1989년 3억 7,664만톤이었고 지난해엔 6억 4,087만톤으로 30년 전과 비교해 2억 6천만톤, 70% 증가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조강생산이 1989년 6,159만톤(세계 4위)에서 2018년 9억 2,826만톤으로 15배 급증했다. 이 기간 세계 조강생산 증가분 10억 2천만톤 가운데 중국 증가분이 8억 6,660만톤으로 85% 비중을 차지한다.

1,000만톤대에 머물렀던 인도(1989년 세계 14위)는 2018년 1억톤을 넘어 30년간 7.3배, 9천만톤 이상 증가했다. 일본을 제치고 작년은 1억을 넘는 수준으로 7.3배로 9,000만톤 이상 크게 증가했다. 인도는 작년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1989년 조강생산 2,187만톤으로 세계 8위였던 한국은 2018년 7,246만톤으로 3.3배, 5천만톤 이상 증가해 세계 5위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30년간 중국 증가분 8억 6,667만톤과 인도와 한국 증가분 9,185만톤, 5,059만톤을 모두 합치면 10억톤(10억 911만톤)이 넘는다. 헤이세이 30년간 세계 조강생산은 10억 2,000만톤 증가했는데, 이 기간 중국 한국 인도 3국 증가분만 총 10억 900만톤이다. 이렇게 보면 세계철강시장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 HMS No1(CFR)의 동아시아행 수출가격은 1989년(연말기준) 톤당 115달러에서 2018년 313달러로 상승했다. 미국 컴포짓프라이스 역시 같은 기간 97달러에서 335.17달러로 30년 전과 비교해 대략 3배 올랐다.

◇ 헤이세이 30년 … 버블붕괴와 장기불황기

일본 사람들의 인식 속에 헤이세이(平成)는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긴 장기 불황을 겪은 시대였다. 경제학적으로는 1991년(平成 3년) 3월부터 1993년(平成 5년) 10월까지 경기후퇴기를 가리켜 ‘버블붕괴’라고 부른다. 이 버블붕괴로 인해 1973년(昭和 48년) 12월부터 이어온 안정성장기는 끝나고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저성장기에 돌입했다.

헤이세이 원년인 1989년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소비세(세율 3%)가 도입된 해이고 연말 닛케이지수(日経平均株価)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에폭 메이킹(epoch making)한 해였다. 활황의 절정 속에 1989년 5월부터 3개월 간 다섯 차례 금리인상을 실시하고 2.5%였던 공정이율을 6%대까지 끌어올렸다.

닛케이지수(日経平均株価)는 1989년 대납회(大納会·마지막 거래시장)에서 최고가인38,915엔 87전을 기록한 뒤 폭락세로 돌아섰다. 걸프 위기로 국제유가, 공정이율이 급등하자 1990년 10월 1일 한 때 2만엔線이 붕괴됐다. 1993년말 시가총액은 1989년말에 비해 59% 감소했다. 경기동향지수(CI)는 1990년 10월 피크로 하강했고, 땅값은 1991년 가을(동경, 오사카 대도시권 1990년 가을부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버블붕괴로 증발한 일본 토지·주식 가치는 1,400조엔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내각의 국민경제합산에서도 일본 토지자산은 1990년말 2,456조엔을 피크로 2006년말 1,228조엔으로 16년간 1,228조엔을 잃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버블경제 붕괴를 염두에 두면서 헤이세이 30년간 일본의 변화상을 살펴보자. 일본 조강생산은 지난 30년간 1억 814만톤에서 1억 433만톤으로 400만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조강생산이 크게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제법별로는 고로 생산이 340만톤 가량 증가했지만 전기로 생산은 720만톤 감소했다. 일본 국내 스크랩 수요는 전기로제강용만 놓고 볼 때 30년 전보다 후퇴했다.

이 기간 철강축적량은 4억 7,000만톤으로 증가했지만 노폐스크랩 발생량은 195만톤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기로제강용 스크랩 수요가 감소한 반면 발생량은 완만하게 증가했다. 이는 철스크랩 수입감소와 수출증가로 이어졌다. 결국 헤이세이 30년간 일본은 철스크랩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됐다. 이것을 헤이세이 시대 일본 철스크랩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변화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헤이세이 30년간 조강생산이나 노폐스크랩 회수량의 변화를 보면, 일본은 양적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아시아 철강시장의 괄목할 만한 변화와 비교해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 장기불황기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장기불황기와 함께한 헤이세이 시대의 종언과 동시에 새로운 첫 발을 내딛는다. 일본 철강과 스크랩업계가 레이와(令和) 시대에는 어떤 변화를 이뤄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