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끝에 찾아온 내 인생 최고의 반전

2018-07-18     윤연순 기자

[인터뷰] 이강희 현대스텐 대표

스크랩은 내 인생 반전의 시작
성실함으로 일군 삼형제 삶의 터전
물량확보 경쟁 치열해졌지만
古鐵은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

 

돌고 돌아온 길, 어렵게 찾은 내 평생의 업(業), 감사한 마음으로 더 보람된 삶을 살고 싶다. 스크랩 사업을 하기 전 참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먹고 살기위한 몸부림이었지만 순간순간이 소중했고 지난 모든 경험은 오늘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첫 직장은 삼익악기, 당시 7천여명이 근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악기 제조사였다. 그곳에서 10년간 무늬목 기술자로 일했다. 무늬목 작업은 피아노 외관을 미려하게 꾸며주는 기술이다. 원목 합판과 접합, 화학적인 지식을 두루 겸비해야 한다.

천직으로 생각하고 일을 했지만 불행이 찾아 왔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버스에 18m를 끌려가는 대형 사고로 6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했고 결국 직장까지 그만 둬야 했다. 그때부터 나의 방황은 시작된 것 같다. 90년대 초반 인천에서 주점을 2년간 운영했다. 손님이 늘기 시작할 무렵, 걸프전이 터졌다. 정부가 영업시간을 자정(12시)으로 묶으면서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주점 특성상 저녁에 시작해 새벽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데 장사할 수 있는 시간이 줄면서 결국 폐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페인트 회사에 다시 취업을 했다. 타고난 성실함을 알아 본 사장님이 생산 책임자까지 맡기며 아껴주었지만 적은 월급생활을 지속할 순 없었다. 또 다시 횟집을 개업했지만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접어야 했고 그 후 경비업체에서 5년간 근무를 했다. 한순간도 놀아본 기억이 없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혀 살았다.

삼형제 둥지 된 스크랩 야드...함께 모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

97년 터졌던 IMF가 지나가고 지인을 통해 스크랩을 알게 되면서 내 인생의 반전이 시작됐다. 내가 가진 최고의 재산은 성실함인데 이 성실함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스크랩야드였다. 일한만큼 돈이 됐고 더 이상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아도 됐다. 열심히 일하면 우리 3형제 먹고사는데 문제없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아버지는 막내가 5살 무렵 돌아가셨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맏형인 내가 사실상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다. 맏이로 느끼는 책임감에 평생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3형제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둘째 동생은 인천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 기계 제조업하는 동기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막내가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데 나와는 10살 터울이다. 아버지처럼 잘 따르고 책임감이 충만하다. 3형제가 모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기회가 되면 야드를 더 키우고 싶은 게 요즘 생각이다.

고철 치워주고 넓은 작업 공간 만들어 주면 음료수 덤으로 주던 시절

불과 20년 전과 지금의 스크랩시장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요즘같은 장마철 사무실에서 야드를 바라보고 있으면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사람들은 눈 먼 고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딱 맞는 표현은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수월하게 스크랩을 얻을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예전 임가공업체에서 나오는 스크랩은 목장갑 10켤레만 주면 떠 올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임가공비가 넉넉했고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었기에 굳이 스크랩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스크랩은 수거업체 몫이라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존재했던 것 같다. 스크랩을 치워주고 넓은 작업공간을 만들어주면 덤으로 음료수까지 얻어먹던 호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지금은 스크랩도 자재 값에 포함되면서 임가공업체들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마진이 줄고 영업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모든 운영경비를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도 있다.

보증금, 선금 관리 꼼꼼히 따져야

이런 측면에서 보증금과 선금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돈이 묶이질 않는다. 요즘 세금 거래가 투명해지면서 대형 공급사 위주로 이런 관행이 없어지기 시작했지만 중상들에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감가상각되는 부분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1억3000만원 5톤 집게차는 보통 5년 쓰면 처분을 하는데 중고차 값으로 5000만원을 받아도 매년 1500만원 정도가 감가상각으로 날아간다. 보이지 않는 지출과 운영비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원 부족국가이다. 아직도 스크랩이 폐기물이라는 법 조항에 동의할 수 없다. 스크랩 상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 노력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