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건 아닌지

2018-06-05     신흥식 내쇼날메탈코퍼레이션 대표

[대내외 정책변화와 재활용산업] 

환경과 안전 이슈는 시대적 話頭
現 정부 들어 중요 정책 부상 
앞으론 환경안전비용 마땅히 써야

적용속도 빠르고 엄정한 게 흠
현실성 결여 보여주기 행정 비판도
환경안전 가치확립에 몰두하다가
리사이클 기반 위축시켜선 안 돼

철스크랩 세미나 주제를 하나 정해 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환경’으로 할 것이다. 세미나 제목은 ‘국내외 환경안전 정책변화와 그에 따른 산업의 위기’가 좋겠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중대한 정책 변화에 대해 각층의 시장참여자들과 온 종일 토론을 펼친다 해도 마땅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마저 든다. 다음의 5가지 사례를 통해 스크랩업계에 닥친 환경이슈들과 영향을 짚어봤다.

[Case 1]

2018년 5월29일 발효된 폐기물관리법 및 시행령 등의 개정법률에 따르면 철스크랩 취급자는 폐기물 적법처리 전산관리 프로그램 즉 Allbaro system(올바로시스템)에 철스크랩 발생, 운송, 처리 등 일련의 과정을 입력해야 한다. 다만 ‘자원순환법’에 따라 순환자원으로 인증 받은 업체는 예외다. 이를 어기면 지도와 경고, 더 나아가 1~6개월 영업정지, 2천~1억원의 과징금도 추징당할 수 있다.

필자가 취급하는 품목 중 하나인 밀스케일은 일찌감치 ‘그 밖의 폐금속류’로 분류돼 올바로시스템의 관리를 받는다. 올바로시스템을 처음 사용하던 때 입력항목을 누락하는 실수로 과태료를 크게 물어본 경험이 있어 해당 법의 엄격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주변 철스크랩업계 누구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폐기물공급자인 발생처에서는 올바로시스템 전산입력의 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법 시행 자체를 모르고 있다. 폐기물수집운반업체, 폐기물 최종소비자인 제강사들은 단지 철스크랩업체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관련 법을 충분히 안내하고 단속해야 할 지역환경청 직원들도 ‘정확한 업무 지침이 없다’는 답만 준다고 한다. 결국 철스크랩업계와 관련된 폐기물관리법 및 자원순환법은 현장까지 미치지 못하고 멈춰 서있다.

폐기물관리법의 취지가 무엇인가. 폐기물의 모든 이동 과정을 안전하고 적법하게 통제해 재활용-폐기-기타 적법처리로 나누어 관리하며 재유통을 엄격하게 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스크랩이 올바로시스템을 통해 제대로 관리되려면, ①제조업사업장 및 건설현장 등 발생처에서 48시간 이내 출하정보 입력 ② 수집운반자의 운송정보 입력 ③ 처리업자의 처리정보 입력 ④ 최종소비자(제강사)의 판매정보 입력 순으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한 사후 조치로 매년 초 연간 처리실적을 관할관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③의 과정에서 철스크랩업체가 구좌업체(납품협력사)를 통해 제강사에 대납하면 원칙적으로 유통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상 불법이다. <철스크랩은 폐기물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출발부터 모순이니 현실적으로 전산단계가 흘러갈 수 없다.

‘자원순환법’에 따라 순환자원으로 인증 받으면 폐기물이 아닌 것이 된다고 하나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는 절차와 상황을 이해하는 처리업체와 담당공무원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폐지, 고철, 폐포장재 등 재활용사업자는 올바로시스템 의무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하지만 폐기물 관련법령에서 <철스크랩> 명칭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이상 논란은 되풀이될 것이다. 그런 논란으로부터 보다 명쾌한 기준을 얻으려면 철스크랩 품목 가운데 직접 또는 가공에 의해 순환자원으로 즉시 재활용되는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 철스크랩과 구분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폐기물 혼합 폐금속류-납, 수은 등 중금속 MIX류, 밀스케일류 및 슬래그류 혼합품, 오일 혼합류, 공정 오니 혼합류 등-에 대해 폐기 매립 가공 과정을 올바로시스템을 통해 관리한다면 재활용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문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관리대상 품목은 매년 연구와 협의로 정하면 논란이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세분화 절차 없이 모든 철스크랩을 폐금속류에 의한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취급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

[Case 2]

알루미늄과 구리를 선별하거나 제강공정의 가탄재 대용으로 사용되는 각종 모터류와 MB스크랩(모터블럭스크랩)이 최근 일부 지역환경청에서 수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스크랩워치 보도(3월20일자 온라인기사)와 같이 폐기물국가간이동법 즉 바젤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오일이 포함된 MB스크랩을 사전 허가 없이 수입했다는 이유로 수도권의 한 스크랩기업은 한강유역환경청에 의해 검찰 기소됐다. 그러나 필자가 알기에는 모든 지역환경청이 해당 품목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의 확립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간 환경부는 <폐유에 오염되지 않거나 이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고철의 경우 신고나 허가대상에서 제외(환경부 고시 2017-188)>된다고 할 뿐 폐유 오염상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도에 따르면 2010년 한강유역환경청과 2013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수입업체가 같은 내용을 질의했을 때 ‘폐엔진은 고철의 한 종류이므로 신고대상이 아니다’는 답했다. MB스크랩은 연평균 5천톤 가량 수입돼 왔다. 예전에는 미국 대형모선 HMS스크랩 수입 시 기본적으로 2,000~2,500톤 이상 섞여 들어왔고 최근에는 컨테이너로 MB COMBO 또는 DIRTY MB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수입됐다. 그동안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던 환경부가 돌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다. 한강청의 기소의견 내용대로 라면, 조금이라도 기름이 묻은 폐 엔진, 폐가전 모터류, 폐차 부품의 경우 앞으로는 수입이 불가능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수입할 수 있다.

이처럼 복불복(福不福)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오일 함유 비율을 정하기 위한 민관 전문가들의 협의와 절차가 있어야 한다.

[Case 3]

최근 철스크랩 수입업체들은 제강업체로부터 공문 하나를 받았다. 환경부가 철스크랩을 ‘화학물질’로 간주함에 따라 환경부가 정한 자진신고기간(2017년 11월22일~2018년 5월21일)이내 과거(D사의 경우 2007~2018년 현재) 수입한 모든 철스크랩에 대한 화학성분 명세와 명세서상 유해 화학성분이 없었다는 내용을 소급 확인하여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내용이다. 자료제출 마감시간에 쫓겨 많은 수입상(Agent)들이 애를 먹었다.

화화물질의 체계적인 관리와 유해화학물질의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법률로 ‘화학물질관리법’ 일명 ‘화관법’이 있다.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법은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내면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야 공감하지만 철스크랩이 어떤 이유에서 인지 화관법의 관리대상이 된 것이다.

철스크랩이 화학물질 관리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당황스런 것은 본능적으로 엄청난 관리비용이 잠재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적용범위를 정해 통보하고 자진신고 형식으로 제출된 서류들은 향후 문제 발생시 정부 처벌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전에 면밀한 품목별 분류, 분석 및 홍보를 생략하고 자진 신고 형식으로 자료를 받는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행정 편의적인 조치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Case 4]

중국 정부는 작년 7월 '쓰레기 수입금지 및 관리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금년 4월 19일 폐선박, 폐차, 폐비닐 등 32종의 고형폐기물 수입금지 목록을 추가했다. 이로써 지구촌 쓰레기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말 수입 금지되는 철강관련 주요 폐기물은 ▲(철강제련 과정에서 생긴)망간 함유량 25% 이상 용재 ▲ (철강 압연과정에서 생긴) 산화피막(Oxide Coating) ▲ (철강 제련에서 생긴) 철 함유랑 80% 이상 부스러기 ▲ 폐PET병 ▲ 기타 플라스틱 폐부스러기 ▲ 폐차 압축 ▲ 철강 회수 목적의 폐 전자제품 ▲ 동(銅) 회수 목적의 폐전자제품, ▲ 알루미늄 회수 목적의 폐전기제품 ▲ 폐선박 및 다른 부유구조물 등이다.  이외 16종의 수입금지 고형폐기물은 목재 폐기물과 폐스테인리스강 부스러기, 폐티타늄 부스러기 등이다. 이들 품목은 2019년 12월31일부터 수입 금지된다.

당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일본 공급업체들의 대응이다. 일부 업체는 금년 초부터 선별 가능한 것들을 기존 중량스크랩(Heavy Scrap)에 섞어 자국 전기로 제강사로 납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전기로 제강사들과 수출 야드상들은 비상이다. 잡품(雜品) 중 섞여 있는 비철금속(특히 구리 및 납)이 입고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검수를 강화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일본산 철스크랩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한국의 전기로제강사들이 긴장해야 되는 이유이다.

현재 중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산 잡품스크랩(ざっぴん. Mix Metal로 통칭됨)은 내년 이후 처리방안이 거의 전무하다. 다만 일부에서는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인도를 염두에 두고 기술적으로 비철금속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200만톤에 이르는 물량을 한꺼번에 대체할 시장이나 방법을 찾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수입금지문제에 대해 현재까지는 일본의 공급업체들이 답을 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과잉 상황을 맞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환경정책에서 비롯된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는 머지않아 국내 정부정책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볼 일이 아니다.

[Case 5]

2017년 12월15일 H제철의 A지구 열연 및 철근공장이 고용노동부의 조업중단명령에 따라 가동 중단했다가 2주 뒤인 금년 1월 초 재가동됐다. 해당 사업장의 인명사고에 따른 안전 후속조치였다. D제강 역시 H제철과 마찬가지로 인명 사망사고로 관할 안전감독기관으로부터 조업중단명령을 받아 4월11일 전기로 가동을 멈췄다가 한 달여 만에 조업중단명령이 해제됐다.

사고 대응과 피해와 관련해 환경안전팀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제강사들은 시스템과 조직을 총동원하여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많기로 마찬가지인 스크랩야드가 만약 안전사고 발생으로 한 달간 조업을 중단해야 한다면 즉시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다. 지금은 정부 정책의 가혹함을 언급하기 앞서 환경안전비용을 제대로 집행하고 인력 및 제도 개선을 해야 할 때다.

앞서 사례별로 제시한 다섯 가지 환경 안전이슈들은 우리 업계에 즉각 영향을 미칠 위기와 기회의 요소다. 현 정부 들어 추가되거나 새로워진 환경 안전 노동 관련정책들과 후속 조치들의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그 적용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엄격하다.

결론적으로 환경과 안전은 시대의 화두다. 하지만 정교하지 않을 뿐더러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인해 철스크랩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아 생기는 사회적 불이익과 피해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환경·안전 가치와 재활용산업이 양립할 수 있는 균형 있고 현실성 있는 정책마련을 정부에 건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