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변동 방아쇠는 누가 당기나

2018-03-16     박준영

[韓日 스크랩가격 상관분석]

관동철원조합 입찰결과 실물흐름 반영한 객관적 지표로 인식
상승신호 땐 시중 물동량 급감 시세방향 척도로 막강한 영향력
일-한 수출가격추이가 ‘길잡이’ 2~4주 후 국내 시장가격 동조화
日수출가격 대비 국내가격 적정성 비교 최근 3년간 低평가 경향

지난 9일 일본 스크랩수출기업단체 관동철원협동조합 수출경쟁입찰에서 평균 낙찰가격이 시황단가를 1,500엔 가량 훌쩍 넘으며 7년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낙찰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인상기대감은 한층 고조됐고 시중 물동량이 더욱 말랐다. 철근경기 부진으로 스크랩단가인상에 난색을 보였던 제강업계는 결국 관동철원조합 입찰일 닷새 만에 구매단가를 인상했다.

관동철원조합은 그들이 응찰권을 부여한 15개 상사(商社)의 응찰가격 중 상위 1, 2위를 낙찰가로 선정한다. 이 평균치가 향후 1개월래 일본 국내외 시세방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매달 10일 전후 실시되는 관동철원조합 수출경쟁입찰은 그 결과에 앞서 일본의 최대 국외 판로인 한국 수출가격 방향성, 엔화 환율 추이, 미국과 터키로 대변되는 글로벌 시세동향, 중국의 철강시황 및 철광석 움직임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입체적이고 객관적 근거에 의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관동철원조합 입찰결과가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경에는 스크랩 시장의 속성이 있다.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다. 악단을 실은 퍼레이드 차량을 무리들이 쫓아가듯, 상인들이 시장의 선택을 따라간다는 의미다. 국내 시세방향성을 읽을 때 단 하나의 지표를 꼽는다면 관동철원조합 입찰결과는 꽤 현명한 선택이다. 객관적인 실물흐름의 논리가 반영돼 있고 시장의 심리를 움직일 만큼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만 관동철원조합 입찰결과는 매달 단 한 차례 뿐이라는 단점이 있다. 매일매일 시세방향이 궁금한 상인들 입장에서는 제한적인 정보다. 이런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일본의 수출가격 동향인데, 한국의 경우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주간단위로 일본에 비드를 내고 오퍼를 받아 결정한다. 성약결과는 고시되지 않지만 국내외 매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관동철원조합의 입찰결과는 상당 부분 일본의 한국 수출가격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7년 일본의 한국 수출비중은 49%(820만톤 중 405만톤), 한국의 일본 수입비중은 65%(620만톤 중 405만톤)였다. 결국 일본의 한국행 수출가격(주간)은 관동철원조합 입찰결과(월간)에 영향을 미치고, 관동철원조합 입찰결과는 한국 시장가격 결정에 이정표가 된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일본의 한국행 수출가격과 국내 제강사 구매단가 변동 추이를 분석해 보면 일본의 한국행 수출가격이 국내 제강사 구매단가를 2~4주 선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2년 간 두 시장가격이 나란히 찍은 다섯 차례의 단기 고점 사이에는 1~5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2016년 8월 셋째 주 일본-한국 수출가격이 21,500엔(H2, FOB)에 고점을 찍은 이후 2주 후 국내 가격은 260원(영남권 경량A 현금 도착도)에 꼭지점에 도달했다. 또 2017년 3월 둘째 주에는 일본 수출가격이 30,500엔에 고점을 찍자 일주일 뒤인 3월 셋째 주 국내가격이 310원에 고점에 닿았다. 일본 수출가격과 국내 가격은 늦어도 한 달 안에 동조화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조화까지는 알겠는데, 일본 가격에 비해 국내 가격이 어느 정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적정한지를 판단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두 시장가격 사이 추세적인 상관성을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일본-한국행 수출가격이 100이라 했을 때 2016년 5~12월의 국내 가격은 평균 116.4로 나타났다. 이어 2017년(1~12월)에는 105.9, 2018년(1~2월)에는 98.9로 갈수록 떨어진다. 공급과잉에 따라 국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추세적인 저평가 문제는 제쳐 두고, 현재의 이 상관지수를 근거로 3월 중순 일본의 한국 수출가격이 38,000엔(H2, FOB)이라고 할 때 국내 적정 가격(일본 시세의 98.9 수준)은 375~380원(kg, 경량A)이다. 15일 현재 영남권 제강사의 구매가격이 365원(도착도 현금 중심 값)이므로 다른 변수가 없다면 10~15원의 추가 인상을 기대해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