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극봉 가격 전년보다 3배 올라…古鐵 품질관리 더 중요해진다

2018-01-10     박정석 포스코경영연구원 동향분석센터 매니저

[치솟는 전극봉 사태와 파장]

中 띠티아오강 폐쇄사태 이후
전기로 가동·신규투자 본격화
작년 전기로 가동률 60% 넘어
금년 전극봉 계약단가 3배 상승 
제강업계 원가절감 대책 부심

흑연 전극봉의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은 지난해 철강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2011년 이후 세계 전기로 생산부진이 지속되면서 전극봉 시장은 수요감소와 가격하락에 따른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현물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부족이 발생하고 가격은 급등세로 전환되었다. 중국 현물 시장에서 대형 UHP(Ultra high-power) 전극봉 가격은 작년 10월 한때 20만 위안(3,300만원)에 달해 연초 대비 10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현물이나 단기 계약으로 전극봉을 구매하는 국내외 전기로 제강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직면하였고, 일부 업체들은 전극봉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겪었다.

이처럼 전극봉 공급부족이 발생하며 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의 전기로 생산 확대에 따른 전극봉 수요 증가를 꼽을 수 있다. 2017년 상반기 중국 정부는 총 생산능력 1억 4천만톤 규모의 유도로 설비를 폐쇄하였다. 이에 따라 연간 생산량 6~7천만톤으로 추정되는 비규격 저급강, 일명 띠티아오강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기존 정규 철강사들이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고로 뿐 아니라 전기로의 생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의 전기로 가동률은 2016년 45%에서 2017년에는 60% 수준으로 높아졌고, 전기로 생산량은 2016년 4천만톤 남짓 수준에서 2017년 7천만톤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도로 폐쇄에 따라 풍부해진 철스크랩 공급을 바탕으로 전기로 제강 공정에서 철스크랩 사용 비율이 높아진 부분도 전극봉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전기로 비중이 높은 미국, 터키, 중동 등에서도 조강 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중국을 비롯해 세계 전반에 걸쳐 전극봉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시황 침체로 전극봉 생산업체들의 가동중단, 설비폐쇄가 잇따르면서 생산능력이 축소되고 공급량은 줄어들고 있었다. 중국 외 지역에서의 전극봉 생산능력은 2011년 이후 20% 가량이 폐쇄되었다. 또한 세계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도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전극봉 설비 가동률이 2016년에 50% 수준으로 크게 하락하였다. 그 결과 세계 전극봉 공급량은 2011년 약 150만톤에서 지속 감소해 2016년 100만톤 남짓한 수준으로 3분의 1 가량 줄어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극봉 생산의 주 원료인 침상코크스의 공급부족과 가격상승도 전극봉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전극봉 소비 증가에 힘입어 침상코크스 수요도 함께 증가하였지만 중국의 환경규제로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Harvey) 여파로 일시적인 공급차질까지 발생해 침상코크스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더욱이 침상코크스의 신규 수요처로 떠오른 2차전지 음극재 생산이 중국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며 침상코크스의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UHP 전극봉 생산에 사용되는 고급 침상코크스 생산 여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대형·신규 전기로 중심으로 소비가 지속 확대되고 있는 대형 UHP 제품 생산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세계 전극봉 수요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환경규제 강화, 풍부해진 철스크랩 등을 배경으로 전기로 생산이 크게 증가하며 전극봉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조강 생산에서 전기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2%에 그쳤으나, 중국 야금공업규획연구원은 2020년 15% 이상까지 확대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철강 수요회복, 중국의 철강수출 감소에 힘입어 중국 외 지역에서도 전기로 생산 환경이 호전되며 전극봉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환경규제, 중국 외 전극봉 업체들의 통합 및 생산 합리화, 침상코크스의 수요 다변화 등 요인들을 고려해 보면 단기간 내 전극봉 공급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전극봉의 산업 집중도가 높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공고화되면서 가격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공급자의 가격 주도권이 강화되면서 연간 대비 현물이나 단기(분기 혹은 월간) 계약 비중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극봉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로 조업의 원가 상승효과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2018년 연간 장기 계약가격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수준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일본 Tokai Carbon의 경우 톤당 8천~1만 달러의 새로운 가격을 공지하고 2018년 4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전극봉 가격 상승에 따라 전기로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노력과 함께 열효율이 높은 고급 철스크랩 사용을 확대하며 전극봉 원가상승 부담을 상쇄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세계 전기로 생산 호전 추이가 전극봉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한풀 꺾일 수도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전극봉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세계 전기로 생산과 철스크랩 수급에까지 어떠한 파급효과를 일으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