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쌓았더니 입고통제 때 가장 먼저 딱지 챙겨주네요”

2017-06-07     윤연순 기자

[인터뷰] 김종득 한산스틸 대표

제강사 입고통제 횟수 늘고
중국산 스크랩 한국에 상륙
스크랩 공급사 입지 좁아져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 해야

-20년 앞만 보고 달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20년 전 스크랩 야드에서 집게차 운전을 하면서 미래를 설계했다.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일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많았다. 1996년 삼표에서 현장 일을 했다. 강원산업이 당시 인천제철(現 현대제철)에 흡수 합병되면서 대전의 동연안이라는 대형 스크랩 회사에서 3년간 근무를 했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스크랩회사를 설립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생을 했지만 모두 지나간 일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지금껏 내가 해 온 일이다. 작년에는 대전 대덕구 연축동에 1000평 야드를 인수했다. 넓은 야드에서 방통차가 한 번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물량은 1500~2000톤(월) 정도다. 현재 현대제철을 비롯해 한국철강, 세아베스틸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조금씩 더 물량을 늘릴 생각이지만 요즘 스크랩 경기가 좋지 않아 걱정스럽다. 

-제강사 입고통제 늘면서 유통업체 고민 늘어

시장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스크랩은 사는 게 문제이지 파는 것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유통구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부터 제강사의 입고통제 횟수가 늘기 시작하면서 물건을 팔고 싶어도 제때 팔지 못하는 볼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단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하치장 재고를 털어 내야 하는데 제강사는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니 앉아서 까먹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스러운 건 내가 운영하는 한산스틸은 단가가 오르던 빠지던 일정 물량을 꾸준히 내보내며 신뢰를 쌓아왔다. 이 때문에 제강사의 입고통제가 길어질 때도 거래처에서 일명 딱지라는 입고증을 가장 먼저 챙겨 주기도 한다. 방통차가 부족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물량에 대해 우선 배차를 해주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납품을 해오고 있다. 가격이 빠질 때마다 차 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업체들을 보면 평소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곤 한다.  

-제강사 중국 스크랩 수입 공급사 입지 좁아 질 것

지금껏 잘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힘든 일을 생각하며 미리 고민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솔직히 걱정은 된다. 

요즘 시장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중국의 스크랩 수출에 대한 가능성은 늘 열어두고 있었지만 요즘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가 않다. 현대제철이 2만톤의 중국산 스크랩을 수입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작년 중국산 빌렛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크게 빠지는 등 시장이 요동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국내 스크랩시장이 그렇지 않아도 제강사 위주로 돌아가는데 중국산 스크랩까지 국내로 유입되면 공급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조만간 한국도 스크랩 잉여시대가 올 것이고 미국, 일본, 중국까지 한국시장에 스크랩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스크랩 유통업체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아빠 고물상 그만하면 안 돼” 스크랩산업 이미지 좋아지길

사랑하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아빠 고물상 그만하면 안 돼”라고 얘기한다. 아이 눈에 비춰진 아빠의 직장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럴 땐 아들을 데리고 출근을 한다. 야드에서 집게 작업하는 걸 보여주고 밥도 현장에서 같이 먹으며 더 진솔하게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둘이 집게차를 타고 거래처에 갈 때면 아이의 밝은 표정에 걱정도 잠시 잊을 수 있지만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가 많다. 

스크랩산업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대형 스크랩 기업들을 보면 작업 시설과 직원들의 복지 수준도 좋아졌다고 들었다. 몇 백억, 몇 천억의 기업들이 스크랩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 때 스크랩산업의 시장규모는 10조원을 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커진 시장의 규모만큼 우리의 의식수준과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의 업을 물려받을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지금 세대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