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별은 경험 보다 장비가 중요해”

2017-05-02     윤연순 기자

[인터뷰] 김내원 창조스텐고철 대표

선별 잘하면 가치 배로 높여
경험 맹신 말고 장비 사용을
세무조사 악순환 고리 끊어야
현실·합리적 대안 고민할 때

-땀 흘린 정당한 대가에 감사

8년 전 주물용 스크랩을 시작했다. 큰 돈은 못 벌어도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2009년 1명의 일꾼과 시작했는데 지금은 9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사람이 늘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나의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수익성을 높여야 기업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나는 회사 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안정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한다. 주변에선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대해 보라고 권유도 하지만 나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스크랩과 연관된 일이 아니면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다.

스크랩을 하는 사람이 식당을 한다거나 아무런 경험도 없는 제조업에 뛰어 들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크랩과 연관된 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수익성을 내야 한다.

-스크랩 속 숨은 보물 찾기

주물용 스크랩은 일반 스크랩에 비해 10% 정도 단가가 높기도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분류를 하면 가치를 배로 높일 수 있다. 스텐은 니켈 함량에 따라 200계, 300계, 400계 등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분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눈으로만 봐서는 절대 판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최첨단 성분분석기는 필수 장비가 됐다. 분석 장비를 통해 정확한 성분을 판별해 내면 보이지 않는 손실을 막고 제대로 된 단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스크랩으로 들어왔지만 그 속에 보물들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스크랩으로 쓰기엔 아까워 중고 자재로 판매해 단가를 더 받을 때도 있고 중고기계나 꽤 쓸 만한 장비는 조금만 손을 봐도 고가로 재판매할 수 있다.

-세금,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

정부의 각종 규제가 힘들 때가 있다. 물론 큰 틀에서는 이해를 해야 한다.

스크랩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세금이다. 늘 매입 자료가 부족해 부당한 세금을 더 내야하지만 이것도 우리가 감수하고 가야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세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더 심하다. 큰 업체들이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법의 테두리에서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영세상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들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1차 수거업체인 고물상에서 아직도 주민등록번호 주기를 꺼려한다. 특히 생활보호 대상자들은 소득이 있으면 그만큼 복지혜택이 차감되기 때문에 더더욱 주민번호 노출을 회피한다. 현실은 이렇다 스크랩이나 파지는 실거래 주민등록으로 대체하고 나머지 스테인리스, 동, 알루미늄 같은 고가의 비철은 편법적인 방법으로 의제매입공제를 받고 국세청 전산망에 걸리기라도 하면 세무조사를 받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우리 재활용업자들은 정부가 재활용 사업자에 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놓고 고민해주길 부탁한다.

-모든 기계 80% 주물용 부품 사용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계의 80%는 주물용 부품으로 만들어졌다.

굴삭기, 지게차 등 건설용 장비에서부터 각종 산업용 장비 속에는 주물용 부품으로 가득 차 있다. 주물공장에서는 정밀한 부품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시설관리에 신경을 쓰고 기술력을 높이는 등 온갖 궁리를 다해 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품질 좋은 제품에 적합한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같은 주물용 스크랩 사업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물 제품에 딱 맞는 성분의 스크랩을 공급해야 우수한 제품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공급하는 주물 스크랩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보면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산업의 가장 밑바닥에서 주물스크랩 공급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음을 기억해 달라.

-직원들 힘들지만 성장하는 과정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본인에게도 이롭다. 현장에서는 위험하고 힘든 일들이 많다. 스스로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