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잡아봐~’ 방통차 품귀현상에 상인들 배차전쟁

2017-04-07     박준영

[입고전쟁에 배차전쟁까지]

작년부터 시세변동폭 커지며
시중 물동량 쏠림 현상 심화
방통車 운행 대수는 감소세
“2014년보다 3분의 1 줄어”
방통車 잡기 힘들어지자
시중 상인들 출하패턴에 변화
운수업계 피로감 운임상승?


충청권의 대형 납품업체 A社는 지난달 매출이 평소에 비해 거의 반토막 났다. 월 초반에는 가격상승기대감으로 유통물량이 제대로 흐르지 않아 매출이 부진했고 중반 이후에는 단기고점 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번에는 지역 제강사들이 입고통제에 들어가는 바람에 매출을 하고 싶어도 원하는 만큼 일으키지 못했다. 더욱이 유일한 운송수단인 ‘방통차(車)’를 잡지 못해 촌각을 다투어야 할 시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A社 뿐만 아니라 전국 200여개 철스크랩 납품사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하나가 방통차 ‘품귀현상’이다. 제강사마다 입고통제 상시∙장기화로 회전율이 떨어지고 지난해 이후 시세변동폭이 확대되면서 가격등락 주기에 따라 일감이 들쭉날쭉 하다 보니 불안감을 느낀 방통차 기사들이 2~3년 전부터 ‘방통’을 내리고 일반 화물 카고로 전환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충청권의 한 대형 철스크랩전문 운수회사 대표는 “3년 전에 비해 전국적으로 운행되는 방통차 규모가 3분의 1 정도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물동량 규모가 줄고(2013년 1810만톤→2016년 1550만톤) 중국 빌레트 등 대체재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일감이 준데다 월평균 운행횟수가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이 최대 이유다. 경인∙충청권의 경우는 지난 2014년 말로 구매를 중단한 동부제철 사태가 방통차 쇠퇴의 신호탄이 됐다. 동부제철은 2009년 스크랩구매를 시작한 이래 시중구매(7만톤)와 자가발생(1만톤) 등 월 평균 8만톤의 배차수요를 일으켰다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 셈이다.

한 운수회사 대표는 “방통차는 화물 카고 운송에 비해 투자비용(방통설치 25톤 차량 기준 1500만원)이 더 들어가고 작업환경이 나쁜데다 오직 ‘고철’만 취급해야 하는 선택의 제한성이 있다”며 “일감부족으로 방통을 내리겠다는 젊은 기사들을 말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본지가 지역별 대형 운수회사의 방통차 운행현황을 파악한 결과, 가장 많이 운행했을 때인 2013~2014년에 비해 충청권 최대 운수회사는 38%, 영남권 7개 연합의 경우 50% 각각 줄었다.

영남지역 운수회사 관계자는 “현재 시중 물동량 규모로 볼 때 수급이 안 맞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물동량 쏠림 현상이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심화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행 가능한 차량은 정해져 있는데 일시적으로 배차주문이 몰리게 되면 고정거래처 우선으로 차량을 주고, ‘뜨내기’ 화주의 경우 10만원씩 더 받는다”고 말했다.

방통차 품귀현상은 시장의 매물타이밍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최근 단기고점 매물이 쏟아졌던 지난달 중순의 경우 해외시세와 비교했을 때 ‘한 파스 더’ 오를 가능성이 있었지만 배차불안을 느낀 상인들이 경쟁적으로 한 박자 빨리 매물을 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추가 인상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추가 인상가능시기까지의 하루 평균 기회비용 5억여 원을 날린 셈이다.(국내 시중 물동량 하루 평균 5만2천톤 기준)

시장전문가들은 지난해 이후 시세변동성이 커지고 제강사는 저(低)재고 정책을 고수하는데다 가용 방통차량 수가 30~40% 줄어드는 등 3가지 변수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시세방향은 시장의 공급패턴 변화에 따라 해외 시세방향보다 더 일찍 꺾이고 늦게 잠기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보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매출을 일으키려는 경향이 일반화될 수 있다. 철스크랩전문 운수업계에서는 물동량이 쏟아질 때 운임을 인상하는, 이른바 ‘피크타임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맞서 대형 납품협력사들은 자차(自車) 운영대수를 늘림으로써 용차의 운임상승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