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감량과 퇴송

2017-01-20     박준영

目測의 상대성과 주관성 의해
‘감량’ 당하면 피해의식 생겨
보상심리가 ‘혼적’ 유발하기도
“퇴송은 감정과 주관 배제시켜”

전기로제강업계가 주원료인 철스크랩의 품질관리를 위해 운영하는 제도가 검수다. ‘물건’을 보고 상태에 따라 감량하거나 심하면 반품처리(퇴송) 한다. 이런 식으로 전체 구매량에서 차지하는 감량률이 제강사에 따라 0.6~1.2%라고 한다. 방통차(車) 한 대가 평균 23톤 스크랩을 납품했을 때 150~300kg씩 감량된다는 의미다. 연간 1600만톤의 시중 스크랩에서 최소 9만6천톤(전체 구매량의 0.6%)이 감량으로 사라지는 것이고, 평균 단가 300(kg)을 적용하면 손실 비용이 한 해 280억원에 달한다.

구매•검수 입장에서는 생산성 관리를 위해 감량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정작 ‘감량’ 당하는 스크랩업계는 차라리 감량하지 말고 ‘퇴송’ 시켜달라는 의견이 많다. ‘감량’을 판정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사람이다 보니, 이 과정에서 ‘감정’이 섞이지 않을 수 없다.

감량은 목측(目測)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눈으로 재는 행위의 결과다. 사람마다 다르고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늘 객관성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감량’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피해의식이 생기고, 이는 보상심리로 연결된다고 한다. ‘100kg 때리면 200kg 싣고 간다’, ‘100kg 맞을 거 감안해 짐을 짠다’는 얘기를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반면 감량 말고 차라리 ‘퇴송’ 시켜달라는 의견은 이런 감정과 상대성, 주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의미다. 근거리 운송을 보통 ‘시내발이’라고 하여, 지역마다 운행회수 당 15~20만원의 운반비가 형성돼 있다. 단가 300원(kg)짜리 스크랩이 200kg 감량 맞으면 6만원이 날아간다. 그에 비해 퇴송 조치하면 회차(回車) 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운반비 15만원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감량 100~200kg은 감수할 수 있어도 운반비 15만원이 날아가는 것은 참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검수의 주관성은 최소화하고 더 무거운 패널티를 부과함으로써 감량과 그에 상응하는 혼적으로 100kg, 200kg씩 탁구 치듯 떠넘기는 ‘관행’을 깨자는 것이 상당 수 스크랩업계 인사들의 의견이다.

연간 50만톤 이상 스크랩구매능력을 갖고 있는 제강사는 국내 12개사다. 이 가운데 감량제를 채택하고 있는 곳이 11개사이고, 감량 없이 퇴송 조치하는 곳은 단 1곳이다. 감량 없는 퇴송제를 운영하는 이 제강사를 두고 지역 스크랩업계 인사들이 하는 말이 ‘오너가 스크랩을 잘 안다’라고 한다.

새해에는 길게 보고 상생하는 차원에서 ‘감량’보다 ‘퇴송’으로 가는 것이 최선은 아닌지 양 업계가 진지하게 논의하길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