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덮개 강요 말고 기존 덮개 더 잘하도록 단속 강화했으면”

25톤 방통차 운행 권영찬 사장

2016-12-20     윤연순 기자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집게·방통차 덮개 의무화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관련 업계는 여전히 준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마땅한 대응책조차 찾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업계의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개선방향을 찾겠지만 시행시기를 늦추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다. 스크랩 운반차량 기사들은 “정부가 단속에 나서면 당장 피해를 입는 건 우리들” 이라며 별 방법이 없어 손을 놓고 있지만 모여 앉은 술자리에선 어김없이 덮개 얘기로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경인권에서 방통차를 운행하는 권영찬 사장의 하루 일과를 동행취재 했다.

“기존 덮개 낙하 방지에 전혀 손색없어”

새벽 5시 30분 인천시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북문 삼거리. 어둠속에서 승용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삼거리 일대가 승용차로 뒤덮였다. 이곳은 매일 수 백대의 방통차가 철스크랩을 납품하기 위해 모여드는 우리나라 최대의 제강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위치해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겨울 한파에 마스크로 철통무장을 한 기사들이 타고 온 승용차에서 내려 전날 인근에 주차해 두었던 방통차로 옮겨 탔다. 힘차게 시동을 걸고 잠시 엔진을 예열한 후 이내 하나 둘씩 사라졌다.

권 사장도 자신의 25톤 방통차를 몰고 시화로 향했다. 기자도 옆 좌석에 동석을 허락받고 동행했다. 방통차 내부는 생각했던 것 보다 넓고 무엇보다 높은 차고는 공단의 분주한 아침을 시야에 담기에 충분했다. 굴뚝연기와 기계소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산업현장이다.

40분 정도 지날 무렵, 중상 규모의 스크랩업체에서 경량급 스크랩을 상차했다. 대략 10톤 가량의 물량이지만 꽤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갔다.

권 사장은 “나는 고정적인 거래처가 있어서 그곳 물량만 운송을 한다. 지금 이곳에서 실은 스크랩은 내가 소속한 고정거래처로 납품되는 스크랩이라 가는 길에 싣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는 고정거래처 덕분에 안정적인 일거리가 있어 다른 기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상차 작업이 마무리되자 짐칸에 올라 그물로 된 덮개를 씌우기 시작했다. 스크랩 위로 위험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꽤 꼼꼼하게 덮개를 씌웠다. 예전에 작은 스크랩 조각이 승용차에 떨어져 450만원을 보상해 준 이후로 그물 씌우는데 신경을 쓴다고 했다.

현재 방통차에 씌우고 다니는 그물망은 먼지 흔날림에는 역할을 못하지만 틈새없이 잘 조이면 스크랩 낙하를 막기엔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스크랩은 특성상 먼지 날림은 없고 낙하만 방지하면 되는데 굳이 새로운 덮개를 씌우라는 게 탐탁치 않다는 표정이다.

“덮개 아무도 안하는데 내가 왜 씌우나”

11시 30분쯤 그가 속한 시화의 고정거래처에 도착했다. 싣고 온 스크랩을 하화하기 위해 다시 스크랩이 반쯤 찬 짐칸에 올라 그물을 벗기고 오전 일과를 마무리했다.

그는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동료 기사들과 담소를 나누며 덮개 얘기도 오갔다. 불안함 보다는 함께(?)라는 생각에 마음은 편하단다. 흡연실 한편에 앉아 있던 한 기사에게 “내년부터 덮개 장착해야 하는 거 알고 있냐”고 묻자 그는 “알고는 있지만 눈치만 보는 중” 이라고 말했다. “덮개는 할 거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도 안하는데 내가 왜 하냐”고 되받아쳤다.

권 사장은 시계를 보더니 제강사로 입고를 가야 한다며 다시 차량에 올랐다. 오늘 납품할 물량은 경량급 길로틴A 소재다. 방통차에 가득 실린 스크랩은 보기만 해도 위압적이다. 그렇게 달려 3시경 인천의 한 제강사 입구에 도착했다. 줄을 길게 선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두 제강사가 한 곳의 진입로를 같이 쓰기 때문에 단가가 내려 차량이 몰리면 꽤 긴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가끔 검수가 까다롭기라도 하면 일부러 담당 검수가 바뀔 때 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계근대에 올라 차량을 멈추고 센서기에 카드를 갖다 대니 차량번호, 공급사, 일자와 중량이 찍힌 계량표(1차)가 자동 출력됐다. 43톤이 조금 넘게 계량됐다. 이 계근대는 44톤이 넘으면 인식을 못하게 설정됐다. 과적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 불편함은 없다.

“직접 눈으로 보니 덮개 씌우는 게 가능한 일인가”

진입로를 따라 스크랩야적장으로 차량을 서서히 이동했다. 소재별로 하화 장소가 달랐고 120톤 옥내 고철장 앞에서 차량을 정차했다. 그는 다시 고철더미에 올라 그물을 걷어내고 입고 허가를 기다려야 했다. 20분정도 대기후 담당 검수관으로부터 하화하라는 신호를 받고 고철야적장으로 차량을 갖다 댔다. 방통의 양문을 모두 개방하자 천장 크레인에 매달린 대형 마그네트 2대 중 1대가 하화작업에 투입됐다. 대략 15분가량의 작업을 끝내고 빈 차량에 다시 덮개를 씌웠다. 권 사장은 “직접 작업하는 거 보니까 덮개 씌우는 게 가능하겠느냐?” 고 물었고 나는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시 공차 중량을 달기 위해 계근대에 올라섰다. 카드를 대고 출력된 계량표(2차)에는 실중량 24.900톤에 감량 600kg을 제하고 24.300톤의 확정중량이 찍혔다.

권 사장은 한 달에 평균 700~8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중 기름값과 차량유지비, 세금 등을 빼면 절반 정도 손에 쥘 수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덮개와 같은 정책이 나오면 목돈 들어가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을 보고 정책을 내놔야지 불가능한 걸 하라고 하니 답답하다. 차라리 단속을 강화해 기존 덮개를 잘 씌우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는 없냐”고 푸념했다.

오후 5시경 그의 하루일과는 끝났다. 오늘은 운이 좋아 작업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이런 날엔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해야 한다며 가벼운 손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