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경험∙경영능력 뛰어난 2세 경영자들 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것

2016-11-08     유정수 일본 도호쿠대학대학원 교수

[日스크랩기업 차세대 CEO들 고민]

戰後 1만3천명 在日 한국인들 
일본 스크랩산업 성장 이끌어
생계에 집착했던 1세대와 달리
2∙3세대 다양한 사회참여 모색
개개의 경영능력은 뛰어나지만
뒷받침할 인재확보에 한계 봉착
우리업계 100년 기업 나오려면
장기적인 인재육성계획 나와야

일본 법무성 조사에 의하면, 1959년에 재일(在日) 한국인은 약 60만7천명에 달했는데, 이 중에 직업을 가진 한국 사람은 약 14만9천명이었다. 또 이들 유직자 중에 고물상(철스크랩)이 약 1만3천명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유직자 수의 9%에 해당했다. 이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인 차별로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았던 재일 한국인들이 전후 일본 철스크랩업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일제로부터 독립 후 7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규모 리사이클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도 많고, 재활용업을 3대(代)째 이어가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요즘 한국의 스크랩업도 세대교체를 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고 알고 있다. 지난 여름에 필자에게 자동차 재활용업을 하는 기업 오너가 자기 아들을 일본의 기업에서 연수시켜달라는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이 분은 선대부터 스크랩업을 하시던 분은 아니었지만, 이미 3세대 경영자들이 활약을 하기 시작했고 선진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일본의 재활용업계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마침 한일교류에 긍정적이고 해외 지사 설립에 관심이 많은 일본 기업이 있어서 3일간의 단기연수를 주선해 줬다. 일본에 찾아 온 2세 경영자는 출중한 외국어 능력은 물론 한국의 재활용업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하면서 일본의 장단점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로 제 1세대 경영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물상을 운영했고, 주위의 차별과 편견에 맞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데 여념이 없었다. 현금이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었기에 수익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경우 1세대가 일찍 타계한 기업은 2세대까지도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의 젊은 후계자들은 지금까지의 경영 방침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기업을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수익 창출의 방법도 많이 달라져서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고, 산학연계에 의한 연구개발 추진, 스포츠 스폰서 활동, 환경교육 지원(견학코스제공, 폐기물관련 수업실시, 교육서적출판) 등의 사회공헌활동, 이벤트 개최나 공장 공개 등을 통한 지역주민 교류활동, 판매업이나 서비스업 진출(자동차 경정비, 수리, 타이어 판매, 렌트카, 자동차 리스업, 무역업, 지역특산물 판매, 유통, 컨설팅 등) 등으로 스크랩업의 이미지 쇄신과 경영 다각화를 꾀하는 기업도 있으며, 관계부처나 지자체의 보조금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관련정책 제언 등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일본 스크랩업계의 2세대, 3세대 경영이 눈앞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에 투자를 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2세대, 3세대 경영자들 중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해외 유학이나 타 업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단 이들 젊은 경영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인재확보에 있다. 경영자 본인이 아무리 뛰어난 경영 철학과 우수한 비즈니스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회사 전체를 쇄신할 수는 없고 스크랩업계의 지위나 위상을 갑자기 끌어 올릴 수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스크랩업계도 여전히 우수한 인재를 구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의 리사이클업체는 대졸 신규채용자를 확보하기 조차 어렵고, 중도채용자들의 이직률도 높다.

이렇듯 인재확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경영 방침이 있어도 실현되기 어렵다. 때문에 일본의 제2세대, 3세대 경영자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전문 경영자와 관리자들을 키우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2세 경영자들도 일본에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우수한 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쌓은 분들이 많다. 가까운 장래에 세대교체를 해서 기업 쇄신을 이루기를 원한다면 경영자 본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도와 줄 인재가 얼마나 많은가, 장기적인 인재육성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등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