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위대한 일”

유중원 원미철강 대표

2016-10-10     윤연순 기자

내가 직접 집게 타고 작업하면
현장직원 소중한지 몰랐을 것
모든 현장 철저히 일꾼들에게
책임감 따르는 업무분장 중요

검정 양복에 넥타이 매고…스크랩 선입견 깨고 싶었다

“스크랩 업(業)을 한다는 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버려진 것을 수집해 환경을 살리고 이것을 다시 가공해 철강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위대한 일의 반복이다.”

원미철강 유중원 대표는 문배철강 영업부장을 끝으로 직장 생활을 접고 지난 97년 7월, 전라도 광주에 회사를 설립하고 철스크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가 지난날 회사를 일구기 위해 해왔던 일들은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일반적으로 추구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이런 그를 주변 사람들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봤지만 그만의 원칙과 소신은 확고했다.

“철스크랩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내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렸죠. 영업을 나갈 땐 검정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구두와 머리는 단정하게 그리고 영업차량도 최고급 승용차를 탔습니다.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인데 내 자신이 먼저 깨끗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여기에 고철을 내 손으로 직접 수집하면 이 일은 안하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스크랩 업에 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선진 스크랩산업을 향한 도전의 시작점이었죠. 이런 나를 보면서 주위에선 한 6개월이면 문 닫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20년 가까이 잘 해오고 있습니다.”

“당신 없으면 회사 문 닫아” 현장직원이 가장 소중해

유 대표는 초창기 자신이 세운 원칙 중 하나가 ‘현장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였다. 지금까지도 그가 집게 작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현장은 철저히 현장 일꾼들에게 맡기는 게 그의 경영 방침이다.

“웬만한 스크랩기업 오너들은 현장에서 집게 작업을 자신들이 직접 해냅니다. 대부분이 인건비를 아끼거나 작업자들을 믿지 못해서 그런 거죠. 전 생각이 좀 달라요. 내가 집게차를 운전하고 모든 작업을 다 할 줄 알면 현장 직원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겁니다. 현장 직원들에게 당신 없으면 회사 문 닫는다고 늘 얘기해 왔죠. 실제로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나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원미철강의 모든 직원들은 책임감이 뒤따르는 업무 분장과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회사는 주인의식을 가진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진리를 일깨워주고 싶었습니다.”

작은수첩 속 4가지 다짐 매년 실천

회사는 잘 성장해 안정적인 기반을 다졌다. 2000평 부지에 새 공장도 지었고 신뢰로 쌓은 거래처도 늘었다. 그는 자켓 안주머니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들었다. 매년 똑같은 목표와 다짐을 적어 놓고 실천해 왔다. 하찮은 일 일수도 있지만 힘들고 지칠 때 늘 힘이 되었던 습관들이다.

“한 주에 책 한 권 읽기, 봉사하기, 말 적게 하기, 일기쓰기 이 4가지를 매년 해오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혜를 구하고 봉사를 하면서 현실에 감사하고 말을 적게 하면 분란의 소지가 줄어들고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회사 사훈은 배려로 정했다. 흔한 말 같지만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쓴다’ 라는 뜻이다. 서로 도와주면 일의 효율성은 올라가고 서로 보살펴 주면 안전사고는 줄어들게 된다.

집게차 덮개 의무화 등 스크랩 규제 부작용 우려

바쁜 일상이지만 모임에 힘쓰려고 노력한다. 지역 친선 골프모임인 스틸샷과 로타리클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스틸샷은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곳에서 스크랩 관련된 이야기들을 듣는다.

“스크랩산업의 격이 높아졌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각종 규제들을 만들어 철스크랩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아쉬운 건 이런 규제들이 스크랩 현장과 현실을 모르고 시행된다는 점입니다. 얼마전 시행된 부가세매입자납부제도, 내년 시행될 집게차 덮개의무화는 당분간 많은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그는 로타리클럽에서 회장직을 수행하며 20년간 봉사활동을 해왔다. 불우 이웃과 지역사회를 보살피며 뿌듯함도 느꼈다. 향후에는 스틸샷도 친선 모임을 넘어 공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도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