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인형뽑기 자판기 보듯 원료배합부터 장입까지 無人시스템

동경제철 관동거점 宇都宮공장 월~토 24시간 검수체제 첨단 無人 장입시스템 인상적 100% 가공 정제 스크랩 받아 2013년부터 Car to Car 도입 현재는 전 공장 확대 구매해

2016-07-27     박준영 기자

[일본 스크랩산업현장을 가다②]

1934년 설립된 일본 최대 전기로메이커 동경제철의 4개 거점공장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우츠노미야(宇都宮) 공장은 일본 최대 수출시장인 관동지구의 시세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때때로 수출시장과 경합하며 일본 국내외 가격상승세를 주도하기도 한다.

공장규모는 도쿄돔의 3.5배이고 140톤 전기로의 공칭 제강생산능력은 75만 톤이다. 지난해 55만 톤을 생산해 가동률은 73%에 그쳤다. 이 공장은 전체 제품생산량의 95%가 H형강이다.
 

지난 7일 현대제철 철스크랩납품협력사 시찰단이 방문한 시각은 오후 4시가 넘어서였다. 공장은 매우 한산했다. 전력요금이 싼 야간에 주로 가동한다. 고쿠마이 히로유키 우츠노미야 공장장은 안전 품질 환경이 3대(大) 중점관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소음관리를 위해 야간 작업 시에는 공장 셔터를 내린다.

시찰단은 현장투어에 앞서 중무장(?)을 해야 했다. 작업복과 방진마스크, 안전모는 기본이고 각반과 안전화까지 발 사이즈에 맞춰 지급됐다. 특히 안전모는 고글이 내장된 일체형으로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다. 국내외 철강공장 투어를 많이 해봤지만 각반과 안전화를 착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은 준비지만 동경제철의 섬세한 안전관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원료배합~장입까지 조정실에서 컨트롤러로...無人장입시스템

주원료인 철스크랩의 장입시스템은 마치 ‘인형 뽑기’ 자판기를 보는 것 같았다. 옥내 스크랩야드의 하화, 재고관리 상황은 전부 모니터상의 셀(Cell)로 확인할 수 있다. 등급별로 적재장소가 표시돼 있고 재고를 쌓은 높이에 따라 색상을 구분한다. 원료배합과 장입까지 전부 무인화(無人化) 했다. 조정실에 앉아 컨트롤러 조작만으로 원료배합과 장입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스크랩운반차량이 공장 안에 진입한 뒤에는 크레인기사가 하화(下貨)와 검수를 맡는다. 하화는 전부 마그네트로 했다. 마그네트로 살그머니(?) 고철을 떠서 그런지, 소음과 먼지가 거의 없고 바닥에도 흘리지 않는다. 천장 높이 위에 있는 오버헤드 크레인 기사는 스크랩을 담장 너머로 하화하는 동시에 등급을 매기고 감량여부를 판정한다. ‘하화+검수 1인시스템'은 적재함 밑바닥까지 물건을 오랫동안 보면서 정확한 검수를 하고 현장인원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 자원순환 원료조달시스템...Car to Car 프로그램 운영 폐전선 떼낸 폐차압축 통째 투입

동경제철은 자원순환모델을 구축해 안정적인 원료조달 체계를 만들었다. 일본 가전회사 파나소닉과 건설계열사에서 발생스크랩을 직접 회수하고 있다. 특히 주목 받는 것은 폐차압축물이다. 폐차압축업자와 상사, 동경제철 3자간 계약을 통해 구리(Cu) 전선만 제거된 폐차압축물을 전기로에 그대로 투입한다. 폐전선은 제거하지만 플라스틱 시트 유리 등 폐기물은 제거하지 않은 이런 폐차압축물을 일본에서는 A프레스라고 부른다. 사카이 히사노리 우츠노미야공장 구매과장은 이 같은 카투카(Car to Car) 방식은 슈레더잔재물(ASR)을 남기지 않아 산업폐기물 제로화를 달성할 수 있으며, 폐차처리의 책임은 자동차메이커에게 있기 때문에 자동차업체로부터 보조금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동경제철은 지난 2013년 우츠노미야공장에 A프레스를 처음 구매한 데 이어 2015년 말부터는 전 공장으로 확대 구매하고 있고, 구매량을 공장별로 월 1천 톤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물론 원가가 낮다고 A프레스 소비량을 극대화하는 것은 어렵다. 우츠노미야공장의 경우 140톤로 한 차지당 약 5톤의 A프레스를 장입한다. 품질상 문제가 되는 구리(Cu)의 함유량을 0.3%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데, 품질관리를 위해 관련기관으로부터 인증서를 획득했으며 폐차업자와는 1년 단위 공급계약을 한다.

◇ 야간조업 맞춰 월~토 24시간 검수체제...상사가 입고예약 시간관리

우츠노미야공장 검수시간은 일요일 휴무를 제외하고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후 4시까지로 그 사이 24시간 구매한다. 동경제철은 통상 전날 오후 4시쯤 단가조정 발표를 한다. 단가 변동시 적용기준은 계근대 중량을 잰 시간이다. 단가인하 때 차량들이 쇄도하는 경우는 없을까? 회사 관계자는 단가인하 전 입고하려는 차량들이 몰려 회사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는 리먼쇼크(2008년) 이후로 다섯 차례 밖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입고차량의 납품예약이나 시간관리, 차량대수 조정은 전부 상사(商社)가 맡는다. 차량들이 특정시간에 엉키는 일은 별로 없다. 차량기사들은 등급과 감량기준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검수판정 불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연간 800~900만 톤의 잉여스크랩을 수출하는 세계 2위 철스크랩수출대국 일본과 일본의 대표적인 전기로메이커 동경제철. 동경제철의 거점 공장 가운데 수출시장과 직접 경합하는 우츠노미야 공장의 스크랩입고 풍경은 예상보다 쾌적하고 차분했다. 낮은 공장가동률, 야간조업, 100% 가공·정제 스크랩 구매, 마그네트 하화, 무인 적재·장입시스템, 친환경 구매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의 제강환경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