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속거래소 LME, 古鐵 상장

2015-10-16     박준영 기자

세계 주요 원자재 상품 반열에 올라

수입 세계 1위 터키 거래 가격 기준
국제 시세 동조화 현상 더 강화될 듯
철강사 ‘헷징’ …투기자금 유입 우려도
이 달 28일 서울서 상품설명회 열려


세계 최대 비철금속 파생상품시장인 LME(런던금속거래소)가 다음달 23일(월) 철스크랩을 상장(上場)한다. 철스크랩은 조강생산원가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중요 원료이면서, 각국의 환율과 수급환경변화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크다. LME는 철강업계가 스크랩의 이 같은 특성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리스크헷지 수단으로써 충분한 상품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소 거래단위 10톤, 현금결제로 현물부터 최장 15개월물까지 거래되며 기준통화는 미국 달러화가 사용된다. 기준등급과 단가는 터키 남동부 이스켄데룬(Iskenderun) 항(港) HMS No1&2 80대20 CFR 시황단가로, 철강시장분석기관 Platts의 자회사인 The Steel Index(TSI)가 현지조사를 통해 매일 제공한다.

◇ 왜 터키인가?

터키는 2014년 기준 1,900만 톤의 스크랩을 수입해 세계 교역량의 19%를 차지하며 부동의 스크랩수입 세계 1위다. 터키는 또 오는 2023년까지 현재 2배 수준인 7천만 톤의 조강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어서 스크랩소비가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교역의 중심지로서 터키 시장가격이 국제가격의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또 터키 철강사들은 미국 유럽의 주요 스크랩공급자와 폭넓게 거래하고 있어 다른 주요시장 가격과의 높은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LME가 기준등급으로 선택한 HMS NO1&2 80대20은 우리나라의 경량A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유럽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스크랩 품질로 인식되고 거래량도 가장 많다. LME는 HMS No1&2 80대20의 가격추이(최근 3년 간)가 상위등급인 슈레디드와 P&S, 하위등급인 A3(러시아) 등과 양방향 비교했을 때 99% 상관성을 갖고 있다며, 거래 대표등급으로 삼는데 적합하다고 밝혔다.

◇ 고철, 세계 주요 파생상품 대열 합류…효과는?

LME는 비철금속 세계최대 상품거래소에서 탈피해 철강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빌레트(Billet) 상장에 이어 이번에 철스크랩과 철근(Re-bar)을 동시 상장하면서 원료-반제품-제품에 이르는 완전체를 구축했다. LME는 철강상품의 상·중·하 라인업 구축으로 관련상품 가격의 표준으로서 영향력 확대와 그에 따른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터키시장은 현재도 국제 스크랩가격의 기준좌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철스크랩의 LME 상장과 함께 세계 표준가격으로서 존재감이 더욱 확보해질 전망이다. LME는 새 철강 상품홍보를 위해 이 달 28일(수) 오후 서울에서 ‘LME 신상품 설명회 및 세미나’를 개최한다.

철강업계 입장에서도 원재료리스크의 ‘헷징’이 가능해져 값싸게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 전 세계 전기로는 매년 4억2,600만 톤의 조강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26%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터키는 전기로 조강생산비중이 각각 60%, 70%로 절대적이다. 주원료로 철광석·원료탄을 쓰는 고로(高爐) 역시 원료배합의 10~20%는 스크랩을 투입한다. 전기로의 경우 고정비에서 차지하는 스크랩 원가는 60%, 고로는 10% 이상 달하고 있어, 스크랩가격변동에 따른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스크랩업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통해 과잉물량을 판매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철스크랩이 철광석에 이어 세계 주요 원자재 거래상품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됨에 따라 업계이미지 개선과 상품가치 격상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랩이 자원이냐 폐기물이냐의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철스크랩의 상품거래가 활성화되면 투기자금이 들어와 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일본의 실패사례

철스크랩의 거래소 상장은 지난 2005년 일본이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가 4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2005년 10월11일 일본중부상품거래소에서 세계 최초로 상장된 철스크랩(선물)은 첫 날 거래량 1만5천 톤, 이후 일일 최대 6만 톤까지 거래됐지만 갈수록 거래량이 줄어 2009년 10월 결국 상장 폐지되고 말았다. 철스크랩이 새로운 상품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받긴 했지만 지속적인 거래량 유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철스크랩의 예측가능시스템에 대한 철강 전방위산업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상품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결국 철스크랩의 실수요자인 철강사와 대형 스크랩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 관건이다.

런던금속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 

런던에 있는 비철금속거래소로 세계의 비철금속거래의 중심이다. 1877년에 설립되었다. 현재는 구리, 아연, 주석, 납, 알루미늄, 니켈 등 비철금속 7개 품목과 함께 빌레트, 철스크랩, 철근으로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 오전, 오후 각 2회씩 입회를 하게 되고 전장의 종가(終價)는 세틀먼트 프라이스(settlement price)로 발표해 국제거래의 지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