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계약서 쓴 날 펑펑 울어…업계 위해 작은 도움됐다면 영광”

국내 첫 스크랩전용 산단 1호 입주기업 세강 홍순돈 사장

2015-03-20     강광수 기자

체계 갖춘 대외 창구·헌신 없었으면
문턱 높은 산업단지門 못 열었을 것
맘편히 영업 전념하게 돼 가장 기뻐

잔뿌리 많은 나무가 큰 바람 이겨내
중소상인 위한 전용단지 만들었으면
다음 세대는 ‘품질관리’ 숙제 풀어야

국내 최초 스크랩 전용산업단지로 화제를 모은 부산 생곡지구 자원순환특화단지 입주가 최근 시작됐다. 분양을 받은 45개 스크랩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입주한 세강의 홍순돈 사장은 ‘입주계약서 쓰는 날 정말 많이 울었고 입주하던 날(2월23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며 “지금도 오전 6시30분이면 새 사무실로 출근해 공장 이곳저곳 살피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주물용 스크랩전문기업 세강은 산단 내 3,100㎡(약 920평)를 분양 받아 압축기 4대를 설치했다. 준공허가는 이달 안으로 떨어질 예정이다.

홍 사장은 그동안 스크랩사업을 하면서 입지문제로 갖은 서러움을 당했다고 했다. “예전엔 김해공항 인근에서 사업을 했어요. 개특법(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때문에 여러 차례 사업장을 옮겨 다니고 이행강제금으로 몇 차례 벌금까지 물어야 했어요. 많이 서러웠습니다. 생곡산단 설명회가 있던 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입했어요.” 그는 산단입주가 성사된다면 ‘종업원들 눈비 안맞으며 일하고, 쉴 땐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했다.

홍 사장은 생곡 산단 스크랩전용단지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부산·경남스크랩사업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전두일 창일금속 대표, 현(現) 이사장인 손성익 경원스틸 대표 등과 함께 조합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9년 6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회의실에서 부산시장과 강서구민 간담회가 열렸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급히 참석했어요. 발언 기회를 얻어 부산시장께 건의했습니다. 전용용지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영업하는 게 우리 업계 염원이라고 했어요. 시장님께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작은 불씨가 되었다면 저로서는 영광이에요”

조합설립 이전에도 스크랩 전용용지 필요성을 느낀 많은 경영자들이 여러 차례 모임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실을 못 봤어요. 가장 큰 이유가 해당관청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지 못했던 거에요. 그러다 전두일 초대 이사장, 김우태 전무(現 조합 전무이사) 같은 분이 나서면서 체계적인 접근이 이뤄졌어요. 전용단지 입주가 성사된 지금은 손성익 이사장(2대)이 넓은 시야로 조합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열정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부산지점장 출신인 홍 사장은 퇴직직후 한 차례 창업했다가 실패하고 지금의 스크랩과 인연을 맺었다.

“미국은 20~30년 전부터 ERP(Early Retirement Program;조기퇴직프로그램)를 시행하고 있어요. 만 45세에 퇴직하고 다른 업종에서 사업을 했다가 한 번 실패를 맛봤어요. 당시 아는 분이 스크랩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분따라 이 업에 발을 들여놓았죠. 저 역시 전엔 우리 업계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시작하고 부터는 정말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산단 입주에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시행착오가 남아 있다.

“몇 개 업체가 처음으로 입주해 준공허가를 앞두고 있어요. (3월)20일 전후에 나올 거 같아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담장높이는 1.5m 정도로 생각했는데 구청에서 5m로 치라고 합니다. 1,000평이면 수 천만 원 이상 추가경비가 발생하게 되요. 협의 끝에 절충하고, 항목 하나하나 행정기관과 맞추어 가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입구도 내부가 보이지 않게 설치해야 하구요.”

그가 생각하는 스크랩업계의 다음 목표는 ‘품질’이다.

“제 막내 아들이 가업(家業)을 잇고 있어요. 10년 전 대학 졸업하고 이 일을 해보겠다고 했을 땐 솔직히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을 했습니다. 아들이 대형면허에 중장비면허까지 따오는 것을 보고 ‘할 수 있겠구나’ 믿음이 생겼어요. 다음 목표는 스크랩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봐요. 저보다는 아들세대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주물공장에서 쓰는 생철은 성분분류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어요. 지금은 고(高)망간을 비롯해 합금성분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주물공장)의 요구가 매우 복잡합니다. 육안이나 성분분석기 분류로는 한계가 있어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시도하고 있어요.”

그는 “잔뿌리가 많은 튼튼한 나무는, 큰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다.”며 “다음 세대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장(場)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형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전용단지도 하루 빨리 조성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