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순물 문제를 스크랩업계의 양심과 의식수준에서 찾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다

2015-03-17     박준영 기자

 

부산 서면의 쓰레기 충격요법
이슈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
스크랩 부정 납품 해결하려면
시스템과 환경 개선에 초점을

 

 

지난 주말 부산진구(區) 서면에서 이색 실험이 펼쳐졌다. 구(區)가 사흘 동안(14~16일) 쓰레기를 청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쓰레기를 안 치우면 얼마나 엉망이 되는지 시민들에게 보여주자는 취지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서면은 부산의 대표 번화가다. 실험결과 예상대로 일대가 ‘쓰레기장’이 됐다. 길바닥에는 각종 홍보전단과 담배꽁초, 종이컵들이 바람 따라 굴러다니고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진동을 했다.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릴지언정 지저분한 바닥에 거리낌 없이 쓰레기를 버렸다. 더러운 환경 속에 오히려 쓰레기는 더 많아졌다.

미국의 행동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증명했다. 낙서가 돼 있는 골목길에는 쓰레기를 버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때와 비교해 30%p 상승했다. 또 쓰레기가 많고 지저분할수록 매장 내 도난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1990년대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낙서를 지우고 거리를 청소하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사소한 무질서가 사회규범에 옳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부정적인 행위를 더욱 확장시킨다.

전기로제강사와 대다수 스크랩공급업체들은 오랫동안 불순물 혼적 같은 부정 납품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부정수법이나 피해사례야 회자된 만큼 새로울 것이 없다. 어쩌면 양 업계의 영원한 난제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위 사례를 통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스크랩업계의 ‘불순물’ 문제가 환경이나 시스템에 관한 것이지 공급자 개개인의 양심이나 업계의 의식수준이 낮아 야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강업계는 이 문제에 대해 스크랩업계만 탓하지 말고, 스크랩업계 내부에서도 자기 치부로만 여길 일만은 아니다.

최대 스크랩소비군(群)인 전기로업계는 공급업체에 대해 당근·채찍 정책을 펴며 품질개선을 도모하고 있지만 일관되고 연속적이지 못해 한계와 맹점을 드러낸다. 비공개적인 패널티와 인센티브 제도보다 공개된 시스템과 환경적인 접근방식이 효과적이다. 그런 점에서 철강협회 철스크랩위원회의 ‘고의적 불순물신고센터’ 운영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전기로업계와 스크랩업계가 더 많은 공동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개할 필요가 있다. 정직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을 만들고 유통 질서가 복구되는 모습을 통해 스크랩업계의 난제가 풀리고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