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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유럽경기 회복 기대는 아직 성급’
LG경제연구원 ‘유럽경기 회복 기대는 아직 성급’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12.02.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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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는 연초 일부 금융 및 실물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회복에 대한 기대는 아직 성급해 보인다. 최근 발표된 유럽 주요국들의 실물경제지표들 중에는 아직 청신호보다 적신호가 더 많을뿐 아니라 남·북유럽 국가간 역내 불균형과 재정위기 국가들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불안감도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개선되는 모습의 실물경기지표

최근 발표된 구매관리지수(PMI) 등 유럽경제의 몇몇 실물지표가 호전되는 모습이다. 유로존 17개 국가의 1월 복합 PMI 확정치는 50.4를 기록했다. 경기 확장의 경계를 의미하는 50선을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넘어섰다. 제조업부문 1월 PMI는 48.7로 지난 12월의 46.9보다 높아졌다. 서비스업에서도 1월 확정치가 50.5로 역시 지난 12월의 48.8보다 높았다. 비유로존 국가이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영국의 1월 제조업 PMI도 52.1을 기록, 전월의 49.7에서 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는 당초 시장전문기관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여타 지표들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된다. 난항을 겪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지난 달 국채발행수익률과 신용디폴트스왑(CDS) 등이 최근 크게 하락하면서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 유럽 자금시장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4,890억 유로 상당의 3년물 유동성 공급 이후 은행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소폭 하락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각국의 정책공조 등으로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일부 완화된 모습이다. 비록 근본적인 해결은 아닐지라도 시간은 번 모양세다. 지난 달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는 긴축속에서도 성장과 일자리를 늘리는 데 대해 각국의 컨센서스를 이룬 바 있다.

경기침체 vs. 경기회복

이 같은 유럽 경제를 둘러싼 변화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정위기로 침체에 빠져 있던 유럽의 경기가 점차 되살아나려는 징조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대는 어디까지나 기대다. 현재 유럽의 실물경기 상황은 한두 개 지표의 단기적 개선만으로 회복을 논할만큼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벨기에 중앙은행은 지난 해 4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0.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0.1%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함으로써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유로존 6번째 경제대국인 벨기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않은 나라였기에 성장률 하락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다.

최근 발표되는 유럽 주요국들의 실물지표들 중에는 아직까진 청신호보다는 적신호가 더 많다. 독일의 12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감소하고, 프랑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영국의 1월 소매판매도 감소했다.

산업 및 기업활동 동향도 아직 호전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먼저 유로존 국가들의 산업신뢰지수와 기업활동체감지수가 1월 들어 하락세가 주춤하고는 있으나 투자와 고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악화된 모습이다. 특히 유로존 국가들의 실업률은 독일과 네덜란드만 소폭 하락했을 뿐 나머지 국가들은 지난 12월 증가율이 전기 대비 모두 증가 내지는 정체했다.

기업들의 재정상황도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유럽 기업들의 경우 부채위기의 장기화로 인해 회사채 디폴트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기관마다 예측치는 다르지만 3년 만기 회사채 디폴트 비율이 현재 2.6%에서 올 연말까지 적게는 4%에서 많게는 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P는 은행대출을 포함시 투기등급 회사채의 디폴트 비율은 최악의 경우 8.5%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무역 측면에서도 상황은 전반적으로 안 좋다. 제조업 수출강국 독일도 12월 수출이 전월 대비 4.3%나 감소했다. 독일 경제장관은 유럽 역내경기가 둔화되고 역외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독일 수출은 작년 수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여타 유로존 국가들의 무역수지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경상수지 개선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는 15일 전후로 예정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국들과 유럽연합 전체의 4분기 성장률 잠정집계치가 발표되면 유럽경기의 향방이 지금보다는 뚜렷한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현재로서는 유럽연합의 다수 회원국들이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유럽경제가 경기침체에 들어선 모습이다. 그러나 앞서 최근 일부 실물지표의 개선에서 봤듯이 유럽경기가 4분기를 바닥으로 올해부터 점차 호조될 것이라는 주장들도 힘을 얻고 있다. 당분간 유럽경기의 향배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냐 회복이냐를 놓고 한두 달 사이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불규칙하게 변하고 있는 단기지표들의 부침만 가지고 경기의 방향성을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경기의 진행방향을 결정지을 본질적인 변수들인 실물경제의 구조적 펀더멘털, 재정위기 전개 양상, 산업 및 기업활동 동향,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들의 선거 이후에 벌어질 정치적 상황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불투명한 視界 속 긴 저성장의 터널 지나야

지금 유럽은 재정위기 심화로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는 가운데 있다. 더욱이 강력한 재정긴축, 디레버리징, 대외수요 둔화 등 실물과 금융부문 모두에서 여러 악재가 얽혀있는 상황이다. 유럽 실물경기의 향방은 재정위기와 상호 맞물려 전개될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을 두고 유로존 주요 국가들간 정책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밀월관계 속에서 신재정협약 등 정책공조를 통해 범 유럽차원에서 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청년실업을 해소해 나가자는 합의를 이뤘다. 유동성 공급측면에서도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 효과에 힘입어 연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입찰이 발행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원만히 진행되었다.

이렇게 보면 국가간 정책공조와 재정위기국 지원을 위한 재원확충으로 위기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하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 유동성 공급이 결국 빚을 내서 빚을 갚는 것이고, 향후 전개될 정책공조 과정에서 국가간 이견이 표출되고 합의사항 이행이 지연될 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트로이카와 그리스 정부간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협상이 타결되긴 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유로존 재정위기는 아직 넘어야할 고비가 매우 많다. 문제는 그리스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재정위기가 상대적으로 심한 국가들에 대한 국채 만기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이 3년 만기 저리의 장기대출을 늘려 신용경색을 완화시키려 하고 있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재원을 5천억 내지 1조 유로 규모까지 늘리려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신재정협약에 따라 오는 7월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출범하면 유럽의 재정위기가 점차 탈출구를 찾아갈 여지가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트로이카의 구제금융과 각국 정부의 긴축만으로는 재정위기를 완전히 타개하고 더 나아가 실물경제의 성장둔화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지난 1월 계획된 국채발행을 순조로이 마치긴 했으나 향후 3개월 내 대규모 국채 만기가 다시 도래할 예정이어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GDP 대비 정부부채 107%, 재정적자 6%의 가계와 기업부채가 많고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포르투갈은 별다른 타개책이 없어 긴축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탈리아, 스페인의 대규모 국채만기도래,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긴축목표 달성 불확실성 등 PIIGS 국가들의 위기상황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 등의 일시적 유동성 공급조치만으로는 재정위기 해결의 근본적인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재정위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긴축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성장과 고용창출을 통해 민간의 소득이 늘고 소비여력이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유럽 실물경기는 최근 한두 달간의 일부 지표 호조만으로는 아직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비록 신재정협약을 통해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한 정책공조에 합의했다고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선언일 뿐 성장과 경기회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지난한 정책공조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유럽경기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유럽 정치지형도의 변화 가능성이다. 올해 유럽은 선거의 해다. 이미 지난 해부터 정권이 교체되는 나라가 많다. 유로존 내에서만 지난 해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독일과 프랑스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패하는 등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른 새로운 불확실성이 대두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짐을 의미한다. 올해 4월에 있을 프랑스 대선과 내년 독일 총선 등은 유럽 재정위기와 더불어 유로존, 유럽연합 자체의 명운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를 앞둔 각국 정치권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근시안적이고 자국 이기주의적 정책으로 기존 정책공조를 무너뜨릴 경우 유로존은 물론 유럽연합 자체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올 것이다. 최근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야당 후보자에 뒤지자 나온 독일 총리의 프랑스 방송출연 등 선거지원은 유로존을 이끌고 있는 양국 지도자가 기존에 합의해 놓은 정책공조의 틀을 지켜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상반기 유럽경기는 Mild Recession 예상

일부 금융 및 실물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책 리스크 및 기타 구조적인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유럽 경제는 경기회복에 상당한 시간을 요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채무상환 불능, 저성장 등 근본적인 위험요인들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유럽재정안정기금과 유럽안정화기구, 유럽중앙은행 등의 재원확충 등 방화벽 구축도 국가간 갈등으로 이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 유럽국가들 간 역내 불균형 문제를 해소시켜야 되나 현재로선 단기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성장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저성장과 채무상환불능의 악순환이 나타나면 추가적인 신용등급 강등과 맞물려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됨은 물론 장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올해 유럽경제는 약한 수준의 경기침체(Mild Recession)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로존의 경우 올해 성장은 침체와 저성장을 반복하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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