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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산업혁명' 脫탄소 경쟁 뛰어든 철강업계 … 전세계 古鐵전쟁 시작됐다
'21세기판 산업혁명' 脫탄소 경쟁 뛰어든 철강업계 … 전세계 古鐵전쟁 시작됐다
  • 김경식 고철연구소장 · 前현대제철 전무
  • 승인 2021.07.06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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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주년 특별칼럼]

ESG 경영평가 핵심은 탄소중립
세계 각국 기업 탄소감축戰 사활
철강업 脫탈소 세 가지 키워드는
古鐵, 수소환원제철, 깨끗한 전기
수소환원제철 등 경쟁에서 뒤처져  
저급 고철 업그레이드化 추진을


환경이슈가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의 하나로 세계 철강사들이 탄소중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철강업에서 탄소중립(Carbon Neutral) 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철강 자체로 탈탄소(Decarburization)를 해야 하고, 또 하나는 그 과정에 들어가는 전력에너지의 탈 탄소다. 철강 제조과정은 많은 전력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관계로 철강 분야에서 실질적인 탈 탄소가 이뤄지려면 전력에너지 분야에서도 반드시 탈 탄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철강업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전체의 19.2%인 1억2,100만 톤에 달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철강 제조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 날 철을 생산하는 방법은 용광로 공법과 전기로 공법 등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용광로 공법에 대해 알아보자. 철과 산소의 화합물인 철광석(Fe2O3)을 용광로에서 녹이기 위해서는 열원(熱源)이 필요하다. 이 때 열원은 석탄을 구운 코크스(C)로 석탄을 구울 때 산소(O)를 얻어 일산화탄소(CO)가 된다.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를 같이 넣고 불을 붙이면 코크스의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의 산소(O3)를 가져옴으로써 철(Fe)을 남기고 이산화탄소(CO2)가 발생된다. 코크스가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환원제(산소를 잃는 반응)라고 하는데, 이때 불안정한 일산화탄소가 안정한 이산화탄소로 전환되기 때문에 반응열이 매우 높고 전체 산화철의 환원 반응이 쉽게 일어난다. 코크스가 훌륭한 열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철을 생산하는데 코크스를 능가하는 열원은 없다. 하지만 이 코크스가 오늘 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었고 철강산업에서의 탈 탄소는 이 코크스를 대체하는 열원을 찾는 것이다.

철을 생산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전기로 공법이다. 용광로 공법이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전기로는 고철을 원료로 사용한다. 전기로에 고철을 넣고 탄소봉(전극)을 투입해 전기를 흘려 보내면 탄소봉과 고철 사이에 전기가 통하면서 열이 발생하고, 이 열에 의해 고철이 쇳물로 변하게 된다. 전기로 공법의 장점은 제조과정에 석탄을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 발생이 용광로 공법의 20% 수준(엄밀히 말하면 이 20%는 원료 요인이 아니라 전기에너지 몫이다)에 불과하고, 에너지 소요량도 30% 정도라는 점이다. 단점은 고철 속에 합금철, 구리 등이 포함되어 있어 자동차 강판 같은 최고급 제품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전세계 철강 생산량 18억 7천만톤 가운데 용광로 공법이 71.9%인 13억 4천만톤, 전기로 공법이 27.7%인 5억 2,400만톤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용광로 공법이 68.2%인 4,900만 톤, 전기로 공법이 31.8%인 2,300만 톤이다.

 

◇ 脫탄소 세 가지 키워드 고철, 수소, 클린전기

철강산업에서 탈 탄소(Net-zero)로 가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고철 사용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탈 탄소라기 보다 저 탄소 공법이다. 고철 사용량을 늘리는 길은 앞서 소개한 전기로 공법 확대와 용광로에서의 고철 투입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지금도 용광로에는 내부 온도조절이나 원가절감 목적으로 약 10% 정도의 고철을 투입하고 있다. 만약 극단적으로 용광로 쇳물 50%를 고철 투입으로 대체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총 12기(포항제철소 4기, 광양제철소 5기, 당진제철소 3기. 연산 약 450만 톤/기)의 용광로가 있는데, 이렇게 할 경우 우선 고철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이 고철을 ‘국가 자원화’ 하고 있다. 전세계 철강생산량 18억 7천만톤의 절반 이상인 10억톤을 생산하는 중국이 2025년까지 전기로 비중을 현재 10.4%(1억4천만톤)에서 20%까지 늘리고 조강생산대비 철스크랩 소비량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당분간 필요한 고철을 수입해야 하는데 각국의 수출입 규제가 이미 시작되었다. 유럽 일부 국가는 고철 수출 중단을 발표했고, 중국은 오래 전부터 수출관세 40%를 부과하는 반면 최근 수입관세 2%를 폐지했다. 러시아는 수시로 수출을 제한해왔는데 최근 수출관세를 톤당 15유로에서 45유로로 200% 인상했다.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UAE)도 작년 잠정적으로 수출 중단을 발표했으며 중남미 국가들도 자국 정부에 수출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또한 수출관세 15%를 부과했다. 한편 이탈리아 등 전기로 설비 선진국들은 고철을 사용하는 전기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기로 1기당 용량을 현재 연산 120만 톤 수준에서 300만톤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고철 수요량은 크게 증대될 것이다. 전 세계적인 고철 확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두 번째 방법은 철강산업 탈 탄소의 궁극적 목표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이다. 이 공법은 환원제로 석탄 대신에 수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아직 전세계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다. 수소만 사용해서 철광석을 환원할 수 있다면 환원제 역할을 하는 코크스가 필요 없고 코크스가 필요 없으니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는 용광로도 필요 없게 된다. 그야말로 철강 생산의 패러다임과 프로세스의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공법이 어려운 점은 코크스의 경우 환원제 역할을 하면서 발열반응이 일어나는데 반해 수소환원 공법은 공정에서 흡열반응(온도 저하)이 일어나는 관계로 외부에서 추가적인 열을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열을 공급해주는 가장 좋은 수단이 전기다. 문제는 이 전기를 화석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고 얼마나 필요한지도 아직 미지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공법에서 필요한 수소를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 전기를 사용한 전기분해로 얻은 ‘그린수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설사 확보한다 해도 얼마나 경쟁력 있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본의 경우 2017년 일본에서 거래되는 수소 량이 약 200만 톤인데 2019년 일본 철강생산량 7,500만톤에 필요한 수소 량은 약 670만 톤이고, 수소 가격은 현재보다 10분의 1인 1Nm3당 8엔이 되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일본 정부의 2050년 수소 확보 목표량은 1,000만 톤이다.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선진국 철강업체들은 이미 수소환원제철소 설비투자에 들어갔다. 

탈 탄소 철강기술과 관련해 미국 보스턴 메탈(Boston Metal)이 추진하고 있는 ‘용융 산화물 전기분해(molten oxide electrolysis)’도 새로운 기술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법은 코크스와 함께 철을 용광로에서 녹이는 대신, 액체 산화철과 다른 성분들로 만들어진 혼합물에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산화철은 분리되어 철과 부산물인 산소만 남게 되고 이산화탄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공법도 필요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진정한 탈 탄소 철강이 되는 것이다. 아직 가능성은 입증되지 않았으나 지난 1월 5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에는 BMW그룹도 6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빌 게이츠 재단도 이 기술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 방법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의 중간 단계로 현 공법 하에서 저탄소 방법을 찾는 것이다. 현행 용광로 공법에서는 쇳물 성분을 조절하는 단계에서 나오는 부생가스(COG, Coke Oven Gas)에 함유된 수소를 모두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10~15% 감축할 수 있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 수소를 추출해 활용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중이다. 일본의 경우 Course-50 이라는 장기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30% 저감을 목표로 10%는 자체 부생가스의 수소를 활용하고 나머지 20%는 외부에서 공급받은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범EU 차원에서는 이산화탄소 50% 저감을 목표로 ULCOS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 SSAB사는 HYBRIT 프로젝트 파일럿 단계를 수행 중인데 이 기술은 환원용 수소가스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 2045년까지 이산화탄소 90% 이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강 설비엔지니어링 업체인 Primetals은 HYFOR(Hydrogen-Based Fine ORE Reduction) 공정을 제안하고 오스트리아 VAS사에 파일럿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에 함유된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과 철광석 가루를 사용하는 공법(Midrex&HYL, FINEX)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광석 환원 시 수소 투입량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데 필요한 수소와 환원반응에 필요한 충분한 열을 이산화탄소 없는 신재생에너지로 해야 한다는 점이 고민이다.

◇ 18세기 英산업혁명의 교훈

철강업에서 저 탄소, 탈 탄소 방법들 중 경쟁국에 비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고철도, 신재생에너지도 부족하고 그린수소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왜 영국에서 일어난 것일까? 영국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시장에서의 경쟁, 기업의 이윤추구 등 산업혁명의 경제적 사회적 토양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 영국 의회와 정부는 이미 1624년에 특허제도를 도입하고, 상업(무역)이 국내 제조업과 긴밀히 연결되도록 기술혁신을 장려했다. 석탄 유통에 필요한 교통망을 구축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누구나 가지고 있던 석탄을 영국이 가장 먼저 돌덩어리가 아니라 값싼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귀중한 ‘흑진주’가 되도록 했다. 또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시장에서의 경쟁 여건은 현장 기술자들의 다양한 모험적 시도를 불러일으켰다.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된 코크스와 증기기관 발명도 과학적 이론이 있어서가 아니라 현장 기술자들의 모험적인 시도에서 발명되었다.

철강산업에서의 탈 탄소 방안은 분명 있지만 문제는 어떻게 하면 경쟁국들 보다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느냐다. 첫 번째 방법인 고철 사용량을 늘리는 것은 단기적으로 용이한 방법이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기에 벌써 고철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 선진국인 미국, 일본, 유럽은 고철이 풍부해 수출을 해왔으나 이제 이들도 자국 내 고철 사용량을 늘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철 자급률이 80% 수준인데 올들어 중국 등으로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99%(5월 누계기준) 급증했다. 앞으로 중국, 인도 등이 적극적인 수입정책을 펼칠 경우 파동은 불가피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선제공격 하게 된 결정적 요인도 미국이 전략물자인 고철과 석유의 대일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의 중국 침략을 비난하면서 일본의 무기 생산을 중단시키고자 자원을 고갈시켰다. 이는 일제 시대 때 우리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쇠붙이를 수거해 간 배경이기도 했다. 고철 대체재인 직접환원철(DRI)을 확보하는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것은 한 기업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투자 규모이다.

두 번째 방법인 수소환원제철의 경우도 우리는 늦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기술도 기술이지만 수소 생산에 필요한 깨끗한 전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과 같이 중단기적으로 적극 추진해야할 방법인데, 기존 화석연료에 함유된 수소를 분리·활용하는 수준으로는 경쟁국들과의 차별화된 경쟁요소가 될 수 없다.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그들을 능가할 수 없다. 이미 고철 재활용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며, 추가로 공급해야 할 수소를 만드는 깨끗한 전기 또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쟁국 보다 앞서기 위해 고철 자원 확보 및 가격 급등 대처, 저급원료 활용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철강제품 품질기술 확보, 이산화탄소 발생제로 목표 달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해야 일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 산업부문별로 E, S, G가 각각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Environmental)을 위해 지배구조(Governance)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Social)을 위해 지배구조(G)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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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관성 2021-07-06 10:24:57
철원(鐵原)에 대한 깊은 지식에 감사 드립니다..지구에 존재하는 석탄과 오일을 채굴하는 것는 몇천만년의 지구 역사와 환경을 몰살하는 살인 행위와 똑같습니다..성경 말씀에 인류는 처음에 홍수(빙하기)로 파멸되고 나중에는 불(기후온난화)로 멸종된다고 하였습니다**탄소와 비닐,에어컨 가스 등 지구는 지금부터 생산과 재활용 1:1 종량제를 실시 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