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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車 수송능력 최대 40% 줄고 상당수 기사들 낼모레 70세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나
방통車 수송능력 최대 40% 줄고 상당수 기사들 낼모레 70세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나
  • 윤연순 기자
  • 승인 2021.03.23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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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鐵의 발 무뎌진다 

방통車 수 최대 40% 줄어들어
매물피크 때마다 배차難 악순환
일 고되고 수익성 갈수록 떨어져
젊은 기사 떠나고 고령화 가속화
안전사고 우려에 물류대란 가능성

금년 1월 첫 주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스크랩가격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3월 둘째 주, 2개월 만에 연고점에 다시 복귀했다. 직후 단기고점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정작 쇄도하는 중소상들의 납품요청에 대상(大商) 영업사원들은 한결 같이 ‘차(車)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말로 차(車·방통차)가 모자란지, 스크랩워치가 전국 권역별 주요 방통차전문운수회사 12곳의 가용 운행대수(운송능력)를 파악했더니 사실로 나타났다. 3월 현재 운수회사 12곳의 방통차 수는 총 284대로 3년 전(383대)보다 99대, 26% 감축됐다. 운수회사별로 운행대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12개사 합계 492대)와 비교하면 208대, 42% 줄었다.

 

스크랩워치가 전국 지역별 주요 방통차전문 운수회사의 운행능력(차량보유 수)을 조사한 결과 3년 전보다 20%, 10년래 최대 능력대비 40% 각각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인력의 유입없이 방통차 기사들의 고령화도 빨라져 상당수 운수회사의 평균 연령대가 60세를 넘는다.
스크랩워치가 전국 지역별 주요 방통차전문 운수회사의 운행능력(차량보유 수)을 조사한 결과 3년 전보다 26%, 10년래 최대 능력대비 42% 각각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인력의 유입없이 방통차 기사들의 고령화도 빨라져 상당수 운수회사의 평균 연령대가 60세를 넘는다.

◇ 수익 일감 줄면서 편차는 켜져  

업계에서는 방통차가 어느 날 갑자기 구조조정 된 게 아니라고 한다. 서서히 쇠퇴단계를 밟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통차가 줄어드는 이유는 한 마디로 일은 고되고 수익은 나빠졌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지금의 운반비는 거의 변동이 없다고 한다. 그 사이 시장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물동량은 가장 최근 최대치였던 2013년의 월평균 151만톤(제강사 시중 물동량 입고기준·추정)에서 2020년에는 월평균 134만톤으로 17만톤 줄었다. 25톤 방통차 기준으로 매달 6,800대 분량의 일감이 사라진 것이다. 

물건을 내는 패턴도 달라졌다. 철스크랩은 구리 원유 철광석 같은 원자재상품에 속해 그 특성상 가격변동성이 커지고 등락주기는 빨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의 고철시장에서 1세대들이 배웠던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사명의식은 사라지고, 세대교체와 함께 타이밍의 비즈니스로 인식이 바뀌었다. 
  
물동량이 몰릴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극명하게 갈려 방통차 기사들이 ‘공’치는 날이 많아졌다. 물동량이 몰릴 때조차 ‘공’ 치는 날을 보전할 정도로 일을 많이 하지도 못한다. 차량들이 북새통을 이루다 보니 하화가 지연되며 대기시간만 늘어지기 일쑤였다. 차를 재우고 퇴근했다가 다음날 납품한다는 의미에서 ‘1박 2일 납품’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결국 방통차 해보겠다는 젊은 기사들은 없고 중도에 그만 두는 기사들만 생겨 방통차 수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일부 기사들은 운반비를 낮춰서 라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물류회사를 떠나 중대상의 지입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방통차 기사들의 노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충청권과 영남권 등 복수의 운수회사에 따르면 소속 방통차 기사들의 평균 연령대는 60대를 넘었으며 70대 ‘할아버지’ 기사들도 흔해 지고 있다. 한 운수회사 대표는 “젊은 기사들은 떠나고 신규 유입 없이 10년, 20년전부터 천직으로 삼은 기사들만 남은 결과”라고 했다. 방통차 기사 고령화 문제는 안전과 직결돼 안전관리지침이 강화된 대기업의 제강사 중심으로 대안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단기고점 빨라져 … 일주일이면 40억 증발?

물 들어 올 때 노를 젓지 못하는 것처럼, 매물이 터졌을 때 방통차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학습효과가 생겨난다. 한차라도 먼저 실어 내려면 단기고점보다 반박자는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상인들이 똑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빨리 움직이게 된다. 실제로 올들어 2번의 단기고점 시황에서는 글로벌 시장보다 한국의 상승국면기간이 각각 3주, 1주씩 짧았다. 상승국면 진입은 해외보다 1주, 3주 늦고 하락국면전환은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10년래 최대 상승장이 시작됐던 2020년 10월 셋째 주, 터키와 일본이 막 상승국면에 들어간 반면 국내는 11월 1주에야 상승장에 진입해 3주가 늦었다. 반면 터키 일본 시장이 상승국면을 마치고 하락국면에 막 들어간 2021년 1월 셋째 주에는 한국도 동시에 하락장에 진입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터키 일본 시장은 작년 10월 중순 ~ 금년 1월초 사이 저점대비 각각 70%, 69%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에 한국은 43% 상승률에 그쳤다. 전국 제강사 일일 입고량이 평일 기준 5만4천톤(2020년 기준)으로 10원(kg) 오르내림에 따라 5억4천만원이 왔다 간다. 단기고점 시황 땐 입고량이 평소보다 대폭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단기고점이 1주일(5영업일 기준) 앞당겨질 때 30~40억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 방통차 기사 고령화 가속화 

방통차 업계는 방통차 수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다. 몇년 전 일부 물류회사가 물동량이 터질 때 할증 적용하는 ‘피크타임제’ 방안을 시도했다가 소비자인 스크랩기업들의 반발을 샀다. 운반비를 올려줄 봐에야 지입차를 쓰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바쁜 시기가 지나가면 또 다시 ‘을’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도 있었다. 현대제철 등 일부 제강사가 시황에 따라 단가인하 유예제도(실제 단가적용 시점에서 납품상 대상으로 2~3일 적용시점을 늦춰주는 제도)를 시행해 물동량 분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강사의 수익과 관련된 영역이어서 강제할 수 없는 일이다. 

방통차 물류업계는 단체 같은 구심점이 없어 제도나 업무환경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물류회사의 대표는 “방통차 수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어야 (위기감을 느낀 제3자들 혹은 시장 자체적으로)상황이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60~65세 연령대가 많은 방통차 기사들이 70세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일을 할 수 있을지, 곧 닥치게 될 심각한 인력부족난을 산업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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