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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동업자 정신
미래의 동업자 정신
  • 임병직 현대제철 제강원료구매실장·이사
  • 승인 2018.07.13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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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주년 특별칼럼 : 제강·스크랩업계가 나아갈 길]

과거와 다른 복잡한 경영환경 직면한 우리
‘새 술은 새 부대에’ 소통과 협력도 새로워야

우리의 진짜 경쟁상대는 글로벌 시장
과당경쟁으로 시간 힘 낭비하지 말자

혁신 구매정책 만드는 건 제강사의 몫이고
규제 줄이고 투자의욕 높이는 건 정부역할
스크랩업계가 끊임없이 건의하고 소통해야

골은 공간 찌르는 質 좋은 패스에서 나오듯
경쟁력 있는 제품은 좋은 원료로부터 나와
미래 위한 동업자 정신 새롭게 무장할 때

최근 제강업계와 스크랩업계는 여러 복잡한 현안과 경영환경의 변화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방향을 잡고 대응해야 할지, 짧은 판단과 눈에 보이는 현실에서는 명쾌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제환경 측면에서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를 한층 강화하고 있고, 국내는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기준정립, 주52시간 근로시간단축 같은 고용노동정책의 소용돌이 속에 기업의 경영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철강수요산업의 경우 전방산업의 침체, 특히 부동산 규제 강화 이후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기반 약화가 하반기 본격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스크랩업계 역시 열악한 작업환경과 만성적인 인력난, 과열된 구매경쟁과 낮은 부가가치에 의한 저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양 업계는 공통적으로 과거와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과거와 달라야 할 것이다. 경영학의 대부(代父) 피터 드러커는 '기존사업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속하는 것은 앉아서 재난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라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로운 방식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상기 경영환경변화와 위기에 맞선 대응방안으로, 우선 스크랩업계는 오로지 단가논리에 치우친, 낡은 경영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크랩업계가 상호 과당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 글로벌 스크랩기업들은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로 다가오고 있다.

그들과 싸우려면 안정된 품질과 선진화된 공급시스템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혁신적인 경영시스템까지 힘을 쏟을 때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과당경쟁으로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써야 할 때이다.

특히, 미래를 위한 혁신 구매정책과 관련법 제정은 제강업계와 정부 주무부처를 통해 개선되고 보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건의하고 의사소통을 해주었으면 한다. 해외 선진 스크랩기업들은 요즘 날로 증가하는 야드발생 폐기물과 그 처리비용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제철이 공급협력사 하치장의 더스트를 처리·지원해 주는 것은, 더스트의 재유통을 원천적으로 막고 처리비용과 수고를 함께 분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 우리의 상대는 글로벌시장...과당경쟁으로 시간 힘 낭비하지 말아야

다음으로 제강업계는, 스크랩업계와 신뢰를 쌓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강사의 철저한 수급안정정책으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강사의 수급불안정은 스크랩 본연의 가치가 아닌 가격의 거품을 만들기도 하고, 스크랩회사들이 사업이 아닌 투기를 하게끔 현혹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는 스크랩업계가 사업을 영위 발전시키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준비를 하는 대신 한탕주의를 부추김으로써 지극히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게끔 본의 아니게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스크랩 시장을 원칙과 신뢰가 없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제강업계와 스크랩업계가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제강업계 스스로가 이 같은 시장상황을 만들고 있음을 인지하고 반성해야 하며, 스크랩 수급안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근본적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

제강업계가 국내 스크랩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적인 가격변동정책만으로 스크랩을 구매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양업계의 신뢰구축은 허상 일 뿐이며 제강업계 입장에서도 미래에 비옥한 토양이 아닌 척박한 사막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환경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강업계는 고부가·고기능 제품개발과 판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국산 스크랩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유효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 質 좋은 패스가 골로 연결되듯 좋은 원료가 경쟁력 있는 제품 만들어

좋은 제품은 좋은 원료에서 나온다. 제강업계는 제품을 잘 만들어 잘 파는 것 만큼이나 스크랩산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성장하고 철강산업의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스크랩업계는 스크랩을 수집·가공하고 공급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제강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토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겠다.

세계를 흔드는 월드컵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동료선수가 서 있는 발 앞으로 의미 없이 공을 돌리는 것은 상대 팀에게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한다. 상대진영을 향해 뛰어가는 우리 공격수의 진행방향과 속도에 맞춰 질(質) 좋은 공간침투 패스를 할 때 득점 기회가 열리고 골이 터지는 것이다.

스크랩업계가 제강업계에 원료를 공급하는 것은 월드컵에서 우리 편 공격수에게 공을 패스하는 것과 같다. 방향과 속도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승리를 위한 득점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스크랩업계가 질 좋은 스크랩을 제강업계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진정한 동료로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앞으로 더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더 많이 끌어내야 한다. 스크랩업계가 고도화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제강업계는 그것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야 한다.

선진 대형 스크랩기업들은 수집·선별·가공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잔재물의 에너지화까지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스크랩업계가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친투자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것을 위해 제강업계도 힘을 모을 것이다.

2018년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에 따라 철스크랩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것을 ‘마중물’ 삼아 스크랩과 제강업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제도적·산업적 기틀을 정비해야 한다. 제강업계와 스크랩업계가 동업자 정신을 새롭게 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와 진정한 상생을 고민할 때 이 모든 일들이 봇물 터지듯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창간 9주년을 맞는 스크랩워치가 지난 9년간 정보의 볼모지에서 제강과 스크랩업계, 그리고 전후방 관련산업 종사자들에게 스크랩산업의 실상과 나아갈 방향,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해준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스크랩워치는 스크랩산업을 둘러싼 각종 정보를 정제·가공·분석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뉴스로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스크랩산업을 바라보는 창(窓)으로서 진실을 보여주고 관련업계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업계에 꼭 필요한 매체로 계속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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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관성 2018-07-13 11:05:32
스크랩 미래 경영환경과 업계의 동업자 정신에 대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금년 상반기동안 현대의 일본 및 글로벌 스크랩 시장에 대한 노력은 대단 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일부 공장발생 입찰단가에 제강사가 고단가로 대응하면서 전체 시장이 흔들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도록 구매 정책을 펼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