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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로틴·압축기 기술력 보다 유지보수가 중요해요”
“길로틴·압축기 기술력 보다 유지보수가 중요해요”
  • 윤연순 기자
  • 승인 2017.03.0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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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근 유진기계 부장

성호, 국산 길로틴 설치 이유
기계보다 유지보수 더 중요해
기술평준화 수입산 좋다 옛말
작업기준 지키고 관리 잘해야

10년 전 자동차 설계 엔지니어를 꿈꾸던 한 청년은 우연한 기회에 재활용 장비의 설계와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세련되고 화려한 자동차와는 달리 투박하고 덩치 큰 장비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오랜 시간 땀 흘려 정성을 쏟아 완성한 장비를 보며 알 수 없는 매력과 성취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결정적으로 그의 마음을 흔들었던 한 사람. 바로 유진기계 목용운 사장이었다. 그에게서 재활용 장비의 가능성과 비전 무엇보다 수입산이 잠식한 국내 시장을 국산 장비로 모두 바꿔보자는 제안을 받고 재활용 장비 제작에 뛰어들었다.

-유진기계 목용운 사장과의 인연

성호기업 길로틴 설치 현장에서 목용운 사장을 만났다. 나는 길로틴 설계를 맡았었고 목 사장은 설치를 담당했다. 그는 성실했고 기술력도 뛰어났다. 꼼꼼하게 장비를 만졌고 설치하는데도 빈틈이 없었다.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좋은 장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려면 장비만큼 설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하면 무언가 큰일을 낼 수 있을 것같은 확신이 들었다.

-국산화 초석 된 성호기업 1800톤 길로틴

성호기업에서 국산 길로틴을 설치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미쳤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국산 장비를 어떻게 믿고 쓰느냐며 불안한 시선을 보내왔다. 성호기업 손명익 회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국산 길로틴으로 결정을 하고 난 후엔 엔지니어만큼 뛰어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직접 일본을 오가며 일본 기계의 장점을 벤치마킹 했고 좋은 것만 골라 발취해서 제작을 해달라고 제안 했다. 그의 소신은 확고했다. 아무리 좋은 기계도 유지보수가 안되면 소용없다며 국산 장비를 고집했다. 오늘의 성호기업을 만들 낸 손 회장의 안목이 그 때부터 남달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후 유진기계는 600톤급 분철압축기를 연달아 성호기업에 납품했다. 성호기업으로 인해 국산 기술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건 분명하다.

-국산 기술력 일본에 뒤지지 않아

한국 사람의 손기술은 세계가 알아주지 않는가. 가공장비가 도입되기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일본산 장비를 개조하고 모방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순수 국산 기술의 가공장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길로틴이나 압축기를 발주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국산 장비를 선호한다. 한국 실정에 맞춰 튼튼하게 만들고 A/S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진다. 제작사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성능, 가격, 사후관리 측면에서 불편함이 없다. 일본산에 비해 길로틴은 조금 부족함이 있지만 압축기는 나무랄 때 없이 완벽한 성능을 발휘한다.

-좋은 장비 만들려면 좋은 자재 써야

장비가 비싸면 이유가 있다. 좋은 철판과 유압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유진기계는 완성도 높은 장비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길로틴이나 압축기에 독일 렉스로스사 유압부품을 사용했다. 장비의 수명과 성능은 최고였지만 판매가격이 올라가면서 한동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고객사들은 눈앞에 보이는 이득만 생각하지 멀리 보지 못했다. 견적서를 받고 무조건 싼 쪽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아쉽지만 이것 역시 고객의 취향이고 바람이다.

-작업 기준 지키고 사후관리 잘해야

요즘 재활용 가공장비 기술은 평준화 됐다. 기술력도 좋고 경험도 많이 쌓였다. 장비를 고장없이 오래 쓰려면 장비에 맞는 작업 기준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유압유 교체시기를 놓치는가 하면 하루 8시간 돌려야 하는 기계를 12시간씩 돌리다 보면 고장 나는 게 당연하다. 하루 작업 기준 시간을 지키고 유지관리만 잘해도 장비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낸다.

-정직한 기계를 만들자 다짐

유진기계에서 10년을 일했다. 목 사장님은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늘 정직한 기계를 만들자”고 얘기한다. 치열해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초심을 잃지 않고 정성을 다해 장비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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