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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감속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감속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16.06.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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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1990년대 이후 중국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세계경제는 양적, 질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교역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세계경제의 호황을 이끌었고 국가간 분업이 확대되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생산능력이 높아졌다. 중국의 공급이 늘어나는 제조업 부문에서는 가격이 하락하고 중국의 수요가 늘어나는 원자재의 가격은 높아지면서 상대가격 체계도 크게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세계교역 확대로 수출이 성장을 견인했지만 중국의 등장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크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출경합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제품이 우리 제품을 대체하는 경쟁효과가 2000년대 들어 높아졌다.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가 컸던 전기전자 소비재 및 경공업 부문에서 우리수출이 둔화되었다. 과거 일본에서 나타났던 산업싸이클이 우리나라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수평적 분업 확대로 수출의 부가가치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전세계 국가중 교역조건 악화가 가장 심각했는데 이에 따라 실질국민소득이 둔화되면서 성장과 내수경기의 괴리가 컸다.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수익성도 계속 낮아졌다. 우리경제 성장세가 1990년대 7%에서 2000년대 4%대로 낮아지고 소비는 3%대 증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등장이 우리경제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정부가 투자를 유도해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과 소비 부진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세는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이미 중국 고성장기에 나타났던 현상들이 역전되어 나타나고 있다. 세계교역이 위축되고 우리 대중수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중 60% 이상은 중국을 거쳐 제3국에서 수요되는 것으로 추정되어 중국 자체의 수요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감속 성장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것은 우리가 중국을 여전히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소비재 시장에서는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감속성장은 결국 전세계 제조업 수요 및 교역 둔화를 의미한다. 중국 소비 시장 확대 기회와 함께 중국의 비용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의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1. 중국 고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
 

대중 무역의존도 제조업 수출국가 중 최고

향후 세계와 국내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 중 하나로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지적된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평균 10%에 이르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계경제의 초호황기를 이끌어왔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9% 성장을 유지했지만 2012년 이후 7%대, 지난해에는 6%대로 성장세가 낮아지면서 지속적인 감속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1/4 가량이 중국으로 향한다.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우리나라가 전세계 144개 국가 중 12위이다. 우리보다 대중수출이 높은 나라는 몽골, 홍콩 등 사실상 중국에 포함되는 국가들이나 콩고, 예맨 등 아프리카국, 그리고 호주 등이다. 이는 중국의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기 때문인데 제조업 중심 수출국가들만 보면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일본, 싱가포르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20% 미만의 비중에 그친다.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도 2015년 기준 3.2%를 차지해 홍콩을 경유하지 않은 대중 직접투자 기준으로 볼 때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다 보니 중국경제에 부정적인 소식이 들릴 때마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도 같이 높아진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중국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될 때 우리나라가 칠레와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충격이 클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의 GDP가 2020년까지 누적으로 9.6%p 떨어질 때 우리나라는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성장률이 6.8%p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IMF 역시 한국이 교역뿐 아니라 금융거래 측면에서도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때 기업경기나 주가의 변화가 가장 심한 나라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중국의 성장률이나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부정적인 소식들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 금융시장은 주요국 중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중국경제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의 수출비중이나 해외생산 비중 등 단순한 지표만으로 모두 설명될 수는 없다. 우선 중국의 성장이 낮아진 원인은 중국 내부적인 변화에 의한 것만이 아니다.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가 중국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우리제품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이러한 영향을 모두 중국성장 둔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중 상당부분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요된다. 우리의 대중수출이 줄어드는 이유는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최종수요가 줄어드는 측면도 크다는 것이다.

빠른 임금 및 지가 상승 등으로 중국이 누려왔던 가격경쟁력 메리트가 줄어드는 점도 중국의 성장저하 요인이다. 이 부분은 우리제품이 그동안 중국제품에 잠식당하던 효과를 축소시켜 오히려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수출 주도 성장에서 소비주도형 성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우리 제품을 대체하는 효과를 떨어뜨리고 중국 자체의 수요가 늘어나는 보완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중국의 빠른 성장 시기에 우리 경제에 나타났던 변화들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중국의 성장이 둔화될 때의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중국 고성장기에 나타났던 효과들이 상당 부분 반대방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은 2000년대 수출주도 성장 가속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성장의 시동을 걸었다.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농업 등 1차산업에서 제조업으로 생산요소들이 이동하면서 노동생산성이 높아졌고 개방을 통한 해외기업 유치로 선진기술을 빠르게 습득했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주로 투자와 소비 등 내수부문이 중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확대되었고 점차 수출비중이 높아지면서 1990년대 이후 수출주도형 경제로 변모했다.

저렴한 노동력과 대규모 자본을 이용한 저가격 제품의 공급을 빠르게 늘리면서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초 1% 내외에서 꾸준히 높아져서 1991년에는 우리나라를 따라잡았다. 특히 2000년대 WTO 가입으로 생산쿼터가 제거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가속적으로 높아져 2010년에는 10%를 넘어섰으며 2015년 현재 13.8%에 이르고 있다. 중국경제 성장에서 수출의 기여도는 2000년대 호황기 중 소비와 투자의 기여도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의 수출의존도가 높았다.

글로벌 생산능력, 중국에 집중

2000년대 중국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세계경제는 양적, 질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맞게 되었다. 중국은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해 저가의 소비재를 제공하면서 선진국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을 높였고 이에 따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교역흐름이 확대되었다. 중국 고성장에 대한 기대로 투자가 집중되면서 중국은 소비재에서 자본재 및 중간재로 수출구성을 바꾸어갔다. 중국의 노동력이 대규모 자본 및 선진국 기술과 결합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고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국가들도 생산코스트를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생산성 상승흐름이 확산된 것이 세계경제가 고성장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이었다.

중국의 등장으로 세계무역과 GDP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방식과 산업구조 및 가격구조 역시 변화했다. 글로벌 분업이 확대되어 수요를 해외생산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세계GDP 대비 교역 비중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15%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0년대 24% 수준까지 급등한 바 있다. 세계경제 성장에서 수출증가에 의한 기여율은 1990년대부터 급등해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50%를 넘었다.

제조업 교역이 생산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생산능력 역시 빠르게 확충되었다. 전세계 투자증가율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2.2% 수준으로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했으나 1990년대 3.1%로 높아졌고 2000년대에는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평균 4.3%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생산지 및 미래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해외직접투자가 집중되었고 중국은 세계경제의 공장역할을 하게 되었다.

중국과 상품구조 유사할수록 교역조건 악화

세계교역과 투자, 생산의 증가는 우리나라와 같은 제조업 수출국들에게 유리한 변화이지만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의 변화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변화는 중국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세계적인 상대가격 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중국이 낮은 가격의 제품을 생산해 공급을 늘린 부분에서는 경쟁이 확대되면서 가격하락 압력이 커졌다. 중국의 저가제품 비중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제품가격 하향압력을 받았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내구재 및 의류 등 준내구재의 가격이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는데 중국 제품의 점유율 확대가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제 원자재가격은 빠르게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철강, 비철금속 등 산업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으며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2005년경부터 높은 증가세를 보였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10% 고성장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제조업 제품 가격의 약세, 원자재 가격의 강세로 인해 세계적으로 교역조건 변화가 뚜렷했다. 중국과 경쟁하는 제조업 부문의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된 반면 이들 제품을 수입하는 선진국들은 수입가격 하락으로 실질적인 소득 증대효과를 누렸다. 홍콩, 한국, 태국이 교역조건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은 원자재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한 바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중동이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 원자재 수출국가들의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되었다.

대중수출 급증했으나 시장잠식 효과도 높아

중국의 고성장이 우리 수출에 미친 영향은 중국과 세계경제의 수요가 늘면서 우리 수출이 늘어나는 성장효과와 중국제품이 우리제품을 대체함으로써 우리 수출이 줄어드는 경쟁효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들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성장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 컸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수출금액은 1990년 5.8억달러에서 2010년 1,168억달러로 연평균 30%씩 급성장했다. 우리 수출 증가분의 1/3 가량이 중국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대중수출이 전체 수출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섬유의복, 석유제품, 임가공품, 화학제품 등이 연평균 30% 이상 급증하면서 대중수출을 이끌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전기전자, 수송기기, 기계류 등의 수출이 빠르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1990년 2.9%에서 2005년 11.8%까지 높아졌으며 이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이외에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거대개도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로의 수출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는데 여기에는 중국효과로 이들 국가의 시장규모가 확대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다만 중국이 우리시장을 잠식한 데 따른 부정적 효과도 상당부분 존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중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평균적인 수출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우리제품의 점유율이 1990년대에는 지속적으로 높아졌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에는 우리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진 국가가 많지 않았으나 2000년대에는 미국과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과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에서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야 중국의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기존에 시장점유율이 낮아졌던 국가들에서 다시 우리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국가별 영향을 분석한 연구들에서는 우리나라가 긍정적인 수혜를 본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까지만해도 중국은 기술수준이 낮고 노동집약적인 소비재 부문의 수출에 집중하면서 아시아 저소득국가의 수출을 대체하는 효과가 컸다. 우리나라 역시 섬유류나 생활용품 등 경공업 부문의 수출이 빠른 속도로 잠식당했지만 전기전자, 화학, 철강, 정유 등 중화학제품 수출이 크게 늘어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이 우리제품을 대체하는 효과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자본재와 중간재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와 수출구조가 흡사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출상품 구성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나타내는 수출경합도 지수는 1990년 이후 꾸준히 높아져서 2010년에는 우리나라가 홍콩 및 이탈리아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중국과 경합도가 높았다.

실제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과 우리의 점유율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2000년대 중국의 세계수입시장 점유율 상승폭이 컸던 TV, 컴퓨터, 가전 등 전기전자 소비재 부문이나 의류 및 신발, 생활용품 등 경공업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큰 폭의 시장점유율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표 1> 참조). 반면 중국의 시장확대가 상대적으로 빠르지 않았던 자동차, 기계장비, 석유 및 화학제품 등은 2000년대 꾸준한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 물론 선박이나 통신기기 등 두 나라의 점유율이 같이 상승한 제품도 있었지만 SITC4단위 분류로 볼 때 중국의 시장점유율 변화와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 변화는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즉 중국의 점유율이 더 크게 높아지는 상품일수록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축소

200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교역규모가 확대되었지만 동일한 규모의 수출이 각국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효과는 줄어들었다. 국가간 수평적 분업관계가 확산되어 제조업 제품 생산 공정이 세계 각국으로 나뉘어서 진행되면서 동일한 양의 수출을 하는 데 있어서 수입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출 한 단위당 자국 내 부가가치 창출의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해외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비중이 높아졌다. OECD의 국제산업연관표 분석에 따르면 수출 한 단위당 부가가치가 해외로 유출되는 비중이 2000년 21.3%에서 2011년에는 24.2%로 높아졌다. 전세계 평균적으로 볼 때 수출제품의 1/4는 해외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부가가치가 해외로 유출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았으며 비중이 확대되는 속도도 빨랐다. 해외부가가치 유출비중은 2000년 29.7%를 기록했는데 2011년 41.6%로 높아졌다. 우리 수출의 40% 이상은 사실상 해외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듈 형태의 반제품 교역이 크게 늘어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비용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출의 양적인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국제분업의 확대로 수출 1단위당 부가가치 창출 비중이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출이 우리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수출증가율 수치로 표시된 것보다는 적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및 동유럽 공업국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11년 대비 2000년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의 해외유출 비중이 12%p 높아졌는데 이는 인도, 터키에 이어 주요 60개국 중 세 번째로 빠른 속도였다. 그밖에 대만, 태국, 체크, 불가리아 등 제조업 중심의 개도국들 역시 유사한 경험을 했다. 국제분업의 확대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제품의 공정단계가 많은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일수록 부가가치 유출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 및 독일 등 제조업 강국이 해외유출 확대 속도가 빨랐으나 미국, 영국 등은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러시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자원수출의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해외유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교역조건 악화는 소비에 부정적 영향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은 2000년에 비해 43% 가량 악화되었다. 전세계 200여개국가들 중에서 교역조건이 가장 크게 나빠진 것이다.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아 수입부담이 커진 데다 주력제품인 전기전자 부문에서 생산성 상승 및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가격하락이 심했기 때문이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동일한 양의 수출과 수입을 했을 때 금액측면에서는 수익이 크게 줄어들게 되어 국가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2000년대 우리경제는 성장에 비해 소비활력이 떨어지면서 만성적인 내수부진에 시달린 바 있는데 여기에는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소득 증가가 미진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00년대 금융위기 이전까지 우리 경제의 평균성장률은 4.2%를 기록했지만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3.6%에 머물렀으며 민간소비 역시 3%대 초반의 낮은 성장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교역조건 악화가 심했던 싱가포르,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와 함께 중국에 섬유, 의류, 완구, 조립가전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점유율을 빼앗긴 점 역시 제조업 고용을 둔화시킴으로써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0년대 제조업 부문에서는 성장에도 불구하고 취업자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구조가 빠르게 바뀐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의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반대로 중국에서 자본집약적 산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2010년대 이후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과의 경쟁 확대는 가계소득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중반 세계호황기에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높은 수익성을 보였지만 우리나라나 중국 등의 신흥국 기업들은 매출 대비 수익성이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낸 바 있다. 유사한 산업부문에서의 경쟁이 개도국기업간에 치열하게 이루어진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자재 수입부담이 높은 점 역시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자본투입 둔화가 경제성장 저하 요인

중국의 등장이 우리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을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수출의 양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다소 높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경제성장이나 국민소득 및 소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효과가 플러스였는지 혹은 마이너스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IMF 외환위기 이전 7%에서 4%대로 급격하게 낮아진 바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투입이 둔화되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축소로 생산성 상승률도 높아지지 못했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자본투입 증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0년대 경제성장률의 요인을 생산요소의 투입 측면에서 분해해보면 자본투입 둔화에 따른 기여도가 2%p에 이른다. 중국이 장치산업의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소비재 생산국에서 자본재 생산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국내적으로도 자본투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장치산업의 생산이 상당수 중국으로 옮겨간 데 따른 영향도 컸다. 더욱이 소비증가율은 3%대까지 더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생활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등장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중국의 감속성장 이후의 국내경제 변화
 

중국 감속성장 불가피

중국이 다시 수출주도의 고성장을 재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의류, 완구, 신발 등 주력 경공업 제품과 TV, 가전 등 조립소비재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점유율이 이미 많이 높아져 있어서 추가적인 확대가 쉽지 않았던 데다 임금, 지가 등 생산비 상승으로 과거처럼 저렴한 가격에 수출을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공업 부문에서는 중남미 국가들이, 소비가전 부문에서는 아시아 개도국들이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2012년 이후 한자리 수 증가세로 낮아졌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성장을 이끌었던 원동력인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공장 역할도 점점 어려워지면서 해외수요에 기반한 투자확대도 여의치 않다. 결국 자국민의 소비확대가 성장을 이끌어가는 최종수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의 소비가 그동안 수출이 해왔던 것처럼 빠르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00년대 글로벌 위기 이전까지 중국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5.4%p를 기록해 수요 증가의 절반 이상을 이끌었다. 반면 2010년대 들어 중국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3.3%p 수준에 머물고 있다(<그림 3> 참조). 소비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현재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및 부동산 관련 투자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종수요인 수출이나 소비가 잘 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확대를 통해 생산능력만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이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확대가 예상만큼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투자를 통해 기대했던 수익이 창출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결국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지방정부나 공기업의 부실 및 부채확대, 그리고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의 속도를 낮추고 과잉공급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가서 중국경제는 급격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6%대 성장이 지속되는 완만한 감속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부채확대 등 부작용이 커진다면 성장의 속도를 더 빠르게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중수출의 60% 이상은 제3국에서 수요

중국의 감속성장에 따른 국내경제 영향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고성장기에 나타났던 흐름들이 상당부분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세계교역물량 증가율은 2.9%에 머물러 세계경제 성장률 3.3%를 밑돌았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더 크게 위축되어 2012년 24.6%를 기록했던 세계GDP 대비 교역 비중이 지난해 22.5%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글로벌 임밸런스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아졌던 세계경제의 교역의존도가 다시 하향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교역이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은 3년째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수출도 지난해부터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수출주도형 성장에 익숙해진 우리경제는 수출의 활력이 떨어지자 내수부문에서 성장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대 중반까지 낮아졌으며 올해도 다시 높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26%에 달한다. 중국의 성장이 1%p 낮아질 때 우리 수출은 0.3%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OECD 국제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부가가치 중에서 중국의 수요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비중은 약 6.2%(2011년 기준)에 달하는데 이를 적용해보면 중국의 성장이 1% 낮아질 때 우리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0.06%로 나타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이나 우려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소폭에 그친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중에서 상당부분은 중국을 통해 제3국으로 다시 수출된다. OECD의 국제산업 연관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중에서 중국의 자국내 소비에 사용되는 비중은 16.8%, 투자에 사용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하며 나머지 63%는 중간재 수출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는 80% 가량이 해외로 수출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를 고려할 때 대중수출의 절반 정도는 해외로 다시 수출되고 20%는 중국 소비에, 약 30% 가량이 중국의 투자에 사용되는 셈이다. 그런데 투자는 중국의 최종수요로 집계되지만 사실상 상당부분은 수출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를 고려할 때 대중수출의 60% 이상은 사실상 중국을 거쳐 해외에서 소비된다고 볼 수 있다.

실질소득 증가하고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상승

수출은 심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긍정적인 흐름도 존재한다. 중국 수요감소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교역조건은 2012년 이후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가급락으로 인해 교역조건이 10% 이상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4년 연속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6%를 넘어서기도 했다. 저유가로 생산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기업수익성 역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측면들은 분명히 소비 등 내수경기에 유리한 요인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은퇴연령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대비 부족으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내수부진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빠른 시장잠식 속도도 둔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최근 수년간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과 미국, 영국 등에서 우리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모습이다(<그림 16> 참조). 전체 수출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압력이 완화되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주도 성장을 위해 중국의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토지가격도 오르면서 중국의 가격경쟁력 우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 소비재 시장 점유율 감소추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충격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우리 대중수출이 중국의 내수보다는 수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이 위축되는 데 따른 충격은 크게 받으면서 내수시장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수혜는 별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가공무역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30% 가량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전체 중간재 수입 중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비중은 1990년 7.2%에서 2010년에는 25.7%로 빠르게 높아졌으며 자본재 비중 역시 1990년 1.3%에서 2010년 15.6%로 늘었다(<그림 17> 참조). 반면 중국의 전체 소비재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보다 2010년이 오히려 더 낮아졌다. 내구재를 현지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요인도 있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기업이나 중국, 대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중국을 소비시장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생산기지로 이용하는 경향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성장저하가 두려운 더 큰 이유는 이것이 사실상 전세계 제조업 수요 및 교역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채위기를 겪은 선진국이 과거처럼 수요를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내수여력이 적은 개도국이 수요를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의 형태도 내구재보다는 헬스케어 등 서비스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당분간 세계교역 부진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동안 대부분의 경기상승 흐름이 수출에 의해 주도되었던 우리경제는 단기간 내에 회복모멘텀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확대에 주력, 중국 소비 시장 기회 살려야

중국의 감속성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중국의 수출이 예전처럼 빠르게 높아질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교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고성장기 역시 당분간 다시 도래하기 어려워졌지만 이는 동시에 중국의 경쟁력 확대속도가 떨어지면서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효율성 제고와 기술개발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에 다시 나서야 할 것이다.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뿐 아니라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도 우리와의 격차를 크게 좁혀 이제 우리나라는 중국과 특정한 산업 전체의 비교우위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중국에 비해 비교우위를 지킬 수 있는 개별 제품들을 많이 발굴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미 시장점유율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산업에서도 중국의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우리가 다시 시장을 되찾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을 생산기지보다는 시장으로서 활용하는 비중을 계속 높여야 할 것이다. 인도, 베트남 등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규제완화 및 투자인프라 확충 등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하여 투자가 국내로 회귀하도록 하는 세계적인 리쇼어링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한류 등 문화적 컨텐츠를 적극 활용하여 중국 소비재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나라가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수서비스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성장의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와 인프라 지원, 제조업 중심으로 고착되어 있는 제도와 사고방식을 바꾸는 노력을 강화해 수출과 함께 내수가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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