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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중국 소비 성장을 이끌 4가지 동력
향후 중국 소비 성장을 이끌 4가지 동력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16.04.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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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보고서]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态)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지출과 서비스업이 경제구조 전환기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면서 투자 조정과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소비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2011년부터 뚜렷이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투자 재원보다는 소비 재원으로 우선 배분되고 있고, 가계가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 소비성향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인데, 이는 라이프사이클 상 소비지출이 집중되는 30대 전반과 40대 후반의 ‘핵심 소비연령대’ 인구 비중의 추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핵심 소비연령대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2020년 이후인데, ▶중국 젊은이들의 결혼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점, ▶왕성한 소비 의욕을 가진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자) 세대의 순차적 핵심 소비연령대 진입, ▶빠르게 진행 중인 도시화, ▶소비금융 인프라 확충, ▶사회보장제도 개선 및 확대적용 등의 추세가 인구구조 상의 가계 소비성향 하락 경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계의 소득분배 몫을 키우는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경제에서 소비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 소비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동력은 ▶유통채널로는 모바일 소비, ▶소비 주체 중에서는 주링허우 세대 ▶소비 대상으로는 서비스 소비, ▶지역적으로는 신1선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같은 소비 생장점들은 중국 소비시장의 성격과 트렌드를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모시켜갈 것으로 보인다.

첫째, 모바일 채널을 통한 O2O 방식의 소비가 전 제품 및 서비스 영역으로 확산되어 향후 중국 소비시장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기본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둘째, 동일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비 대안들이 크게 늘어나고 상품 내용과 평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됨에 따라 브랜드가 발휘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브랜드 로열티가 전반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셋째, 소비 선택에 있어 제품 성능이나 서비스 내용보다는 고객 감성이 갈수록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현지 소비자와 소비시장에 대한 이해에 있어 로컬기업 대비 태생적인 불리함을 안고 있는 외국기업들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외국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사실상의 로컬기업’이 되는 길밖에 없다. 중국 사업조직의 인적 현지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며, 판매영업 단의 밸류체인을 잘게 쪼개어 현지기업들과의 협력을 더욱 늘리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최고의 기술로 구현해내고, 환경과 에너지 이슈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들의 감성을 뒤흔들 수 있도록 ‘건강’과 ‘녹색’ 가치를 제품 속에 잘 녹여내는 등 종합적인 제품력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

1. 2011년부터 중국 소비의 확대 추세 뚜렷
2. 향후 중국 소비 성장의 핵심동력
3. 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 경제의 성장활력이 약해지고 있다. 광공업 전반에 걸친 과잉설비 누적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기업 투자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고 제조업 생산이 뚜렷이 둔화하고 있다. 소비지출과 서비스업 생산이 늘면서 근근이 경기를 방어하고 있으나, 전체 경기의 하강 추세를 돌리기엔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그림 1>과 <그림 2> 참고).

지난 4년간 성장 둔화가 이어지면서 중국 경제의 문제는 이제 단순한 경기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부진의 근본원인인 설비과잉, 부실대출, 자금시장 기능부전 등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는 경착륙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산업구조 업그레이드, 기술 혁신과 창업 활성화, 국유기업 효율화, 금융 시스템 현대화 등 경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 작업 없이는 과거와 같은 활기를 되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현 시점에서 중국 경제의 유일한 활로는 ‘구조조정과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혀 왔으나,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온적인 대처에 그친 결과 지금까지의 진도는 안팎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아무리 늦어도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개편되어 개혁 세력의 입지가 강화될 내년 가을의 제19차 당 대회 직후에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과 개혁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률 6~8%의 중속성장 단계에 안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구조조정과 개혁은 1978년 개혁개방 착수 이래 40년 가까이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그 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경제 구조와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작업이다. 손대야 할 곳이 많고, 손대는 곳마다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구조조정과 개혁 작업이 의도한 효과를 나타내려면 상당히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 때까지는 성장률이 올라가기보다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중국 경제가 고통스런 구조조정 및 개혁의 과정을 견뎌내고 조기에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중국에서 구조조정 및 개혁이 실행가능한지, 나아가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소비지출과 서비스업의 성장잠재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 경제에서 가장 큰 활력을 보여주고 있는 부문이 성장동력 중에서는 소비, 산업에서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및 개혁은 소비와 서비스업을 투자와 제조업을 대신해 미래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및 개혁 과정에서 가계 소비, 특히 서비스에 대한 가계 소비가 과연 전환기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향후 중국 소비의 성장을 이끌 핵심동력과 소비 트렌드는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전망해본다.
 

1. 2011년부터 중국 소비의 확대 추세 뚜렷
 

경제에서 소비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지표가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중국에서 GDP 대비 소비의 비중은 201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정반대로 GDP 대비 투자의 비중은 2011년부터 하강세로 돌아섰고, GDP 대비 수출 비중은 이보다 앞선 2007년에 하락세로 돌아섰다(<그림 3> 참고).

2011년 이후 소비 비중의 상승에는 소득분배(GDP 대비 가계 가처분소득의 비율)와 가계 소비성향(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소비지출의 비율) 등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5페이지 BOX 참고). 즉, 성장의 과실이 기업이나 정부보다 가계에 더 많이 돌아가도록 소득분배의 방향이 달라졌고, 가계는 이렇게 늘어난 소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비를 늘렸다.
 
소득분배에서 가계 몫 증가

소득분배는 1차 분배(원천적 분배)와 2차 분배(소득 재분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차 분배는 기업(민영 및 국유 기업)이 생산에 대한 각 생산요소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임금, 이자, 이윤, 배당 등을 지급하는 것을 가리킨다. 2차 분배는 정부가 세금 부과나 보조금 지급을 통해 1차 소득분배의 결과를 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2차 분배의 결과가 가처분소득이다.

가계가 소득분배에서 차지한 몫의 변화를 살펴보면, 1차나 2차 모두 2008년까지 줄어들다가 2009~2010년 오르내림을 겪은 뒤 2011년 이후 상승하는 흐름이다. 가계의 1차 분배 몫과 2차 분배 몫을 비교해 보면, 시기별로 의미 있는 변화가 눈에 띈다. 2001년까지는 2차 소득분배 몫이 1차 몫보다 컸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는 거꾸로 1차 소득분배 몫이 2차 몫보다 컸으며, 2011년 이후 다시 2차 몫이 1차 몫을 상회하고 있다(<그림 5> 참고). 2차 분배 몫이 1차 분배 몫보다 크다는 것은 정부가 소득재분배 과정에서 가계 소득을 늘려줬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정부는 가계 실질소득을 2020년까지 2010년의 2배 수준으로 늘리는 소득배증(所得倍增)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2012년 선언한 바 있는데, 2011년부터 이미 그 계획에 맞는 방향으로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가계 소득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은 주로 교육, 사회보장 및 취업, 의료 위생 및 가족계획, 주민 업무 등 민생 영역에서 보조금 지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그림 6> 참고).

중국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 상승

2011년 이후 가계소비의 비중이 커진 데는 가계소득 증가가 기여한 부분도 있었지만, 가계 소비성향이 상승한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5페이지 BOX 참고). 중국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70%에서 60.7%로 줄곧 하락했고, 2009~2010년 오르내리는 양상을 보인 뒤 2011년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 소비성향 증가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일례로, 위기 상황이 지나가면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가계 구성원 개개인의 소비성향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가 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소비보조금 지급과 같은 형태의 경기부양책이 나오면 소비성향이 상승하고, 부양 조치가 완료되면 반사작용으로 소비성향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 가계의 소비성향 변동에는 이런 두 가지 사정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 가계의 소비성향은 금융위기 시기를 포함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추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기적 심리 요인보다 장기간 지속된 구조적 요인들에 의거해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이런 점에서 가계의 연령별 구조 변화와의 상관성이 주목된다.

중국 가계 구성원들의 1인당 소비지출 규모의 연령대별 변화를 살펴보면, 30대 전반과 40대 후반에 두 개의 고점이 형성되는 ‘쌍봉낙타’ 모습을 보인다는 데 대부분 실증연구들의 결과가 일치한다(<그림 7> 참고). 중국에서 30대 전반은 결혼과 내집마련, 자녀 출산 및 양육 등과 관련한 지출이 집중되는 시기이며, 40대 후반은 자녀의 고등교육 관련 지출이 급증하는 시기이다. 쌍봉낙타 곡선은 이러한 중국인들의 소비지출에 있어서의 라이프사이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계 소비지출 규모가 가장 큰 30대 전반과 40대 후반 연령대의 합산인구 비중의 추이는 국민계정에서 산정된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 추이와 매우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그림 8> 참고).
 
2011년 이후 중국 가계의 소비성향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핵심 소비연령대 인구 비중이 비슷한 시기에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방향을 바꾼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중국에서 노동연령인구(15~59세)의 절대규모나 총인구 대비 비중이 2012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든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2020년 이후엔 어떻게 될까?
 
문제는 앞으로다. 핵심 소비연령대 인구의 비중은 2019년까지 계속 늘어나다가 2020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2020년 이후에는 가계 소비성향이 다시 떨어지고, 나아가 GDP 대비 소비의 비중도 그 시점을 전후해 상승세가 꺾이게 될 것인가?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다면,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구 추이나 소득분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중국 가계 구성원들의 연령별 소비패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방향의 전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겠다.

먼저, 중국 가계의 소비성향 변화와 관련해서는, 핵심 소비연령 인구 감소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몇 가지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

첫째, 중국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이 점차 늦춰지고 있으며, 올해 1월 1일부터 산아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쌍봉낙타’ 곡선의 첫 번째 혹에 해당하는 연령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선배 세대들에 비해 매우 왕성한 소비 의욕을 보이고 있는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 세대가 앞으로 20년간 잇달아 핵심 소비연령대에 진입함으로써, 가계 소비성향의 하락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지금까지처럼 도시화율이 매년 1%p를 넘게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도시로 유입되는 농촌 가구의 한계 소비성향이 커지면서 전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중국에선 아직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는 소비금융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유동성 제약으로 억눌려 있던 소비 욕구가 실제 소비로 원활하게 연결되면서 소비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다섯째, 현재 중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적용 범위가 좁고 보장수준이 낮은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점차 전 지역 및 직업군으로 확장, 통합되고 보장 수준이 높아지면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는 예비적 저축이 줄어들고 가계소비가 그 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설혹 가계 소비성향이 떨어진다고 해도 경제 내 소비의 역할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소비성향 감소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계의 소득분배 몫이 커지면 GDP 대비 소비의 비중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가계 소득, 특히 주된 소득원인 임금의 상승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 중국 정부의 가계친화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이 얼마나 강도 있게 추진될 것인지 등에 달려 있다.
 

2. 향후 중국 소비 성장의 핵심동력
 

향후 중국 소비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동력은 ▶유통채널로는 모바일 소비, ▶소비 주체 중에서는 주링허우(90后·1990년대출생자) 세대 ▶소비 대상으로는 서비스 소비, ▶지역적으로는 신1선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 유통채널 : 모바일 소비

온라인쇼핑이 도입된 지 12년 만인 2013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되었고, 아리바바(Alibaba)는 최근 2016년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기준 거래 규모가 미국의 월마트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15년 실물상품 온라인쇼핑 금액은 3조 2,424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31.6% 증가했으며, 사회 소비품 소매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8%로 당초 정부 목표 8%를 훨씬 상회했다.

온라인 쇼핑 가운데서도 모바일쇼핑 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PC단 온라인쇼핑의 성장률은 2015년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진 반면, 모바일쇼핑은 2015년 1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온라인쇼핑 이용자 대비 모바일쇼핑 이용자 수의 비율은 2013년 48%에서 2015년 82%로 증가했으며, 온라인쇼핑에서 모바일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분기 10.5%에서 2015년 3분기 56.7%로 상승했다. 모바일인터넷 산업 전체에서 쇼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급등하고 있다(<그림 9> 참고).
 
중국에서 모바일쇼핑이 이처럼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유선통신 인프라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충된 무선통신 인프라, 모바일쇼핑의 고성장에 유리한 중국인들의 구매 관행과 라이프스타일, 모바일쇼핑 생태계 조기 형성을 목표로 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온라인쇼핑이 자리를 잡는 데는 2012년 시작된 온라인쇼핑 ‘가격할인 전쟁’(电商大战)과 그에 뒤이은 주문 상품 배송과정에서의 물류대란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가격할인 경쟁은 수많은 잠재고객들을 온라인쇼핑으로 끌어들였으며, 물류대란은 기업들 간에 물류 인프라 증설 경쟁을 촉발했다. 그 기반 위에 통신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무선 네트워크가 유선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을 포함한 중국 전역을 커버하고 2014년 4G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모바일쇼핑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인프라인 온라인 지불 시스템이 조기에 정착한 것도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성장에 탄탄한 토대가 되었다. 아리바바의 온라인 지불 시스템인 즈푸바오(支付宝·Alipay)는 4억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모바일쇼핑 결제가 목적이다. 현재 전세계 3만여 곳의 소매점과 유명 관광명소에서 즈푸바오를 이용한 지불이 가능하다. 애플페이를 비롯한 글로벌 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은 중국 모바일쇼핑 시장의 고속성장에 편승하기 위해 속속 중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품질 불량, 반품 불편, 지불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의심, 개인정보 유출 등 갖가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자국 내 온라인쇼핑 인프라의 수준에 만족하고 있는 듯하며, 온라인쇼핑이 자신들의 기질에 맞는다며 반색하고 있다. 자동차처럼 비싼 제품도 가격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온라인쇼핑으로 구입하겠다는 이들이 꽤 많다. 가격이 비싸거나 성능이나 사양 확인이 필요한 제품들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는 O2O(Online to Offline) 방식의 소비가 유행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쇼핑은 O2O 소비를 촉진시키고, O2O 소비 확대는 모바일쇼핑의 성장을 돕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규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어날 여지가 있어 중국에서 모바일쇼핑은 전망이 매우 밝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는 2019년에 중국 온라인쇼핑에서 모바일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모바일쇼핑의 확대는 중국 소비시장에서 크고 대중적인 브랜드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쇼핑 환경에서는 복수의 쇼핑 플랫폼들을 단 한 번의 터치로 옮겨 다닐 수 있고,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 영역에서든 수많은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전시가 된다. 웨이신(微信) 같은 SNS나 쇼핑 플랫폼에는 수많은 상품 정보와 평가 의견이 올라오고 교환된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 만의 취향을 확인하고 계발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쇼핑 환경이다. 자연히 갈수록 파편화되고 맞춤화된 소비 패턴이 두드러지고, 매스 브랜드나 빅 브랜드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쇼핑은 또한 O2O 소비가 확대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O2O 소비는 제품이나 서비스 모두에 적용되지만, 장소를 옮겨다니면서 소비를 할 수 있는 모바일쇼핑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O2O 소비에서다. 소비자는 서비스 평가 및 가이드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잘 제공해줄 곳을 골라 예약을 한 뒤 길을 나서 지도 검색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해당업소를 찾아간다. 온라인 검색부터 고객이 서비스를 받고 업소 문을 나설 때까지의 전 과정이 모두 소비과정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휴대폰 사용자의 눈에 잘 띄고, 서비스 내용이 요령있게 소개되어 있고, 업소를 찾아가기가 쉽고, 실제 서비스가 온라인에 올린 내용과 부합하는 등 ‘이만하면 돈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져야만 고객은 재구매를 할 것이다. 모바일쇼핑을 통한 O2O 서비스 소비에서는 고객 체험이 사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2) 소비 주체 : 주링허우 세대
 
소득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통, 물류, 소비금융 등의 소비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의 모든 연령대의 소비성향은 과거의 동세대들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향후 20년간 중국 소비의 성장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는 주링허우 세대다. 주링허우들은 2020년부터 2040년까지 전 인구에서 15~16%의 비중을 유지하면서 핵심 소비연령대에 머물게 된다.

주링허우들이 중국 소비시장 성장의 견인차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들의 높은 소비성향 때문이다. 주링허우의 소비성향은 바링허우(80后·1980년대 출생 세대)를 비롯한 선배세대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 금융 실태 조사를 오랫동안 해온 시난차이징(西南财经)대학의 2014년 조사 결과를 보면, 주링허우가 세대주인 가계의 소비성향은 88%로, 바링허우 가계(74%)나 전국 가계 평균(77%)보다 훨씬 높았다. 주링허우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선배 세대들이 같은 나이였을 때보다 꾸준히 높은 소비성향을 유지해 나간다고 가정하면, 2020년 주링허우 소비는 전체 소비의 22% 이상을 차지하고, 중국의 GDP 대비 소비의 비중을 0.3%p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링허우 세대들은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쌍봉낙타’의 첫 번째 혹에 해당하는 30대 전반의 나이에 도달하게 된다. 30대 전반에 소비지출이 많아지는 것은 내집마련과 자녀 출산 및 양육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주링허우들은 이 연령대가 되면 선배세대들보다 씀씀이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대도시 주링허우들 사이에서 주택, 자동차, 스마트 대형가전 등이 필수 혼수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어, 혼수 마련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주링허우들은 산아제한 완화에 따라 선배세대들보다 자녀를 더 많이 갖게 되면서 출산 및 육아 관련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선 올해부터 두 자녀 출산이 허용되었으며, 늦어도 2020년 전에는 산아제한 자체가 전면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소비행태에서 가장 많이 유리되어 있는 이들 신세대 젊은이들이 중국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주링허우들은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1990, 2000년대(연평균 경제성장률 10.5%)에 태어나고 자라서 물질적 궁핍을 별로 겪지 않았던 세대이고, ‘4-2-1’ 가족 구조에서 보살핌을 받은 ‘소황제’의 전형이고, 인터넷으로 놀고 공부를 한 ‘인터넷 원주민’들이다. 이러한 성장 배경이 소비 취향에 반영되어, 그들은 ‘돈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번다’는 향락주의 성향이 강하고, ‘(물건이 좋아서라기보다) 내가 좋으니까 산다’는 감성적이고 개성적인 소비 선택 기준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할 때, 중국 온라인쇼핑의 급성장을 이끌어온 주링허우들은 앞으로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막론하고 온라인 유통 및 모바일 소비 확대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품 탐색, 주문, 결제, 배송, 소비 등 일련의 소비 과정이 온라인과 오프라인과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O2O 서비스는 주링허우 젊은이들의 ‘덕후’ 성향에 잘 맞아떨어져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주링허우들은 제품이 주는 느낌이나 주관적인 만족감을 중시하여 제품을 선택하는 감성소비 트렌드를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성능이나 품질 이외에, 혹은 그것들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면에 있는 스토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뭔가 울림이 있으면 마치 홀린 듯이 구매를 하는 식이다. 웨이신에 ‘베이징 표류자’로서의 스산한 소회와 함께 창업의 출사표를 던져 대박 성공을 이끌어낸 시사오예(西少爷)의 20대 CEO 멍빙(孟兵)의 성공 스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12페이지 BOX 참고).

셋째, 주링허우들은 개성파이자 실속파들이다. 꼭 사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돈을 빌려서라도 당장의 소비 욕구를 채우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거꾸로 여유자금을 미래의 소비를 위해 투자하는데도 적극적이어서 소비금융과 인터넷 재테크 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3) 소비 대상 : 서비스 소비

소비자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전반적인 소비 취향 변화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중국 소비시장의 유행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표 3>을 보면, 중국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적극 수용하면서 좀더 개성적인 소비생활을 추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많은 건강과 즐거움을 준다면 고가의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선뜻 지갑을 열 것 같은 인상도 받는다.

중국 소비자 개개인들의 소비행태 변화는 가계 소비지출 구조의 변화에도 반영되어 있다(<그림 10> 참고). 도시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의식주에 해당하는 필수소비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72%에서 2014년 55%로 줄어들었다. 엥겔계수는 54%에서 35%로 하락했다.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비 부분이 그 만큼 커진 것이다.
 
제품 소비가 줄어들고 서비스에 대한 소비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계의 서비스 소비는 가전, 가구 등 사실상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물건들이 어느 정도 구비되고 나서야 늘어나기 때문이다. 교통통신, 문화교육오락, 의료보건 등 서비스 항목들에 대한 지출 비중은 1990년과 2014년 사이 14%에서 35%로 크게 올랐다. 외식비가 필수 소비 항목인 음식료 지출에 들어가 있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가정 설비용품 및 서비스’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서비스 소비 지출 비중은 이 수치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서비스 소비는 앞으로도 제품 소비보다 빨리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소득 증가와 도시화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나 생산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제의 서비스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신형 도시화’, 즉 도시에 머물고 있는 농민공들이나 농촌에서 신규 유입하는 농민들에게 도시 호적을 부여하는 ‘사람의 도시화’는 서비스업 발전을 크게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화율이 1%p 오르면 서비스업 부가가치 생산은 0.77% 증가한다. 연간 2% 속도의 신형 도시화 추진으로 도시 가계지출에서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5년 40%에서 2020년 50%로 키우는 게 중국 정부의 목표다.

서비스업 육성은 중국 정부로서는 사활적인 과제다. 제조업 성장 둔화로 부족해진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고용 창출력이 좋은 서비스업이 성장해줘야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가 초래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의료, 양로 등 아직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서비스 영역의 성장이 긴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업 육성 정책 중 ‘인터넷+’ 정책이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2015년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80% 성장한 ‘생활서비스 O2O’는 서비스 시장의 범위를 대폭 확장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가사보조나 방문세차 등의 O2O 서비스는 과거 시장 바깥에 머물던 활동들을 경제적 부가가치를 낳는 시장 활동으로 바꾸어놓는다. 이 같은 O2O 서비스는 또한 기존의 제조업과의 보완성이나 전통 서비스에 대한 대체성이 약해 전반적인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느 정도 독자적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O2O 서비스는 모바일 소비의 고성장과 결합되어 소비자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현저히 개선시키면서 서비스업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 소비 지역 : 신(新)1선도시

지역별 소비시장 성장이 주는 영향은 상품의 가격대나 종류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일례로, 고가 프리미엄 제품은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 그 중에서도 고선(高線)도시(1,2선도시)에서 잘 팔리고, 저가 보급형 상품은 저선(低線)도시(3선 이하 도시)나 농촌 지역에서 매출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의 경우, 신규수요는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선도시나 농촌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교체수요는 고선도시에서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전체 소비시장의 성장성과 영향력을 본다면, 어느 지역이 유망할까?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과 개혁의 한 가지 중요한 의의는 과거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가져왔던 불균형 성장전략의 부작용을 줄이고 교정하는 것이다. 구조조정 및 개혁 추진에 따라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소비 성장은 중국 전역에서 진행될 것이지만, 소비 성장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현재 소비시장의 규모가 작은 농촌지역에서 더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전체 소비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아무래도 소비시장의 규모가 큰 도시지역이 더 높을 것이다.

향후 상당기간 중국 소비 성장의 모멘텀은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 있다. 전체 소비시장의 85%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규모 우위가 있는데다 도시화 과정에서 구매력 있는 소비계층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민공들의 도시 이주에 따른 한계소비성향 증가는 도시 소비는 물론 중국 전체 소비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화의 방향을 고려할 때, 도시 중에서도 주로 2, 3선 거점도시들이 소비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신1선도시들이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1선도시는 최근 기존의 과거의 1선도시들(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능가하는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는 도시들로, 청두, 충칭, 톈진, 항저우, 우한, 난징, 선양, 다롄, 시안 등 9개 도시가 이에 속한다. 향후 중국의 도시화는 이미 인구가 과밀하고 교통혼잡, 스모그 등 ‘대도시병’을 앓고 있는 1선도시들은 더 이상의 확장이 저지되고, 대신 지역 거점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군이 형성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역 거점도시들 가운데서도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1선도시들이 가장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9개 신1선도시의 경제력은 1인당 GDP나 소비시장 규모 면에서 빠르게 구1선도시들을 추격하고 있다(<그림 11> 참고). 이를 눈치챈 외국기업들은 중국 사업의 핵심기지를 이들 차세대 스타도시로 옮기고 있다. 아우디는 중국 최대 규모의 플래그숍을 청두에 세웠으며, MUJI와 샤넬은 자사의 세계 최대규모의 플래그숍을 청두와 난징에 설립했으며, GE와 지멘스는 각각 청두와 시안으로 R&D 본부를 이전시켰다.
 

3. 기업에 주는 시사점
 

투자 부진과 제조업 경기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는 앞으로 소비의 역할이 강화되고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면서 새로운 균형점으로 접근해갈 것이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투자 재원보다는 소비 재원으로 우선 배분되어 활용되고 있고, 오랫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축률을 보였던 중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소비와 서비스업은 임박한 구조전환기에 중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면서 투자 조정과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보인다. 투자나 제조업에 비해 성장에 미치는 단기 임팩트는 작지만, 중국 경제가 넓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다.

향후 중국 소비의 생장점은 모바일 채널, 주링허우 세대, 서비스 영역과 신1선도시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중국 소비시장의 성격과 분위기를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모시켜갈 것으로 보인다.
첫째, 모바일 채널을 통한 O2O 방식의 소비가 전 제품 및 서비스 영역으로 확산되어 향후 중국 소비시장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이 기본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둘째, 소비자의 동일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비 대안들이 크게 늘어나고 각 상품의 기본정보 및 사후 체험평가가 충분히 제공됨에 따라 브랜드가 발휘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브랜드 로열티가 전반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셋째, 소비 선택에 있어, 제품 성능이나 서비스 내용보다는 고객 감성이 갈수록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 미래 중국 소비의 세 가지 트렌드들을 한 마디로 줄이면, 고객들의 소비 체험이 소비자들의 구매 및 재구매 결정을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소비 과정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으로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이 거쳐가야 하는 장면들(scenes)이 많아진다. 수많은 상품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 화면 안에 전시되어 있는데, 제품 성능이나 서비스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잘만 찾으면 입맛에 딱 맞는 상품을 고를 수도 있다. 깐깐하게 여러 상품들을 비교해보고 주변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소비과정에 번거로움과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가전제품 구매를 예로 들어보자. 4~5년 전까지만 해도 쑤닝(苏宁)이나 궈메이(国美) 같은 가전 전문매장에서 판촉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매장 내 제품을 살펴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 후 온라인 쇼핑이 도입되면서 PC나 노트북 앞에 편하게 앉아 제품 정보를 살펴본 뒤 주문을 하고 계좌이체로 대금을 입금하면 며칠 뒤 택배로 제품이 전달되었다. 요즈음 모바일 쇼핑을 이용해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중국 소비자들은 화면이 PC나 노트북보다 훨씬 좁은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 다오거우(导购) 사이트에서 제품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고, 제품을 써본 다른 소비자들의 평가를 참고하여 구매 결정을 내린 뒤, 지도 검색 앱을 이용해 주변 매장을 찾아가 실물을 확인해본 뒤 현장에서 모바일로 구매 주문을 한다.

이런 쇼핑 방식에서는 고객의 주관적 체험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에 제품 정보가 ‘포인트 있게’ 소개되어 있어야 하고, 실제 물건이 업체의 정보나 광고와 일치해야 하고, 현장 서비스가 좋고, 배송도 약속한 날짜를 어기지 말아야 하며, 반품도 잘 돼야 한다. 어느 한 장면에서라도 결정적인 하자가 생기면 소비과정이 중단된다. 즉, 구매나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이렇게 까다로워진 고객들에게 어필하려면, 고객 니즈를 꿰뚫어 제품화하는 고객 인사이트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소비과정 전반에 걸쳐 고객의 만족감을 극대화해야 한다(<그림 12> 참고).

외국기업, ‘사실상의 중국기업’ 돼야 생존 가능

갈수록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 획득의 어려움을 절감하겠지만, 이러한 소비시장 변화는 특히 외국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외국기업들은 중국 고객에 대한 이해와 중국시장 트렌드 파악에 있어, 로컬기업들에 비해 태생적인 불리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시장 진입 초기에 외국기업들은 중국엔 없는 제품들을 가져와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따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로컬기업보다 스펙이 높거나 디자인이 세련된 제품들을 개발해 경쟁력 격차를 유지했다. 제품 성능에 있어서의 우위를 내세우면서 빠르고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조기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시장 지배력을 갖추면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었다. 생산비용 대비 제품 가격 면에서의 우위와 브랜드 프리미엄이 초과수익의 근거였다.

이제 대부분 영역에서 로컬기업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시장 환경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앞으로는 고객들이 자신의 소비체험에 주관적으로 부여하는 가치가 기업의 명운을 가르게 될 것이다. 이처럼 게임 룰 자체가 로컬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 소비시장에서 외국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상의 로컬기업’이 되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중국 사업 조직의 인적 현지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여전히 중요한 대관 업무 이외에, 중국 고객들의 드러나지 않은 니즈를 파악해 제품으로 구현하는 상품 기획과 중국 고객의 소비체험 기준을 제대로 파악하여 대응해야 하는 마케팅과 판매영업 업무를 현지인들에게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주어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소비과정이 길어지면 혼자서 대응하는데 따르는 부담과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따라서 판매영업 단의 밸류체인도 더욱 잘게 쪼개어 현지기업들과의 협력을 더욱 늘리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유통, 중국 특유의 각종 앱에 기반한 퇀거우(团购), 다오거우 등 마케팅 관련 사이트 등 다양한 영역의 현지업체들과의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유통은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제조업체의 고정비용 부담이 적다. 고정비용이 특히 많이 들어가는 저선도시들과 농촌지역에 대한 커버리지를 늘릴 때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장 확실한 경쟁력은 현지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제발로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들의 신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중국 소비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최고의 기술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경과 에너지 이슈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들의 감성을 뒤흔들 수 있도록 ‘건강’과 ‘녹색’ 가치를 제품 속에 잘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광고나 프로모션에 투입하더라도 고객의 감성을 자극할 수 없는 고만고만한 물건이라면, 매출이 늘어나기 어렵다. 억지로 잡아당긴다고 고객이 오지 않는다. 각종 플랫폼에 상품 정보는 넘쳐나고, SNS 덕분에 입소문의 위력은 과거보다 커졌다. 문은 이미 열려 있고,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몰려올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좋은 물건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다. 중국 시장에서 제품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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