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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비교 통해 본 한국의 기업부채 리스크
국제비교 통해 본 한국의 기업부채 리스크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16.02.0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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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기업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무정보를 이용하여 국가별로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기업부채의 질과 위험을 좀 더 정밀하게 평가해 보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저금리로 인해 금융비용 부담이 적어 이자지급능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낮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수익성이 낮아 경상적인 현금흐름 대비 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고, 특히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자와 단기차입금을 합한 원리금 상환능력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비중은 글로벌 평균보다 높지 않지만,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높아 부실위험이 있는 차입금 규모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업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나 단기적인 상환 압력 증가에 취약하고,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규모가 커서 기업부실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위험이 높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부진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의 전반적 부채상환능력이 약화되면서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개별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우려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신용도에 따른 차별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근본 원인은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낮은 데에 있다. 우리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이 개선되지 못하고,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잠재되었던 기업부실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내수 부진 등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 긍정적인 요인보다 우세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기업부채의 부실위험 증가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부채를 우리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지적하는 국제기구, 국제신용평가회사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의 근거는 주로 규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경제규모 대비 기업부채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기업부채에 내재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총량 측면에서 기업부채의 규모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측면에서 기업들의 재무지표로 평가한 부채상환능력의 국가별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부채의 질과 위험을 살펴본다.
 

1. 국내 기업의 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
 
 
한국의 기업부채 빠르게 증가

2015년 9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기업부채(자금순환표의 채권, 대출금, 정부융자 합계액)는 1,631.7조원에 달한다. 경상GDP(2014년 4분기~2015년 3분기 합계액 1,538.7조원)를 넘어서는 규모이다. 우리나라 기업부채의 대부분은 민간기업의 부채이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부채 중에서 민간기업 부채가 1,318.8조원(80.8%)이고 공기업 부채가 312.9조원(19.2%)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최근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4년 이후 우리나라 기업부채 증가율(2014년말과 2015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평균 6.7%)은 경제성장률(경상GDP증가율 4.2%)보다 훨씬 높았다. 기업부채가 경제규모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0년말 99.0%였던 기업부채/경상GDP 비율은 2015년 9월말 106.0%로 높아졌다. 절대 규모와 더불어 빠른 증가 속도가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를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이후 기업부채의 증가는 주로 민간기업 부채의 증가에 기인한다. 2010~2012년 동안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공기업 부채는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2015년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완만하게 증가하던 민간기업 부채는 2014년 이후 증가세가 빨라졌다. 2015년 9월말 기준 공기업 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지만 민간기업 부채는 8.9% 증가했다. 경상 GDP 대비 민간기업 부채 비율은 2013년말 79.5%에서 2015년 9월말 85.7%로 상승했다. 반면 경상 GDP 대비 공기업 부채 비율은 2013년말 22.7%에서 2015년 9월말 20.3%로 낮아졌다.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기업부채 규모, 글로벌 평균 상회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 규모는 글로벌 평균을 상회한다. 2015년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경상GDP 대비 전체 기업부채 비율은 105.3%로 주요 39개국의 87.4%(중앙값, 산술평균은 95.6%)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순서로는 중간보다 조금 높은 15번째였다. 룩셈부르크가 339.2%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홍콩 225.9%, 아일랜드 185.3%, 중국 163.1%, 스웨덴 152.9% 등의 순서였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 프랑스(125.4%), 캐나다(109.0%) 등은 우리나라보다 높았지만 일본(101.8%), 미국(70.6%), 영국(70.4%), 독일(54.9%) 등은 낮았다. 유로지역 평균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104.8%였다. 경제규모와 비교한 상대적인 기업부채 규모는 전반적으로 금융허브 역할을 하는 국가나 선진국이 높고 신흥국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 규모의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랐다. 2014~2015년 상반기 동안 3.1%p(102.2%→ 105.3%) 증가하여 글로벌 평균 1.5%p(중앙값은 2.3%p)를 훨씬 상회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이 높았던 선진국들은 2014년 이후 경제규모 대비 기업부채 규모가 줄었지만 신흥국들은 높아지는 추세를 지속했다. 2013년말 108.6%였던 22개 선진국의 경상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중앙값)이 2015년 6월말 107.7%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16개 신흥국은 47.9%에서 50.8%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기업부채 비율 수준은 선진국과 비슷하고, 최근 추세는 신흥국과 같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부채를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이 발달할수록 기업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제규모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높아질 수 있다. 금융시장 발달 정도, 금융산업 구조,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 등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기업부채/경상GDP 비율 수준 또는 변화만으로 개별 국가의 기업부채에 내재된 위험을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 차원의 미시적인 재무정보를 이용한 부채상환능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2. 국제비교로 살펴본 국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재무정보를 이용하여 부채상환능력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한다면 기업부채의 질과 위험을 좀 더 엄밀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 41개 국가별 상장기업의 재무정보를 비교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와 부채상환능력의 수준과 특징을 살펴보았다.

낮은 타인자본 의존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았다.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총액)은 2010년 153.2%에서 2014년 120.2%로 낮아졌다. 반면 전세계 주요 40개국 상장기업의 국가별 평균 부채비율은 2010년 141.4%에서 2014년 153.4%로 높아졌다. 2010~2013년 동안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높았던 차입금의존도(차입금/자산총액)도 2014년에는 전세계 국가별 평균 이하로 낮아졌다. 국내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2010년 30.9%에서 2014년 29.0%로 하락한 반면 글로벌 평균(이하 글로벌 평균은 한국을 제외한 40개국 평균)은 28.2%에서 30.1%로 상승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비율은 분석에 포함된 41개국 중에서 30번째, 차입금의존도는 26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구조는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은 투자활동에 지출하는 현금흐름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2011년 7.3%에서 2014년 6.3%로 감소했다. 경상적인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EBITDA(영업이익+유형자산 감가상각비+무형자산 상각비) 중에서 설비투자로 지출하는 비율도 2011년 74.6%에서 2014년 63.0%로 하락했다.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활동에 지출되는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현금흐름이 개선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재무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영이 자리잡고 최근 실적 부진 지속으로 미래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투자활동이 위축됨에 따라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낮은 부채상환능력

우리나라 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도는 높지 않은데 반해 부채상환능력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다소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로 보면 2010년 5.0에서 2014년 4.1로 하락했다. 글로벌 평균은 2014년 기준으로 5.3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이자보상배율은 글로벌 평균보다 낮고 국가별 순위로는 중간(2014년 기준 41개국 중에서 21번째) 정도인 것으로 평가된다.

경상적인 현금흐름 대비 차입금 규모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기업의 차입금/EBITDA 배율은 2014년 3.3으로 글로벌 평균 3.1보다 다소 높았다. 추세로 봐서도 2010년 2.7에서 다소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금흐름에 비해 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아져서 영업활동을 통한 원금상환능력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평균 차입금/EBITDA 배율도 높아져 글로벌 경기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세계 기업들의 전반적인 원금상환능력이 약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낮은 현금흐름 창출 능력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성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은 2010년 7.0%에서 2014년 5.2%로 하락했다. 글로벌 평균 영업이익률도 2010년 12.3%에서 2014년 9.9%로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우리나라 기업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EBITDA 마진(EBITDA/매출)도 2010년 11.4%에서 10.0%로 하락해 같은 기간 동안 17.9%에서 15.8%로 하락한 글로벌 평균보다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14년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률 국가별 순위는 39위, EBITDA 마진은 36위를 기록했다(<표 1> 참조). 모두 최하위에 가까운 순위에 위치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도 낮았다. 2011년 5.8%로 하락했던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2014년 7.1%로 상승했지만 글로벌 평균 12.3%에 비해 낮은 수준에 그쳤다. 2014년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최하위(41위) 수준이다. 잉여현금흐름(영업현금흐름-투자현금흐름)은 2011년 -2.5%에서 2014년 -0.4%로 개선되었다. 잉여현금흐름의 개선은 영업활동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의 제고가 아니라 투자활동 위축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정도는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의 차입금평균이자율(이자비용/차입금)은 2010년 4.6%에서 2014년 3.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글로벌 평균도 5.6%에서 5.0%로 낮아졌지만 우리나라 기업에 비해 높았다. 금융비용부담률(이자비용/매출)의 경우 2011년 이후 우리나라 기업은 1.3%, 글로벌 평균은 2.2% 수준을 유지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차입금평균이자율과 금융비용부담률 순위는 각각 하위권인 35위와 34위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차입금 금리 수준과 금융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낮은 영업활동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상환능력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원리금 상환 압력에 취약

우리나라 기업은 금융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이자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크게 낮지 않았다. 수익성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현금흐름 이자보상배율([영업현금흐름+이자비용]/이자비용)은 2011년 5.4에서 2014년 6.6으로 개선되었다. 2014년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현금흐름 이자보상배율은 글로벌 평균 7.8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순위는 중간인 21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자비용과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을 합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매우 낮았다. 2014년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현금흐름보상배율([영업현금흐름+이자비용]/[이자비용+단기차입금])은 0.5에 그쳤다. 우리나라 기업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1년 이내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과 원금의 절반 정도만 상환할 수 있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선진국의 1.5는 물론 신흥국의 0.8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현금흐름보상배율 순위는 최하위에 가까운 38위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단기차입금 상환 부담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능력이 낮은 것은 영업활동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낮은 데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 차입금 중에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평균 26.0%보다 훨씬 높은 42.6%에 달한다. 분석에 포함된 41개국 중에서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시중금리 상승이나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단기적인 상환 압력이 증가하거나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자산·차입금 규모 큰 편
 
우리나라 비금융 상장기업 중에서 2014년 기준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비중은 33.6%였다. 2014년 글로벌 평균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비중은 36.0%에 달했다. 기업 수 기준 우리나라의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 비중 순위는 중간보다 조금 낮은 23위이다. 기업 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비중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높지는 않다.
 
자산이나 차입금 비중 기준으로 보면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자산 비중은 21.1%, 차입금 비중은 29.5%에 이른다. 자산 비중 기준으로는 41개국 중에서 8번째, 차입금 비중 기준으로는 6번째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자산 비중은 8.1%, 차입금 비중은 8.3%에 그쳤다. 신흥국의 경우에도 자산과 차입금 비중이 각각 14.8%, 16.7%로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실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부채상환능력 취약 정도가 기업 수, 자산, 차입금 순서로 높아진다.  선진국의 경우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평균적인 외형과 차입금 규모가 크다는 의미이다.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차입금 규모가 커서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일부 기업의 부실만 현실화되더라도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낮은 수익성이 근본 원인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근본적인 원인은 영업활동의 수익성이 낮은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국가별로 최하위에 가깝고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최하위이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이 작기 때문에 부채상환에 사용될 수 있는 영업현금흐름도 작을 수밖에 없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 중에서 투자에 지출하는 비중이 높아 부채상환에 사용될 수 있는 현금흐름은 더욱 적다(국가별 재무지표는 <표 1> 참조).

여기에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 차입금의 만기가 1년 이내의 기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저금리로 금융비용 부담이 적어 이자지급능력은 낮지 않지만 단기차입금의 원금을 포함한 원리금을 일시에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나라에 기업에 비해 매우 낮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신용경색이 발생하여 만기 연장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기업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부실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 중에는 차입금 규모가 큰 기업이 많아 특정 일부 기업의 부실이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이상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나 갑작스런 단기적인 상환 압력 증가에 취약하고, 기업부실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위험이 높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시사점
 

기업부채의 신용위험 증가 우려
 
앞으로 당분간은 기업부채의 신용위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량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기업부채의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부채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계속 빠르게 증가한다면 기업부채에 내재된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누적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부채에 대한 관망하던 국제 투자자들은 기업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업부채를 향후 위험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기업의 재무지표를 다른 나라 기업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부채의 취약점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기업의 재무구조는 안정되고 있지만 부채상환능력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활동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낮고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자와 단기차입금의 원리금 상환 압력에 취약하다.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차입금이 커서 특정 기업의 부실화에 따른 위험이 크다.
 
국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약화와 신용위험 증가는 이미 신용등급에 반영되고 있다. 2013년부터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본격화되었다. 2010~2012년 동안에는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기업 수가 하향 조정되는 기업보다 많았었다. 실적 부진이 본격화된 2013년부터 국내 신용평가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 상향/하향 조정 배율은 0.88로 낮아져 상향 조정보다 하향 조정되는 기업이 많아졌다. 2015년 상향/하향 조정 배율은 0.55로 하락했다. 신용등급이 조정된 3개 기업 중에서 2개 정도가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향후 경기부진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의 전반적 부채상환능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기업이 더 늘어나면서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업자금조달 여건 악화될 가능성
 
신용위험 상승으로 금융회사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고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현상이 강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하락하던 회사채에 대한 신용스프레드(회사채수익률-국고채수익률)는 신용위험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2015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고 있다. BBB- 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2012년 하반기에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AA- 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2015년 하반기에 빠르게 상승했다. 실적 부진이 본격화된 2013년 이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집중되어 있었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2015년 하반기 들어 기업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위험이 부각되고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로 금융회사의 자금운용이 보수화되고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현상이 강화되면서 신용위험이 높은 기업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상기업들의 자금조달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위험 프리미엄 상승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에 금리 상승이 동반될 경우 정상기업 중에서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은 부채상환능력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에 내재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위험 요인으로 잠복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구조조정 필요
 
우리나라 기업은 금리상승이나 금융시장 불안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아 경기부진으로 실적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빠르게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 현재 시중금리가 낮아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도 높다.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업들의 수익 창출능력이 개선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에 의해 부채상환능력이 제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기업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재무구조조정을 통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시적 자금상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기업의 차입금 구조를 장기자금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부채상환능력이 낮지만 생존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출자전환, 부채탕감 등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되 재무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강도 높은 사업구조조정을 병행해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생존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정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부실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신용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정상기업으로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 사업구조조정이 지속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소극적 사업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사업분야로 진출하는 적극적 사업구조조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은 단기적으로 신용위험 부각에 따른 금융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업에 대한 정보전달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원활한 구조조정 촉진을 지원해 부실을 해소하고 경제전반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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